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권한 누구에게 있나" 거래소-프로젝트 입장 엇갈려
사전 협의 진행해야 vs. 거래소는 독립적인 심사기관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4일 15시 3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김가영 기자] 가상자산(암호화폐)의 거래소 상장 권한을 두고 거래소와 가상자산 발행 프로젝트 간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특히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지닥이 국내 블록체인 프로젝트 클레이튼(Klaytn)의 가상자산 클레이(Klay)를 프로젝트와의 협의 없이 상장한다고 밝혀 논란이 거센 상황이다.


지난 11일 지닥은 클레이를 원화(KRW)마켓에 최초 상장한다고 밝히며 14일부터 클레이 입금 및 거래 서비스를 지원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작 클레이를 발행한 그라운드X 측은 이번 상장을 사전에 논의하지 않았으며, 지닥 거래소 운영사인 피어테크가 지닥 원화마켓에 클레이 상장을 강행할 경우 기존에 맺고 있던 클레이튼 파트너십 해지를 검토할 방침이라며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다. 또 공지사항을 통해 “클레이가 공식적으로 상장된 곳 외에서 진행되는 거래는 클레이튼이 발행한 클레이인지 확인할 수 없으므로 이용자 및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지닥 상장에 대한 클레이튼의 입장 / 출처 = 클레이튼 공식 홈페이지


지닥도 반박에 나섰다. 거래소는 독립적인 심사기관으로,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프로젝트 상장에 있어 프로젝트 자체의 허락을 구하거나 협의를 진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한승환 피어테크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상장 논란에 대해 직접 입장을 표명했다. 지닥에 상장된 전체 가상자산 중에서 절반은 별도의 협의 없이 상장됐으며, 블록체인 특유의 오픈소스와 자율적 생태계 확장성 덕분에 상장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한 대표는 “(파트너십 해지 등)그라운드X의 의사결정을 존중한다”라면서도 “지닥의 상장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은 지닥에서 진행하며, 거래소의 역할과 책무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바란다”고 말했다. 


지닥에서 거래되는 클레이가 클레이튼이 발행한 클레이가 맞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클레이튼의 공지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한 대표는 "블록체인에서는 중앙화된 권력주체가 일방적으로 내용을 조작할 수 없으며, 권력주체가 인정해야만 원장 내용이 사실이 되는것이 아니다"라며 "블록체인 기술을 안다면 클레이튼이 발행한 클레이인지는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와 협의하지 않은 상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또다른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원도 국내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코스모체인’의 코스모코인(COSM)을 프로젝트 측과 협의하지 않고 상장했다. 당시 코스모체인 측은 코인원이 사전협의를 진행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전하면서도 국내 주요 거래소에 상장된 것에 대해서는 반가움을 표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프로젝트 측과 협의하지 않은 ‘납치상장’이라며 코인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당시 차명훈 코인원 대표는 SNS를 통해 직접 입을 열었다. 차 대표는 블록체인의 본질은 탈중앙화라는 점을 설명하며 “비트코인을 상장한 거래소는 전부 사토시(비트코인 창시자)와 연락해서 상장을 했는지 묻고싶다”라고 말했다. 또 “중앙에서 모든 것을 컨트롤하고 싶으면 블록체인이 아닌 티머니를 만들면 될 것이다”라며 “코스모재단이 원하는건 블록체인을 통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원하는 거래소 상장을 통한 가격상승 뿐인가”라고 지적했다.


이번 지닥의 클레이 상장 논란에 대해서도 차 대표는 SNS를 통해 “누구나 주고받을 수 있고 사고팔 수 있는 화폐가 있고, 이를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데 무엇이 잘못됐다는 것인가”라며 지닥의 입장을 대변했다.


일반적으로 거래소가 가상자산을 상장할 때는 자체 상장심사위원회를 통해 상장을 검토하고 심사한 후 진행한다. 거래소가 직접 가상자산을 선별하기도 하지만, 프로젝트로부터 직접 신규상장 문의를 받고 검토를 하는 경우도 있다. 상장 과정에서 대부분의 거래소는 수억원에 이르는 상장 수수료(Listing Fee)를 받는다. 그리고 상장 시기와 재단 측의 보유 물량 락업 기간, 상장 후 계획 등을 협의한다.


아직 국내에서는 거래소의 가상자산 상장 절차에 대한 표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거래소와 프로젝트마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 국내 한 주요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 이후로도 프로젝트가 계속해서 개발 로드맵을 이행하고 있는지, 팀 구성원이나 재단 등에 변동사항이 없는지 계속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상장 전에 프로젝트와 만나 협의를 하는 과정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립적인 심사를 진행하는 것과 별개로 상장 후 관리를 위해 프로젝트 측과 꾸준히 소통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국내 주요 가상자산 발행 프로젝트 관계자는 오히려 지닥의 편에 섰다. 그는 “모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오픈소스로 개발을 하고 탈중앙화를 주요 가치로 홍보했으면서, 가상자산 유통만은 프로젝트가 조절하겠다는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블록체인 프로젝트 관계자는 "거래소의 상장 표준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상황은 계속 발생할 것"이라며 "거래소마다 다른 상장 절차나 상장 수수료 체계를 통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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