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홍기 기자] 국내 유통업계에 진출한 일본 브랜드의 몰락이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브랜드마다 매출 하락은 물론 매장을 철수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일본발 경제보복이후 국내에서 ‘노재팬’ 등 불매운동이 불거지면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해석이다. 올해 코로나19 악재까지 더해지면서 일본 브랜드들의 고통 또한 장기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29일 관세청 등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산 소비재 수입액은 약 2억 496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37.2% 감소했다. 같은기간 아사히 등 일본 맥주의 경우 63만달러로 88%나 쪼그라들었다. 한때 일본 맥주를 가장 선호했던 국내 소비자들이 일제히 외면하면서 맥을 못추는 형국이다. 지난해 7월 일본의 경제보복이후 시작된 국내의 일본불매운동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에 진출한 일본 브랜드의 몰락은 예견된 일이었다.

일본 아사히 맥주의 유통사인 롯데아사히주류만 하더라도 지난해 영업손실만 198억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같은기간 매출액은 623억원으로 반토막났다. 급기야 지난해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계약직 영업사원들에게 계약 연장 불가 방침을 통보하는 등 인력감축카드를 꺼내기도 했다.

일본패션브랜드 유니클로 등을 보유하고 있는 에프알엘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1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도 9749억원으로 2014년(7848억원) 이후 5년 만에 1조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급기야 유니클로의 자매브랜드인 지유는 국내 진출 2년 만에 매장 영업에서 손을 뗐다. 오는 8월까지 국내 오프라인 매장 운영을 중단키로 한 것이다. 지유는 2018년 9월 한국에 첫 매장을 오픈한 바 있다.

에프알엘코리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영향 및 이커머스를 포함한 비즈니스 구조 변화의 필요성 등 다양한 요인들을 반영한 결과”라며 “지유 온라인 스토어는 7월까지 운영하며 향후 준비 기간을 거쳐 유니클로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스포츠 전문의류 기업인 데상트도 이같은 악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데상트의 한국법인인 데상트코리아는 지난해 영업이익 90억원을 기록, 전년대비 87% 감소했다. 매출액도 15%감소한 6156억원에 그쳤다. 여기에 주니어 스포츠 브랜드 영애슬릿은 데상트 매장 내 ‘숍인숍’ 형태로 운영될 방침이며, 이같은 ‘숍인숍’ 방식의 운영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고정비 감축 등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한 결정이다.

데상트는 한국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했던 만큼 큰 시장이었다보니 충격도 컸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일본 브랜드의 몰락이 더욱 고착화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정치적 이슈로 촉발된 일본과의 관계가 다시 정상화된다 하더라도 국내 브랜드등 일본 브랜드의 대체제가 다양하다보니 굳이 일본 제품을 소비해야할 근거가 예년보다 약해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해들어 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코로나19 여파로 경제 및 소비심리가 더욱 위축되면서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본 기업들도 앞날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현재 상황을 반전시킬 묘수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들어 국내 기업들까지도 경제 정상화를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국내 진출한 일본 기업들의 몰락은 앞으로 더욱 많이 포착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