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건설 에콰도르 사업, 준공 4년 지나 손실 인식
②‘에스메랄다스’서 미청구 공사 400억 발생…전액 손상차손 처리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4일 15시 4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김진후 기자] SK건설의 미청구 공사금액 추이는 여느 건설사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때 해외부실의 무덤이었던 중동지역 비중은 비교적 줄어든 반면, 예상치 못했던 남미 에콰도르에서 손실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3년 연속 미청구 공사와 손상차손을 인식하면서 약 4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해와 올해 1분기 SK건설의 미청구 공사 증가분은 ▲에콰도르의 ‘에스메랄다스 정유공장 플랜트 공사’와 그 유지보수 프로젝트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공사 ▲사우디 아라비아 JZR&TP ▲SK에너지가 발주한 S프로젝트(VRDS) 등에서 발생했다. 올해 1분기 매출 5%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사업장의 미청구 공사 총액은 2814억원에 이르고 있다.



◆공정률 인식차 등 과거 부실 패턴 ‘그대로’


이중 최근 SK건설의 속을 썩이고 있는 현장은 에스메랄다스 정유공장이다. 발주처와 시공사 간에 공정률 인식에서 차이를 보이면서 미청구 공사금액이 대거 발생했다. SK건설은 이를 받을 수 없는 채권인 ‘손상차손’으로 인식했다. 이는 손실 처리를 의미한다. 


통상 준공 말미가 되면 건설사는 발주처에 공정 인식, 원가 인상 등에 따른 공사금액 증가분을 요청한다. 이때 발주처로부터 공사비 인상이 합당하다고 인정을 받으면 건설사는 이를 청구 미수금으로 처리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쉽게 말해 ‘떼인 돈’인 미청구 공사로 분류한다.


에스메랄다스 정유공장은 3년 전부터 부실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공정률이 94.31% 수준이던 2017년 SK건설은 발주처에 172억원의 공사미수금을 청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공사비를 받지 못할 가능성은 낮아보였다.


2018년부터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갔다. 그해 미청구 공사금액 287억원이 처음으로 발생했고 2019년 358억원으로 70억원 이상 늘어났다. 올해 1분기에는 379억원으로 다시 20억원 이상 증가했다. 


2차 발주사업인 페이즈2(Phase II) 현장에서 발생한 43억원의 미청구 공사금액을 포함하면 422억원에 이른다. SK건설은 현재 이 금액을 전액 손상차손으로 인식했다. 422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SK건설은 에콰도르 진출을 위해 2008년 현지에 지사를 설립한 후 2009년부터 에스메랄다스 정유공장 보수공사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1977년 건설한 해당 공장은 설비 노후화로 생산효율이 저하된 상태였다. SK건설은 공장 보수와 정제시설 정밀진단을 수행하는 1단계 현대화 공사를 시작으로 원유정제시설·유틸리티 시스템·폐수처리장 등 총 세 단계에 걸쳐 공사를 수주 및 수행했다.


해당 현장은 당초 2016년 완공 예정이었지만 발주처와 공정률 인식을 놓고 이견을 보이며 준공 승인을 받지 못했다. 플랜트사업에서 부실이 발생할 때 나타나는 고질적인 패턴이다. 에스메랄다스 현장의 도급액도 2014년 4767억원, 2016년 5354억원, 2017년 5303억원으로 오르내렸다. 해당 현장은 완공 기한이 2년 지난 2018년까지도 공정률은 98.31% 수준에 머물렀다. 2019년엔 99.4%로 진정을 보이는가 싶더니 올해 들어 다시 99.38%로 내려앉은 상황이다.


에스메랄다스 현장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발주처인 에콰도르 석유국영회사 EPP의 재무부담이 악화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완공 예정시기였던 2015년과 2016년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석유사업 비중이 높은 에콰도르 경제를 직격했기 때문이다. 


에콰도르는 증세 등을 통해 재정 건전성 회복을 노렸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고 그 여파로 정권이 바뀌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콰도르 전 대통령인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 스캔들에 더해 현지 지사장이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SK건설이 일단 해당 금액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한 것은 사실”이라며 “저유가와 정세 불안 등의 요인으로 정부 상황이 좋지 않아 생긴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해당 현장은 도급액 8700억원 중 누적 이익이 1800억원에 달한다”며 “SK건설 측에서 환입을 추진하기 위해 현재 에콰도르 정부와 협상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계열물량 부실 가능성 낮아…UAE도 524억 인식


의외의 복병은 관계회사로부터 수주한 대형 플랜트 프로젝트들이다. 경기도 이천에 건설 중인 SK하이닉스 M16 프로젝트와 울산 SK에너지 S-Project(VRDS)가 대표적이다. 금액 규모로만 따지면 M16 현장의 미청구 공사금액은 1분기 기준 1309억원으로 가장 크다. S-Project의 경우 작년까지 393억원의 미청구 공사금액과 347억원의 청구 미수금이 남아있었지만 올해 들어선 292억원으로 감소한 상태다.


다만 M16프로젝트와 같은 계열회사 수주 물량의 경우 공사금액을 받지 못하거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해외 사업 대비 현저히 낮다. SK건설 관계자는 “현장과 공정률에 따라 매출 및 미청구 공사가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아랍에미레이트(UAE)가 발주한 M프로젝트의 미청구 금액은 작년 기준 584억원에서 약 60억원 감소했지만 여전히 524억원으로 규모가 만만치 않다. 다만 공정률이 90%가 넘은 시기에 미청구 공사가 발생할 경우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을 감안하면 아직 리스크가 크지 않아 보인다. 해당 현장은 2017년 발주해 2022년 완공 예정으로 작년 말 기준 29.6%, 올해 1분기 기준 35.29%의 공정률을 기록 중이다.


2018년 최대의 악재였던 라오스 공사도 여전히 부담으로 남아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해당 공사에 대한 청구 미수금은 484억원이었고 올해는 586억원으로 늘어났다. 라오스 공사 현장에 대한 대손충당금도 249억원 설정돼 있다. 최근에는 미청구 공사비가 34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아람코가 발주한 ‘JZR&TP’ 사업은 96%의 공정률을 기록 중이던 작년 말 137억원의 미청구 공사금액을 새로 인식했다. 당시 청구 미수금도 이와 비슷한 133억원 수준이었다. 다만 올해 들어 미청구 공사금액은 31억원으로 낮아진 반면, 청구 미수금은 158억원으로 증가했다. 아직까지는 부실로 이어질만한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팍스넷뉴스 무단전재 배포금지

건설업 리스크 분석 34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