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는 설득의 기술…분양문화 바꾸는 중”
설계자동화·모듈려 시공 컨테크 기업 ‘텐일레븐’ 김동철 기술이사
건설업은 내수 진작과 고용 창출이라는 두드러진 장점에도 불구하고, 낙후되고 성장이 정체된 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 표준화되지 못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공사 현장, 3.3㎡당 2000만원이 넘는 아파트에 하자 보수 문제가 끊이지 않는 모습은 건설업계가 얼마나 신기술 도입에 소극적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이 같은 건설업의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산업이 프롭테크다. 프롭테크는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용어로 빅데이터,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의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부동산 서비스산업을 말한다. 이미 국내에는 다수의 프롭테크 기업이 창업해 잠재력을 뽐내고 있다. 다양한 산업의 융합이 이뤄지는 시대, 프롭테크 기업을 살펴보면서 건설업의 미래를 조명해본다.


[팍스넷뉴스 김진후 기자] 텐일레븐이 개발한 자동설계 솔루션 ‘빌드잇’이 건설업계에 커다란 화두를 던지고 있다. 기존 설계 작업 대비 비용·시간 면에서 월등한 효율을 보여주는데다 사업성까지 높이면서 뭇 건설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동시에 모듈러 시공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며 설계-시공의 사이클을 완비하고 있다.


“유일하게 IT기술의 미개척지로 남아있는 건설업에 컨테크(con-tech:건설분야 IT기술)를 적용하면서 설계 작업에 투명성과 속도를 더할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물론 재건축사업 조합원들을 상대로 설득력이 높아졌고 이를 통해 높은 사업성까지 거머쥘 수 있게 됐다.”


김동철 텐일레븐 기술이사(CTO)의 말이다. 김 이사는 LG전자 기술연구원에서 연구개발(R&D)을 담당하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 사이였던 윤종철 이사의 권유로 일찍이 텐일레븐에 합류했다. 김 이사는 “현재는 프로그래밍 등 개발 직종과 건축업을 넘나들며 ‘이중전공’을 하고 있다"이며 “2014년 3명으로 시작한 기업이 현재 소프트웨어 개발 17명, 설계부문 8명 등 28명으로 늘어나 대형 건설사와 직접 소통할 정도로 성장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컨테크 분야에서 입지를 다져둔 텐일레븐은 다음 성장을 위한 투자 유치전에 한창이다. 지난해 포스코건설과 호반건설로부터 투자를 받은 텐일레븐은 현재 시리즈A 유치를 위한 IR설명회를 진행 중이다.


텐일레븐이 모듈러 공법으로 시공한 3층 규모 협소주택. 출처=텐일레븐 유튜브 채널.


◆“투명성이 무기…표준 툴로 자리 잡을 것”


텐일레븐은 ▲자동설계 솔루션 ‘빌드잇’ ▲시각화 시스템 ‘홈VR’ ▲모듈러 주택 시공서비스 '빌드잇 모듈러 솔루션' 등 세 개 분야에 걸쳐 업력을 키우고 있다. 모든 시스템의 근간이 되는 빌드잇에 대해 김동철 이사는 “아파트 도면 약 5만개를 디지털화해 샘플을 모았고, 건축에 필요한 여러 요인들을 서로 충돌하는 알고리즘을 통해 최대한의 결과값을 끌어내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라며 “일반 설계 작업보다 작업 속도 등 효율은 물론 사업성까지 배가했다”고 설명했다.


빌드잇의 우수성은 작년 불광5구역 설계안 선정에서 드러났다. 불광5구역은 약 10년 동안 사업이 지연된 현장이기 때문에 더 투명하고 공정한 설득의 기술이 필요했다.


김 이사는 “▲건축법 ▲용적률 ▲가구수 ▲일조량 등을 충돌해 산출한 최대값이 일반 설계안보다 약 100가구 많았다”며 “또한 각 층별, 가구별 채광량과 실제 거실에서 보는 광경을 홈VR 형태로 공개하자 조합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그는 “분양가 기준으로 기존 설계안보다 500억원이 더 높아 건설사로서도 이득이고, 조합원으로선 분담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던 것이 매력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빌드잇은 설계안 도출만큼이나 사업성 분석에서도 강점을 보이고 있다. 김동철 이사는 “빌드잇은 기존 건축설계사들의 ‘어시스턴트 툴’로서 기능하고 있다”며 “설계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더라도 직관적으로 사업의 비용과 개요를 파악할 수 있어 건설사, 토지개발 시행사, 자산운용팀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가령 건설사가 재개발 사업에 나서는 사전 단계에서 사업성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동철 이사는 “이러한 장점을 발판 삼아 서울시 도시심의과, 한국감정평가원 등이 사용하는 설계 심의평가 표준 툴로 자리 잡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설계-시공 사이클 구축 후 정비사업 노린다


텐일레븐의 올해 목표는 컨테크 업체로는 최초로 설계와 시공의 파이프라인을 공고히 하는 것이다. 모듈러 공법을 구현한 ‘빌드잇 모듈러 솔루션’ 서비스와 설계 솔루션 빌드잇을 잇는 작업이다.


김동철 이사는 “모듈러 공법은 기존 공법이 가진 대부분의 문제점을 보완한다”며 “콘크리트·시멘트 양생 작업의 지연, 현장 인부사고, 분진 클레임 등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합부(조인트) 특허를 취득해 이미 내진 설계는 물론 점밀도, 안전성 등에서 이미 검증 받았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는 “무엇보다 건설사 입장에선 건설현장의 고질적 문제인 공정 지연 등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라며 “입주자로서도 보온성과 공간구성 면에서 만족도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텐일레븐의 모듈러 부품은 재활용도를 80%로 높여 원가 절감 효과도 꾀할 수 있다.


김 이사는 “인공지능이 건축물을 설계하고 로봇이 시공하는 사업모델을 구축한 미국기업 ‘카테라’가 우리와 비슷한 모델”이라며 “카테라는 소프트뱅크로부터 3조원의 기업가치 평가를 받고 1조원의 투자유치를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카테라는 대표작인 구글캠퍼스 기숙사를 비롯해 총 13억달러(한화 1조6000억원)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빌드잇은 ‘하이넷’의 발주를 받아 수소차 충전소를 시공 중이다. 전체 10개 중 2개 물량을 현재 공장에서 제작 중이고 이르면 5월 말 시공을 완료할 계획이다. 하이넷은 한국가스공사와 현대자동차가 공동투자한 공기업적 성격을 띠고 수소차 보급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김동철 이사는 “경쟁입찰이라 쟁쟁한 상대가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텐일레븐으로서는 뿌듯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모듈러 공법은 아직까지 일반 공정 대비 비교적 높은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동철 이사는 “기존 콘크리트 공법의 약 110% 수준의 비용”이라며 “대부분은 인건비에서 차이가 나는데 최근 공사 인건비가 높아지면서 단시일 내에 역전하는 시점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량생산 등을 통해 단가를 낮추는 방법도 있다는 설명이다.


텐일레븐은 모듈러 서비스의 다음 시장으로 정비사업을 주시하고 있다. 김 이사는 “도시환경뉴딜사업의 경우 대형사가 참여하지 못해 텐일레븐이 진입하기에 알맞은 시장이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올해 경향하우징페어를 비롯해 세계가전전시회(CES) 참여도 계획하는 등 시장 다양화를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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