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원유 투자 점검
패러랠 유전사업, '헷지 계약' 무용지물 되나
④ 예상 매장량 감소에 일부 청산…유가 급락 '피할 길 없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와 산유국간의 석유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북미 셰일가스 산업이 '연쇄 파산' 위기에 처했다. 2014년을 전후로 우리나라에서도 북미 셰일사업 투자 붐이 일었던 터라 국내 기업들도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팍스넷뉴스는 셰일사업을 비롯한 미국 원유 사업에 투자한 국내 기업의 현재 상황을 살펴보고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진단해보고자 한다. 


[팍스넷뉴스 정혜인 기자] 삼성물산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하 한투운용)이 투자한 미국 패러랠 페트롤리엄(Parallel Petroleum, LLC, 이하 패러랠)이 '헷지 계약' 덕을 못 보게 됐다. 투자 초기 배럴당 100달러에 가까웠던 국제 유가가 20달러대로 폭락하면서 안전장치를 마련했음에도 손실을 피하기 어려운 위기에 놓였다. 


한투운용의 미국 현지 SPC인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패러랠(Korea Investment Parallel.LLC, 이하 KIP)은 2013년 패러랠의 예상 원유 생산량의 39%(KIP 보유지분)에 대한 절반을 정해진 가격에 매각할 수 있도록 스와프뱅크와 헷지계약을 체결했다. 유가가 급락하더라도 판매 가격을 일정 수준에 고정하는 파생상품 거래로 원유 가격의 변동성을 잡겠다는 방침이었다.  


패러랠의 예상매장량은 5896만 석유환산배럴(BOE)이다. KIP는 패러랠이 생산하는 원유, 천연가스 가운데 원유에만 헷지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패러랠이 기대 매장량(원유) 4748만배럴(확인 매장량 3788만배럴, 추정매장량 1009만배럴)의 39% 중에서 절반인 320만4411배럴을 판매가격이 예상보다 떨어지더라도 사전에 약속한 금액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이 당시 책정한 헷지 계약 가격은 배럴당 89달러다. 2012~2013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가 넘었던 때라 이를 감안해 정한 가격이다. 

또 헷지 계약 가격은 투자자들의 기대 수익률과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한투운용은 패러랠 투자 펀드를 만들면서 WTI 가격이 펀드 청산 전까지 배럴당 평균 89.5달러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수익구조를 짰다. 만약 원유를 89.5달러보다 낮은 수준에 팔면 투자자들에게 예상한 만큼 분배금을 나눠주지 못 할 위험이 있어, 헷지 계약 가격 역시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결정했다.


문제는 헷지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나머지 생산량 50%'다. 2013년 배럴당 90~100달러 수준이던 WTI 가격은 2014년 40~50달러 수준으로, 심지어 2019년 말부터 올해는 10~2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손익분기점이 40달러 수준으로 알려진 만큼 해당 물량에 대한 막대한 영업손실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는 그 동안 안전장치 역할을 했던 헷지 계약을 일부 청산하기까지 했다. 패러랠의 2018년 총 매장량이 2017년 보고서 총 매장량의 57.2%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한투운용은 올해 초 2020년 1분기부터 2021년 3분기까지의 WTI 헷지 계약을 청산했다. 패러랠 펀드는 헷지 계약 정산으로 975만달러(119억4000만원)를 회수했다. 


또 최초 예상했던 생산량보다 실제 생산량이 적어, 해외자원개발펀드보험으로부터 보상 받을 수 있는 손실 금액이 감소할 가능성마저 높아졌다. 한투운용의 패러랠 유전사업 투자 펀드(한국투자Parallel유전해외자원개발특별자산투자회사1호, 이하 유전펀드)는 한국무역보험공사의 해외자원개발펀드보험에 가입돼 있다. 펀드 투자자들은 이 계약에 따라 유가 하락 등으로 사업위험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15%의 자기책임부담금을 제외하고 투자원금 대비 손실액의 85%까지 보상 받을 수 있다.


다만 손실 대부분을 보상하는 파격적인 혜택을 주는 대신,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실제 생산량이 예상 생산량보다 적을 때 시장 가격이 상승하면 발생하는 헷지 정산 손실에 대해서는 보상을 해주지 않기로 했다. 한투운용이 스와프은행과 배럴당 89달러에 달하는 헷지 계약 가격을 시장가에 맞는 수준으로 재조정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만약 여기서 손실이 발생했다면 투자자들이 받을 수 있는 보상은 줄어들게 된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헷지 계약 가격 조정 여부에 대해서는 수익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최근 2019년 12월31일 만기였던 헷지 계약을 2022년 3월31일로 연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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