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 연간 첫 순손실 우려
글로벌화가 실적 악화 이끌어


[팍스넷뉴스 최보람 기자] 호텔신라가 외환위기 이후 첫 연간 순손실을 낼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호텔과 면세점 등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지만 이면에 그동안 가려졌던 해외투자 실패 등 글로벌화가 실적악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따라 당분간 호텔신라의 글로벌화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추정한 연결기준 호텔신라의 올해 순손실은 474억원이다. 예상이 현실화 될 경우 호텔신라는 1997년(순손실 147억원)년 이후 23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내게 된다.


호텔신라의 수익성이 고꾸라진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수요가 급감한 여파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1694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는 등 어닝 서프라이즈급 실적을 냈다. 하지만 올해 2월부터 코로나19의 확산으로 1분기에만 736억원의 순손실을 내게 됐다. 외국인 관광객의 발이 끊기면서 면세와 호텔사업모두 큰 타격을 입은 까닭이다.


면세업계도 호텔신라의 손실 요인 중 큰몫을 차지하는 건 코로나19 사태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해외투자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것 또한 손실 확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사업의 부실이 호텔신라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단 것이다.


호텔신라는 2014년 창이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며 해외사업을 본격화했다. 당시 업계는 창이공항 면세사업 진출이 이부진 사장의 숙원인 글로벌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첫 단추라는 평가를 내렸다. 다만 창이공항 면세점 운영법인(싱가포르 법인)은 이 같은 기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왔다.


호텔신라 싱가포르법인은 법인설립 이래 한 차례도 순이익 흑자전환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사업초기인 2015년에는 601억원의 순손실을 냈고 지난해에도 152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창이공항은 인천공항과 함께 세계 주요 허브공항으로 이름을 올리는 곳인 만큼 임대료 부담이 손실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문제는 싱가포르법인의 저조한 경영실적이 호텔신라에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단 점이다. 호텔신라는 2012년 싱가포르법인을 설립한 이후 이곳에 매년 추가 수혈을 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출자한 금액만 1759억원에 달한다.


싱가포르법인은 올해도 순손실을 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창이공항이 2월부터 임대료를 50% 감면해주는 등 발 빠른 조치를 취했지만 전세계적으로 여객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에 손익개선 여지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창궐하지 않았더라도 싱가포르법인이 적자경영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호텔신라는 싱가포르법인에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085억원에 달하는 손상차손을 인식해 왔다. 창이공항 면세점사업의 수익성이 기대치에 못 미칠 것으로 판단한 결과다.


여기에 호텔신라는 싱가포르법인으로 인해 올해 순이익에 더 타격을 입을 여지도 상존한다. 호텔신라가 보유 중인 싱가포르법인 지분 100%의 현재 장부가액(1022억원)이 회수가능 금액보다 더 낮게 평가돼 또 다시 손상차손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싱가포르법인의 부실은 그동안 호텔신라에 크게 문제시 될 부분은 아니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는 상황이긴 했지만 인천공항 및 국내 시내면세점을 운용하는 데 창이공항 면세점이 일부 도움을 줘왔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법인은 매년 순손실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매출은 지난해 기준 6561억원까지 확대됐다. 매출 증가로 인한‘바잉 파워’로 호텔신라 면세사업 전반의 원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호텔신라는 연결기준 2018년과 2019년 모두 1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는 등 싱가포르법인의 손실정도는 감내할 만한 상황이었다. 호텔신라가 싱가포르법인으로부터 쓴맛·단맛을 모두 맛 본 셈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창이공항 면세사업에서 손실이 난 것은 맞지만 당사 면세사업 전체로 봤을 땐 큰 도움이 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올 1분기 적자의 가장 큰 요인은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국내 공항의 임대료 인하 조치가 없었던 영향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창이공항 면세점의 경우 임대료 50% 인하와 함께 매출연동제 계약이기 때문에 손실 폭이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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