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씽크빅 배당실패, '시스템 붕괴'가 원인
뒤늦게 주주명부 확보 나섰지만 전산상 '증발'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3일 15시 5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권일운 기자] 웅진씽크빅의 '배당 실패' 사태는 전후무한 헤프닝으로 증권업계에 회자될 전망이다. 웅진씽크빅 측은 담당 직원의 업무 미숙을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꼽고 있지만, 통상 IR로 일컬어지는 투자자 대응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웅진씽크빅 이사회는 지난 7일 주당 20원을 현금 배당한다는 내용을 가결했다. 웅진씽크빅은 곧바로 해당 사실을 공시로 주주들에게 알렸다. 3월 31일자로 자사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에게 5월 25일에 배당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공시에 담겼다.


하지만 웅진씽크빅의 배당 공시는 바로 다음날 정정공시 형태로 번복됐다. 배당 금액이나 시기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아예 배당을 취소한다는 것이었다. 웅진씽크빅은 번복 공시에서 "배당기준일 명부확정 절차를 사전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돼 배당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주주 명부를 확보하지 못해 배당을 지급해야 할 대상이 누군지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통상 배당을 염두에 둔 상장 주식회사들은 주주명부 폐쇄라는 절차를 밟게 된다. 누구에게 배당을 줄지를 정해야 하기 때문에 특정 시점에서 자사 주식을 보유한 주주의 명단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주주명부 폐쇄는 주식 발행사가 한국예탁결제원과 같은 명의개서 대행사에 의뢰하고, 대행사는 개별 증권사들에게 전산조회 등을 통해 구체적인 명단을 확보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웅진씽크빅의 경우 이사회 결의 내용을 공시까지 한 뒤에야 주주명부 폐쇄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 정확히는 웅진씽크빅의 IR 담당자가 사전에 예탁결제원을 통해 주주명부를 폐쇄해 달라는 요청을 하지 않았고, 예탁결제원도 개별 증권사들에게 관련 데이터를 보존해 달라고 하지 않았다.


상장사들은 일반적으로 통상 배당을 안건으로 다루는 이사회를 개최하기 전에 IR 부서에 배당을 실시할 것이라는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귀띔하고, 사전에 필요한 절차들을 진행하게끔 한다. 반면 웅진씽크빅 이사회는 실무 부서와의 교감없이 배당 결의를 진행하는 바람에 이같은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심지어 주주명부가 없어 배당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예탁결제원으로부터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웅진씽크빅은 주주명부를 폐쇄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곧바로 예탁결제원과 해결책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주식 거래가 HTS(홈 트레이딩 시스템)와 같이 전산상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해 3월 31일자의 거래 내역만 확보하면 주주 명부도 작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웅진씽크빅의 생각이었다.


결과적으로 웅진씽크빅의 생각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예탁결제원이 개별 증권사들과 접촉해 확인한 결과 2개월 전의 거래 내역이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관련 데이터 자체가 방대하기도 했지만, 웅진씽크빅이 수습에 나선 시기가 너무 늦었던 게 결정적이었다.


주주명부 폐쇄 없이 배당을 진행하는 사례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주주명부 폐쇄 없이 중간 배당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해당 내용이 회사 정관에 담겨져 있어야 한다. 또 주주명부를 폐쇄하지 않는다고 해서 주주들의 명단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주주명부 폐쇄'라는 절차만 거치지 않을 뿐 예탁결제원을 통해 개별 증권사들에게 특정 시점에 자사 주식을 보유한 주주가 누구인지는 확인해야 한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웅진씽크빅 측이 배당을 결의한 뒤 주주명부를 요청해 왔지만 증권사들에게 확인한 결과 과거 일자(3월 31일자)로 소급해 작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소급 작성이 불가능한 이유는) 절차상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난 탓에 개별 증권사들로부터 지난 거래 내역을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주주명부 폐쇄 여부 때문에 주주들의 명단을 확인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배당 결의를 하기 전에 배당 기준일의 주주명부를 확보해 달라는 요청만 여유있게 한다면 얼마든지 주주 명부를 제공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웅진씽크빅은 지난해 말을 전후해 IR 업무를 보던 인력들이 대거 퇴사하는 바람에 제대로 업무를 진행할 수 없었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IR 분야의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타 부서 인원을 긴급 수혈했지만, 제대로 된 IR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역부족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해도 연간 6500억원이 넘는 매출액을 기록하고, 시가총액이 4000억원을 넘나드는 상장사가 특정 시점의 인력 공백을 이유로 주주명부 작성 업무에서 빈틈을 보인 것은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다. 주주명부 작성은 주식회사 제도의 양대 축에 해당하는 주주총회 참석 및 배당 권리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시선은 더욱 따갑다.


한 상장사의 IR 담당자는 "재계 순위 30위를 넘보던 웅진그룹의 핵심 계열사인데다 유가증권시장의 상장한 지도 10년이 훨씬 넘은 웅진씽크빅이 인력 교체를 이유로 주주명부조차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은 코미디"라고 지적했다. 


이 담당자는 "투자자와의 소통은 주식회사가 수행해야할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적인 기능인데도 이같은 공백이 발생했다는 것은 IR 업무가 전혀 매뉴얼화 돼 있지 않거나, 그간 주먹구구로 업무를 진행했했다는 방증"이라고도 했다.


투자자들이 웅진씽크빅을 바라보는 시선도 비슷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웅진씽크빅이라는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무너졌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한 기관투자자는 "웅진씽크빅은 한때 5000억원을 빌려 시가총액이 6조원에 달하는 코웨이를 인수·합병(M&A)하려 했고, 인수자금을 댄 투자자들에게 배당과 이자를 지급하기로 했다"면서 "25억원짜리 배당도 직원이 없다는 이유로 제대로 하지 못하는 웅진씽크빅이 코웨이의 최대주주가 됐을 것을 생각하면 아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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