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代 잇는 삼성式 투자공식, 위기 속 '뚝심'
오너십 기반 R&D 확대 정면승부…'초격차' 역량 비결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6일 10시 0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류세나 기자] 삼성전자가 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사업 내실화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삼성전자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 1월부터 3월까지 연구개발(R&D)에 들인 비용은 5조3606억원이다. 같은 기간 기록한 영업이익의 무려 83.1%에 달하는 금액이다. 사실상 이익의 대부분을 재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이재용 체제에서의 삼성전자는 반도체 슈퍼호황을 누리던 2017년부터 R&D 투자를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시작했는데, 이를 두고 업계에선 '초격차'를 강조하는 삼성식(式) 경영철학이 오너 3세인 이 부회장 시대로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 어려울수록 더 공격적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때를 놓쳐선 안 된다." (지난 달 18일 중국 시안 반도체사업장 출장中)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된다." (지난 달 21일 평택 EUV 파운드리 투자 발표中)


이 부회장이 최근 들어 기회가 될 때마다 미래를 위한 도전과 투자에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는 말을 거듭해서 강조하고 있다. 그의 의중대로 삼성전자도 R&D, 시설투자 등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올 1분기에 들인 R&D 비용은 역대 분기 사상 최대치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는 곧 삼성이 다가올 미래 상황을 그만큼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삼성전자의 공격적인 R&D 투자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최근 회사 실적이 예년만큼 안정적인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1분기 투자 실탄의 토대가 되는 작년 성과를 보면, 반도체 업황 침체로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52.8% 급감했다. 올 1분기 경우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수요 확대로 연결 영업이익이 소폭(3.4%) 늘긴 했지만, 이 역시 별도기준으로 보면 작년보다 2.1% 줄어 실질적인 성장이라고 평가하긴 부족한 상황이다.  


이 부회장이 걸음을 옮기는 지점만 봐도 삼성전자 내 분위기가 어떤지 어느 정도 읽힌다.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개최 결정으로 잠시나마 숨을 돌리게 된 그는 지난 15일 곧바로 반도체, 스마트폰 등 주요사업을 책임지는 사장단을 긴급 소집해 위기 극복 전략을 점검했다. 한 날에 각 부문 사장단을 잇달아 불러 모아 릴레이 회의를 갖는 건 이례적이라는 게 삼성 안팎의 평가다. 


삼성은 경영상황과 관련한 현재를 '위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 부회장 역시 삼성 창업주인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안정적일 때보다 위기시 도전을 강조하는 스타일인데 지금이 바로 '그 때'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수년 전부터 이어져온 미중 무역분쟁이 최근 다시 심화한데다가 코로나19 사태까지 장기화하고 있다. 또 여기에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한일갈등까지 재점화하는 등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현안이 늘어났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코로나19를 뚫고 중국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도 임원들에게 시간이 없다며 시장 변화에 따른 재빠른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실제 올 들어 이재용 부회장의 투자시계는 점차 빨라지는 모양새다. 위기를 피하기보다 정면으로 부딪혀야만 시장 개척자로 올라설 발판을 만들 수 있다는 교훈을 어린 시절부터 지근거리에서 지켜봐온 영향으로 풀이된다.


◆ AI·5G 등 4대 미래사업 기술력 확보 잰걸음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삼성전자에선 2017년 하만 이후 조 단위의 대형 인수합병(M&A)은 없다. 다만 2018년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후부터는 작지만 의미 있는 딜(deal)과 R&D, 설비투자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각국에서 인수한 유망 벤처기업들은 이 부회장이 석방 직후 선언한 그룹 4대 미래사업(AI, 5G, 바이오, 전장) 중 전자 사업과 관련한 AI와 5G에 집중됐는데, 이 기간 중 신규 출원된 국내 특허들 또한 관련 분야에 몰려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M&A부터 살펴보면,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 석방 이후 글로벌 M&A를 재개했다. 2018년 ▲스페인의 네트워크 트래픽·서비스 품질분석 기업 '지랩스' 인수를 시작으로 지난해 ▲AI를 활용해 요리레시피를 제공하는 영국 스타트업 '푸디언트' ▲이스라엘 스마트폰 카메라 벤처기업 '코어포토닉스' ▲폴더블 디스플레이에 탑재되는 초박형유리를 생산하는 국내기업 '도우인시스' 등을 연이어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올 1분기에도 미국 이동통신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5G 등 망설계 전문기업 '텔레월드 솔루션즈' 지분 100%를 인수해 삼성전자 패밀리 신분으로 연구개발에 매진하도록 했다. 


(사진=특허청 홈페이지 갈무리)


최근 등록한 각종 IT 관련 신규 특허 건들도 확인됐는데, 특허청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1월 저전력근거리 통신 모듈과 관련한 '근접 기능 운용 방법 및 이를 지원하는 전자 장치' 특허와 스마트기기와 연동가능한 '액세서리를 식별하는 방법' 등에 대한 특허를 냈다. 또 6월에는 화면의 회전을 컨트롤할 수 있는 전자장치, 미디어 데이터 공유방법 등과 관련한 특허도 냈다. 이는 5G와 AI, 전장사업 등 다양한 분야로 활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반도체, 메모리·비메모리 '양동작전'


삼성전자는 올 들어선 소프트웨어와 함께 제품 생산을 위한 하드웨어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특히 이익의 절반 이상을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 영역에 투자금이 몰렸다. 세계 경제 불확실성은 커졌지만 시장 1위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당초 계획했던 대로 투자를 밀어 붙이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한해 반도체 라인 성능개선 등 시설투자에 22조5649억원을 투입한 데 이어 올 1분기 이미 6조원을 쏟아 부었다. 삼성은 여기에 멈추지 않고 최근 9조원 규모의 시스템 반도체 EUV 파운드리 생산라인과 8조원 규모의 낸드플래시 라인 확대 공사에 연이어 착수했다. 설비투자금이 한 번에 모두 투입되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 계산으로도 작년 설비투자 총액을 훨씬 뛰어 넘는 자금이 올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반도체는 불황 터널을 지나고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어 삼성전자가 앞으로 황금기 재도래를 예상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강행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스템 반도체는 삼성의 새로운 역점 분야인 만큼 흔들림 없는 투자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故이병철 창업회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삼성은 그간 위기 때마다 투자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초격차 전략을 유지해왔다. 故이 창업회장은 오일쇼크 여파로 D램이 불황을 겪던 1986년에 반도체 세 번째 생산라인 착공을 결정, 이후 다시 D램 가격이 뛰어 오르며 선제적 투자에 대한 혜안을 인정받았다. 


이건희 회장 역시 2008년 4분기 유례없던 7400억원의 영업적자에도 불구하고 이듬해 반도체 분야에만 4조1601억원을 투자하는 결단을 내렸다. 당시 전사 R&D 비용으로도 7조2721억원을 투입했다. 이후 2012년 반도체 위기론이 다시 불거졌는데 이 회장은 그때도 반도체에 아낌없는 투자(13조8481억원)를 단행했다. 이 역시 오늘의 삼성을 있게 한 계기로 평가된다. 실제 2017년 총수부재 대위기 속에서도 삼성전자가 전년대비 83.5% 뛰어 오른 영업이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이때의 선제적인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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