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 송현동 부지 매각 '이중고'
서울시와 가격 이견에 매각 철회 가능성 제기… KCGI 역공 빌미될수도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9일 16시 3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권준상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송현동 부지 매각을 놓고 고심이 깊어졌다. 송현동 부지는 한진그룹이 유동성 위기 속 자구책으로 내걸은 유휴자산 매각의 핵심인데 서울시가 공원조성을 공식화하면서 계획에 차질이 발상했다. 부지 가격에 대한 서울시와 한진그룹 측의 눈높이가 달랐던 터라 매각을 철회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진그룹의 주력회사인 대한항공은 최근 정부로부터 1조2000억원의 긴급 유동성을 지원받은 대가로 약 2조원의 자본확충을 요구받은 상황이다. 약 1조원의 유상증자 외 자구책으로 ▲서울 종로구 송현동 토지(3만6642㎡)와 건물(605㎡) ▲지분 100%를 보유한 해양레저시설 ‘왕산마리나’ 운영사 ㈜왕산레저개발 지분 매각 등을 통해 1조원 확보를 추진 중이다.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이 매각주관사를 맡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는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유휴자산 매각을 통해 최대한 많은 자금을 확보하는 게 절실하다. 대한항공이 올해 상환해야 할 차입금 규모는 총 3조7500억원 수준이다. 1분기 말 기준 대한항공이 보유 중인 현금은 약 8262억원에 불과하다. 송현동 부지 등 자산 매각을 서두르고 있지만, 항공업황의 침체가 단기간 회복되기 쉽지 않은 가운데 매달 수천억원의 고정비 지출이 지속될 경우 존폐기로에 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의 공원화 입장표명은 한진그룹의 자구책 마련에 찬물을 끼얹게 됐다. 서울시는 최근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북촌 지구단위계획 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결정안 자문을 상정하고, 올해 안에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지정하기로 계획했다. 서울시가 도시계획시설상 문화공원으로 지정할 경우 민간기업이 송현동 부지를 매입해도 개발은 물론 수익화도 쉽지 않다.  

  

서울시의 송현동 부지 매입과 공원화 구상은 이미 1년 넘게 진행돼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초 한진그룹이 부지 매각 입장을 발표한 이후 그해 8월부터 그룹 측에 매입 의사를 전했다"며 "지난해에는 한진그룹이 내부사정상 협의가 어려웠지만 이후 몇 차례 만나 협의를 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에는 서울시에 거주하는 온라인패널 3082명을 대상으로 송현동 부지 활용방안 마련을 위한 시민의견조사도 진행했다. 


서울시의 송현동 부지 매입과 공원조성 의지는 확고한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제3자에게 매각을 하더라도 재매입해 공원조성에 나설 계획"이라며 "관련 절차를 진행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서울시의 입장발표로 기존 매수의향자 중 누가 선뜻 매수 입장을 고수하겠냐"라며 "서울시가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데 이는 제3자는 들어오지 말고, 자신들에게 넘기라는 선전포고나 마찬가지다"라고 푸념했다. 


한진그룹 입장에서는 최대한 높은 가격에 매각해야하는데 서울시와 가격 눈높이가 크게 다르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서울시의 입장발표로 송현동 부지 매각가의 하락 우려가 크다"라며 "채권단에서는 어떻게든 자금을 확충하라고 압박하고 있는데 지자체에서는 이를 알면서도 (낮은 가격에)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해도 너무 하는 것 아니냐"라고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조원태 회장도 "가격 눈높이가 맞지 않을 경우 매각을 하지 않을 수 있다"라는 입장을 피력한 상황이다.


송현동 부지는 대한항공이 지난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약 2900억원에 매입한 뒤 한옥특급호텔을 포함한 복합문화단지를 신축한다는 구상 속에 추진했지만, 인근에 학교 3곳이 인접해 있는 등의 문제로 관련 법규상 호텔 신축이 불가능해 포기한 채 공터로 방치돼왔다. 현재 송현동 부지의 가치는 5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 매입가를 약 3100억~5000억원을 고려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송현동 부지의) 공시지가는 약 3100억원이다"라며 "서울시도 공시지가로 살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항공에도 '감정평가를 통해 가격을 책정한 뒤 매입하겠다'라는 입장을 전달했다"라며 "감정평가가 항상 공시지가보다 높게 나오기 때문에 약 3100억~5000억원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감정평가는 2인 이상의 감정평가업자에 의뢰해 해당 토지의 공시지가, 주변 시세, 개발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적정가격이 책정된다.


한편, 송현동 부지 매각을 철회할 경우 KCGI를 주축으로 한 3자 주주연합에게 역공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주총 참패 뒤 잠잠했던 3주 주주연합은 서울중앙지법에 한진칼 주총 결의 취소 소송을 내며 총수일가에 대한 공세에 다시 나선 상황인데, 송현동 부지 매각은 KCGI가 줄곧 매각을 요구했던 사안이기 때문이다.


앞서 한진그룹은 지난해 2월 수익성 향상을 달성하기 위한 '비전2023'에서 송현동 부지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동안 매각 추진은 답보상태를 겪으면서 KCGI로부터 재무개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KCGI는 올 초에도 송현동 부지 매각에 대해 "현 경영진이 제시한 경영개선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고 깎아내렸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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