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아시아나 인수시 부채비율 102→559%
③신용등급 1~2단계 하락 우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5일 07시 3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 구제 신청(IMF),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 이벤트가 발행할 때마다 국내 건설업계는 유동성 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10년간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업을 재정비했지만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코로나19 후폭풍으로 또 다시 건설업계는 위기를 겪고 있다. 중소형사부터 대형사까지 너나할 것 없다. 특히 과거와 다르게 실물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다고 알려진 단순 시공만 하는 건설사조차 안심할 수 없는 처지에 몰렸다. 영세한 시행사가 즐비한 국내 시장의 특수성 탓에 건설사들이 PF 지급보증을 서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개발사업이 삐걱대는 순간, 시행사가 짊어져야 할 리스크가 고스란히 시공사로 전이되는 구조다. 팍스넷뉴스는 국내 건설사들의 유동성과 우발채무, 차입구조 등 각종 리스크를 점검해봤다.


[팍스넷뉴스 박지윤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은 주택사업에서 잭팟을 터뜨리며 탄탄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성공했다. 유동성만 살펴보면 업계 최상위권인 현대건설, 대림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만한 수준이다. 사업 포트폴리오가 주택에 쏠려 있다는 점이 다소 불안요소로 거론되지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보증을 줄이고 수도권 중심으로 사업장을 확보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도 철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이 도전장을 내민 신사업은 항공업이다. 기존 건설업과는 시너지를 거의 기대할 수 없는 분야다. 야심차게 출사표를 내던졌지만 상황은 점차 악화일로다.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항공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아시아나항공 실적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반응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 건설‧개발 외 유통, 물류 등 사업다각화…시너지 높이고 리스크 낮추고


HDC현대산업개발은 이제껏 주력사업으로 삼았던 건설‧부동산 개발사업뿐 아니라 유통, 물류, 호텔 등으로도 영역을 넓힌 상태다. 기존 주력 사업(건설‧부동산개발)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원가율이 상승하는 데다 부동산 경기 등 경기 흐름에 민감한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경기 변동으로 인한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사업별 시너지 효과를 높여 성장하겠다는 전략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진출을 노리는 항공업은 지금까지의 신사업과는 차원이 다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가는 무려 2조5000억원에 달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이 보유한 현금으로도 부족해 미래에셋대우와 컨소시엄을 이뤘을 정도다. 아시아나항공의 자산규모만 11조원이 넘는다. 현재 HDC현대산업개발의 몸집보다도 더 크다. 


가뜩이나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부터 영업적자에 빠져 부진한 실적을 내면서 시장의 우려가 쏟아졌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인수전 초반 호언장담을 쏟아냈다. A+의 회사채 신용등급과 탄탄한 재무건전성, 유동성을 바탕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실적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단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은 수년간 국내 주택사업에 주력하고 있는데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수주 경쟁력이 줄어들고 부동산 경기 변동에 따른 리스크 반영률이 높아 사업 안정성이 낮아졌다”며 “유통, 물류, 호텔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HDC그룹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경기 변동 리스크를 줄여 성장을 이어나가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라고 분석했다.


◆ 코로나19 직격탄, 아시아나항공 실적 급하강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이 예상치 못한 악재가 다가왔다. 올해 초 코로나19가 전세계를 휩쓸면서 항공산업 전반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인 입국제한을 본격화한 지난 2월부터 항공 이용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적자폭이 확대됐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실적도 고꾸라졌다. 올해 1분기 말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2937억원으로 전기(1조6622억원) 대비 22.1% 빠졌고 당기순손실은 6833억원으로 132.6% 확대됐다. 이자부담 능력을 판단하는 지표인 이자보상배율은 -1.76배에서 -3.16배로 커졌다. 벌어들인 돈보다 이자비용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액이 줄고 손실폭이 더 커진 이유는 코로나19로 항공 수송객이 줄어든 데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외화결제 비중이 높은 항공업의 특성상 원달러 환율 변동성은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올해 1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1193.6원으로 전년 1분기(1125.1원) 대비 6.1%(68.5원) 상승했다.


수익성 악화로 현금흐름의 질도 나빠졌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지난해 12월 말 -182억원에서 올해 3월 말 -388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활동을 통해 현금을 전혀 벌어들이지 못했다는 의미다. 반면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3557억원에서 4767억원으로 증가했다. 영업활동으로 지출한 금액보다 더 많은 현금을 다른 곳에서 빌려온 것이다.


부진한 실적은 재무안정성 저하로 이어졌다. 자본총계가 9083억원에서 2103억원으로 줄어들고 부채총계는 12조5951억원에서 13조2041억원으로 늘어났다. 부채비율은 1387%에서 6280%로 무려 4893%포인트 상승했다. 자본잠식률은 18%에서 81%까지 치솟았다. 시장에서는 코로나19가 절정에 달했던 올해 2분기에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질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차입금의 질도 떨어졌다. 총차입금에서 단기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1.69%에서 19.8%로 확대됐다. 단기차입금이 9133억원에서 1조7365억원으로 8000억원 이상 늘어난 반면 장기차입금은 511억원에서 504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57.84%에서 65.36%로 7%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승자의 저주’ 우려


업계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높은 유동성과 탄탄한 재무건전성을 갖고 있더라도 천재지변급 악영향을 미치는 코로나19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뜻을 굽히지 않고 그대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된다면 코로나19로 인한 적자와 자금 부담이 HDC그룹 전체로 전이되기 때문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61.5%(변동 가능)를 가진 최대주주에 올라 인수작업을 마무리할 경우 유동성 감소와 차입금 증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연결 사업보고서에 아시아나항공이 종속기업으로 분류되면서 실적이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했다고 가정하고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실적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해보면 HDC현대산업개발의 연결 기준 부채는 2조7071억원에서 15조9112억원으로 6배 이상 늘어난다. 반면 자본은 2조6326억원에서 2조8429억원으로 2000억원 정도 증가하는 데 그친다. 부채비율은 102.8%에서 559.7%로 5배 이상 급상승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확실한 만큼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동시에 재무안전성이 약화되면서 신용등급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HDC그룹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탄탄한 재무 구조를 기반으로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A+(안정적)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받았다”면서도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코로나19의 영향력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기존 등급에서 1~2단계 정도 낮은 등급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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