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의 명암
한발 늦은 HMR 도전…어떤 성적표 받아들까
판촉 출혈경쟁·제품 차별화 힘든 업계 구도…하림 "현 시점 전략 공개 어려워"


[팍스넷뉴스 전세진 기자] "고령화와 1~2인 가구의 급증에 발맞춰 더욱 신선하고 안전하며 균형잡힌 영양을 공급하는 식품을 만들겠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2018년 2월 하림푸드콤플렉스 기공식에서 밝힌 말이다. 하림푸드콤플렉스는 가정간편식(HMR) 강화를 위해 하림그룹이 4000억원을 들여 건립 중인 전초기지다. 김 회장의 발언을 의역하면 HMR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인구 구조 변화로 생긴 식생활 패턴에 대응하고, 이를 통해 제2의 성장 발판을 마련하겠단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김 회장의 계획대로 하림그룹이 HMR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물음표를 붙이고 있다. 시장을 선점한 업체들의 아성이 공고한 데다, 판촉경쟁 과열로 고정비 부담을 호소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어서다. 하지만 하림그룹은 30년 넘게 식품 생산을 통해 쌓인 노하우가 있고, 준비 중인 제품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진 제품들이라 시장 안착에 문제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하림그룹이 늦어도 연내 즉석밥을 출시할 계획이다. 즉석밥 생산은 2016년 하림지주와 일본 쌀 가공업체 신메이홀딩스가 합작(지분비 50: 50)해 설립한 HS푸드가 담당하며, 막바지 공사가 한참인 하림푸드콤플렉스에서 이뤄진다. 하림푸드콤플렉스에서는 즉석밥 외에도 소스 및 면류 등을 생산하는 가공식품 공장 3개와 물류센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하림그룹은 앞서부터 즉석밥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해 왔다. 3년여 간 두 차례에 걸쳐 400억원을 출자해 HS푸드의 지분율을 93.48%까지 끌어올렸고, NS쇼핑의 자회사 글라이드를 판매책으로 삼는 등 제품이 출시되기 전부터 분주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CJ제일제당의 '햇반'이 압도적 경쟁력을 가진 시장이다 보니 농심과 오뚜기 등 여러 식품기업들이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전처를 밟지 않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실제 시장조사기관인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3월말 기준 국내 즉석밥 시장은 CJ제일제당이 68.7%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그 뒤로 ▲오뚜기 30.1% ▲동원F&B 0.7% ▲기타 0.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햇반이 1996년 출시됐고, 이후 오뚜기와 동원 즉석밥이 각각 2004년, 2007년 출시됐던 걸 감안하면 후발주자일수록 점유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시장점유율 양상은 다른 HMR 제품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하림그룹이 레드오션 시장인 HMR에 뛰어든 이유는 본업인 축산업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까닭이다. 그룹의 핵심계열사인 하림만 해도 육계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폭락으로 2018년부터 순적자를 내고 있다. 즉 HMR 시장 진출을 통해 축산업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하림푸드콤플렉스 건립으로 생산부터 유통까지 원스톱으로 할 수 있게 되면 종합식품기업으로 한 단계 올라설 수 있기에 변모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하림그룹의 HMR 시장 도전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향후 전망에 대해선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실상 거의 모든 식품회사가 신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HMR 시장에 뛰어든 상황인 데다 선두주자들이 사실상 장악을 하고 있어 성과내기가 녹록치 않을 것으로 내다봐서다.


시장 한 관계자는 "즉석밥을 포함해 국내 HMR 시장이 오랫동안 선두 위주로 굳어져 있다 보니 후발주자들은 인지도나 점유율을 올리기 위해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감당하고 있다"며 "CJ제일제당, 오뚜기. 롯데푸드, 풀무원 등 HMR 부문의 마케팅과 투자를 강화했던 상당수 기업들이 지난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HMR의 경우 고정비 부담이 큰 만큼 하림그룹 역시 기존과 차별화된 제품을 출시하지 못할 경우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을 연출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도 "하림그룹이 출시할 즉석밥에 어떠한 부분을 포인트로 앞세울지 알 수 없지만 신메이홀딩스가 미강추출물을 쓰지 않고 있는 만큼 이 부분을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CJ제일제당(미강추출물 사용)과 오뚜기(미사용)의 사례를 볼 때 첨가제의 사용여부는 기술의 차이가 아니라 소비자들의 선호 여부인만큼 얼마나 시장에 어필할 수 있을 지는 의문스럽다"고 전했다.


하림그룹은 자사가 내놓을 즉석밥과 HMR 제품들이 기존과 다른 틀을 지향하고 있는 만큼 시장에서 우려하는 출혈경쟁 등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하림의 경쟁사는 햇반이 아니다"며 “자사가 갖고 있는 식품의 전문성, 30년 넘는 식품의 노하우로 만들어진 전략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전략은 현재 대외비로 노출이 안돼 공개하진 못하지만, 충분한 노하우나 유통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갖춰서 출시할 예정인만큼 기존의 틀로 평가하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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