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의 명암
용적률 욕심에 4년째 '방치'된 양재동 부지
도시첨단물류단지 지정 등 무리한 요구에 서울시 “형평성 맞지 않아”


[팍스넷뉴스 전세진 기자] 하림그룹의 종합유통물류센터 건립 꿈이 4년째 표류중이다.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는 서울시와 사업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해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다. 하림이 주변지역 교통환경을 고려치 않고 고밀도의 용적률 욕심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림그룹은 2016년 4월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 9만1082㎡를 4525억원에 매입했다. 인수자금은 계열사인 엔에스쇼핑의 1800억원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했다. 당시 하림은 해당 부지에 선진형 물류기지를 조성할 계획이라 밝혔다. 아울러 대규모 상가, 오피스텔 등도 입주시켜 종합유통센터로의 기능도 더할 목표였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현재 양재동 부지는 여전히 개발 진척을 보이지 못한 채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서울시와 인허가 단계를 밟아나가고 있는 중"이라며 “도시첨단물류단지로 지정된 만큼 그 방향으로 개발을 계획 중”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하림이 말하는 '도시첨단물류단지' 지정은 국토교통부가 시범지정한 것으로 최종 지정권한을 가진 지자체(서울시)의 승인을 아직 받지 못한 상황이다.  


도시첨단물류단지는 도시 내 낙후된 물류시설을 융복합 단지로 재정비하는 사업으로 공공기여율을 기존 용적률의 30~48%에서 25%로 하향조정해주고, 주택용도의 건물을 지을 수 있게 하는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하지만 시범지정된 상태에선 법적으로 이런 이점을 전혀 누릴 수 없다.


미지정 이유는 하림과 서울시의 사업방식에 대한 이견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하림의 부지를 도시첨단물류단지로 시범지정했던 2016년, 서울시는 해당 부지가 포함된 서초구 양재동과 우면동 일대를 연구개발(R&D) 혁신거점으로 설정했다. 이에 하림이 해당 부지를 R&D 특구가 아니라 기존 방침대로 도시첨단물류단지로 지정되게 해달라 요청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고밀도로 세운 상업시설에서 수익을 내길 원했던 하림 입장에선 R&D특구로 지정될 경우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다. 연구집적단지 특성 때문에 판매 시설 비중이 낮아지고, 용적률도 최대 400%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에 하림은 용적률을 800%로 상향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대해 서울시는 하림만 이러한 특혜를 줄 수 없으며, 용적률 상향이 이뤄진다 해도 교통 체증 유발로 인한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는 현재 도시첨단물류단지로도, R&D특구로도 지정이 되어있지 않은 상태”라며 “도시첨단물류단지로 지정하게 되면 주변 지구계획과 용적률이 일치되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물류단지 성격에 R&D 설비를 복합하는 방식으로 조율 중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용적률은 주변의 교통영향평가 등을 거쳐 심의 후 결정되는데 해당 지역은 교통 체증이 심한 지역으로 시는 지구단위계획상 최대 400%라는 일관된 정책 기준을 세우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사업 인허가까지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통상 기업에서 실행계획을 제출한 뒤 심의위원회를 거쳐 인허가가 나게 되지만, 하림에선 실행계획을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한편 개발 지연으로 생기는 피해는 고스란히 계열사들이 떠안고 있다. 양재동 부지의 계약주체인 엔에스쇼핑(하림산업의 모회사)은 부동산 매입 다음해인 2017년 2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전년동기 77.9% 급감한 34억원을 기록했다. 부동산 세금 120억원 가량이 반영된 까닭이다. 이후 양재동 부지 토지가는 계속 올라 엔에스쇼핑의 세금 부담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해당 부지의 공시지가는 ㎡당  884만원으로 전년 대비 7.8% 상승했다. 하림산업은 같은 기간 20.4% 오른 159억원의 세금과 공과금을 납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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