[딜사이트 정혜인 기자] 투자자에게 쓴 맛을 보게 한 '한국투자Parallel유전해외자원개발특별자산투자회사1호'(이하 패러랠 유전펀드)가 운용사와 판매사에는 쏠쏠한 수익원 역할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패러랠 유전펀드는 한투운용이 삼성물산과 한국석유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39%를 인수하기 위해 만들어진 펀드다. 4000억원 규모의 펀드로, 설정 시점은 2013년 1월30일이다.

패러랠 유전펀드는 만들어지자마자 증권사들의 주머니를 두둑히 채웠다. 판매회사인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은 총액인수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했다. 한투운용은 정해진 기일까지 투자자를 찾지 못 하더라도 증권사들이 기업공개(IPO)의 실권주 인수와 마찬가지로 총액인수 방식으로 부족자금을 대납할 수 있도록 했다. 통상적으로 총액인수는 증권사들이 안고 가는 리스크가 큰 만큼, 가져가는 건당 수수료도 다른 거래보다 높다. 패러랠 유전펀드 판매회사 역시 수수료를 350베이시스포인트(bp)로 잡았다. 펀드 규모가 40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40억원이 증권사들의 총액인수 수수료로 나가는 셈이다.

이외에도 패러랠 유전펀드는 기술 자문 비용으로만 21억원을 사용했다. 기술 자문 비용은 법무, 회계 및 기술자문 서비스를 위한 법무법인, 회계법인에 지불하는 비용이다. 펀드 출범 당시 한투운용은 삼정KPMG를 회계 자문사로, 글로벌 로펌인 DLA 파이퍼(DPA piper)와 국내 로펌 태평양을 법률 자문사로 선정했으며, 기술 자문 비용 역시 이들에게 흘러 들어갔다.

'원금 손실'에도 한투운용이 꾸준히 챙긴 운용보수 역시 주목할 만하다. 설정일인 2013년 1월30일을 기준으로 두고 최근까지 이 펀드의 수익률 추이를 보면 수익이 났던 기간은 극히 짧다. 설정 초기부터 지난해까지 10%대 초중반대의 '마이너스' 수익률 흐름을 꾸준히 이어왔다. 다만 미·중 무역분쟁의 격화에 따른 수요 둔화로 정유 업계가 최악의 업황을 맞은 지난해 말부터는 수익률이 -50%까지 떨어졌다. 

7년 동안 저조한 성과를 냈지만 운용사들이 챙긴 수수료는 쏠쏠했다. 한투운용은 펀드를 관리하는 대신 35bp의 운용보수를 받기로 투자자들과 약속했다. 즉, 설정 초기 펀드 규모가 4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매년 14억원, 10년(펀드 만기 2023년) 동안 140억원을 받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실제로 한투운용은 2018년까지 운용보수 명목으로 연평균 10억원을 챙겼다. 한투운용이 2013년부터 2020년 1분기까지 매분기 발표한 유전펀드 운용보고서에 따르면, 패러랠 유전펀드가 운용 수수료로 지불하는 비용은 지난해 말부터 소폭 줄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격화로 정유업계가 최악의 업황을 맞았던 시기이기도 하고, 한투운용이 매장량 및 생산량 조사를 재시행해 실제 매장량이 기존 예상치보다 크게 낮아진 점을 반영한 행동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시점 전까지 패러랠 유전펀드는 한 해 네 번에 걸쳐, 매년 10억원대의 수수료를 운용사에 가져다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