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창 부장] 지난 4월 명동 기업자금시장에서 완성차 A사의 어음 할인 문의가 등장하면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자동차 부품 관련 업체의 어음 할인 문의는 그동안 심심찮게 등장했으나 완성차 업체의 어음은 보기 드물다.
당시 A사의 어음은 금액이나 만기 등 정상적인 상업어음이었으나 결국 시장에서 외면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A사의 특수한 사정과 함께 업황 자체가 너무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대기업 핵심 계열인 B사의 만기 2개월짜리 어음 할인 문의가 등장했다. B사는 직접적인 건설사업은 물론 건설 장비 및 설비, 신재생에너지 사업까지 영위하는 중공업체다. 해당 어음은 정상적으로 거래됐으나 시장은 대기업 계열의 어음이 등장한 것에 주목했다.
코로나19의 여파가 2분기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3분기부터는 시장 자금경색으로 확대될 것으로 명동 기업자금시장 참가자들은 전망했다. 코로나19가 2월부터 경제에 영향을 미쳤으나 1분기 실적에는 코로나19 이전 영업의 결과물이 반영됐고 본격적인 실적 부진은 2분기 말부터 3분기에 걸쳐 드러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3분기부터는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에까지 자금경색 현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최근 공모 회사채 시장이 정상화되고 정부가 산업은행을 앞세워 저신용 회사채 선매입에 나섰으나, 여기에도 포함되지 못한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명동시장의 한 참가자는 “2분기 실적 부진이 3분기에는 대규모 손실과 함께 자금경색 현상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대기업 계열사의 어음 할인 문의가 7월부터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참가자는 “보험업계의 1분기 실적이 나쁘지 않았는데 이는 코로나19 이전의 보험영업이 반영된 결과”라며 “1분기 중간부터 2분기에는 거의 영업이 이뤄지지 못했는데, 이는 2분기 실적 부진과 3분기 손실로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참가자는 “일반 제조업체도 마찬가지 사정인 것으로 안다”며 “회사채 시장이 정상화돼도 제도권 시장에서 외면 받는 기업 물건이 명동 시장으로 대거 흘러나올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그는 "정부의 자금 지원이 3분기부터는 집중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이달 말까지는 출원하기로 한 금융기관과 협의를 모두 끝내고 실탄을 마련해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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