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수 산은?
"HDC현산에 출구 내줘야"
⑤매각 실패는 산은의 부실 매각 탓···동반 부실은 막아야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9일 08시 3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기업의 실적과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국가 전체적으로 구조조정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KDB산업은행이 바빠졌다. 다시 한 번 국가 산업을 지탱할 '구원투수', '소방수' 역할을 해야할 시기다. 산은의 실패는 국가의 실패로 귀결된다. 하지만 KDB생명, 대우건설, 아시아나항공 등 일련의 매각 과정에서 보여준 산은의 움직임은 기대보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국책은행으로 민간기업보다 유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나 사전에 매각대상 기업의 부실을 감지하지 못했거나 다양한 매각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팍스넷뉴스는 산은의 구조조정 또는 매각 실패 사례를 점검해보고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팍스넷뉴스 이규창 기자] 기업 경영활동의 종합예술이라고 하는 인수합병(M&A)에서 매도자 실사라는 과정이 있다. 파는 쪽도 물건을 잘 알아야 제대로 팔 수 있기 때문에 요모조모 살펴봐야 한다. 심지어 우발채무 등 가격에 불리한 부실 요소를 매도자가 미리 파악해 인수의향자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부실 매각은 단기적으로 매도자에게는 이익이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스스로의 신용도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주채권은행이자 공동매각주관사인 KDB산업은행은 매도자 실사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거나 부실을 떠넘기려고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산은이 부실 매각에 동조했다는 점에서 코로나19 여파로 국가 산업 전체를 받쳐야 하는 국책은행으로서 책임을 방기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만큼 올해 1분기 아시아나항공의 실적은 예상보다 심각했고 재무상태는 더 심각했다. 한마디로 팔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인수자금 ‘0’원에 부채만 넘기는 조건에도 매입할 곳이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2조5000억원이라는 인수 대금을 지불할 경우 정몽규 HDC현산 회장이 배임에 걸릴 수 있을 정도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손실은 별도기준 2082억원, 당기순손실은 5490억원에 달했다. 어느 정도 예견되기는 했지만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환산손실 등으로 당기순손실 폭은 ‘어닝 쇼크’로 평가하기에 충분했다.


눈앞에 보이는 손실보다 재무상태는 더 좋지 못했다. 올해 1분기 말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별도기준 12조원에 육박했다. 지난해 말보다 약 6000억원 더 늘었고 HDC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금호산업과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직전인 지난해 3분기 말보다 약 3조원 넘게 폭증했다. 부채비율은 무려 1만6827%. 2분기 완전 자본잠식이 유력하다.


물론 HDC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지적하는 포인트는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올해 1분기 실적과 재무 악화가 아니다. 지난해 4분기에 부채가 급증한 점을 불편해하고 있다. 해당 기간 부채 증가액은 컨소시엄의 인수제시가격을 뛰어넘는다.


더욱이 산은은 팍스넷뉴스가 보도한 것처럼 M&A협상 초반 아시아나항공의 유상증자 할인율을 없던 일로 하자고 요구하기도 했다. 또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1일부터 내년 4월30일까지 금호아시아나 브랜드 상표사용계약을 연장했다.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산업에 120억원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M&A 과정 중에 이러한 계약을 우선협상대상자에게 아무런 통보없이 진행했다. 일각에서는 산은이 사전에 이러한 계약을 인지했다는 말도 들린다.


국적 항공사를 살리는 것은 물론 국가 산업 차원에서도 인수 의사를 접지 않은 HDC현산 입장에서는 허탈할 수밖에 없다. HDC현산은 물론 미래에셋대우 내부도 상당히 격앙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상태가 이 정도라면 산은이 부실 매각에 대해 HDC현산에 사과하고 2500억원 규모의 이행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며 "그런데 산은은 도의를 벗어난 일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관계자는 “금호산업과 산은은 입장이 달라야 한다”며 “산은은 당장의 자금 회수보다 국가 산업 전체를 봐야 하는데 과거 대우건설 매각 실패 등에서 얻은 교훈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산은은 국책은행으로서 부실을 떠넘기려고 하지 말고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산업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 측은 "브랜드 상표사용료는 매출액 연동"이라며 "120억원은 지난해 매출액 기준이고 코로나19 여파로 이번 계약에 따른 사용료는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전에 HDC현산 측에 브랜드 상표사용계약 관련해 고지하고 동의를 구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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