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의 ‘솟아날 구멍’


[팍스넷뉴스 이규창 금융부장] 산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과 금호산업은 지난 9일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에게 주식매매계약(SPA)의 효력 만기일인 이달 27일까지 인수 의지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침묵을 지키는 HDC현산에게 협상테이블로 나오라는 압박이다.


이에 대해 HDC현산은 원점 재협상을 요구했다. 공식적이지는 않지만 이미 HDC현산은 원점 재협상의 필요성을 산은 등에 요구해왔다.


매각 측과 인수 측 간의 ‘핑퐁’ 원인은 근본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의 부실에 있다. 팍스넷뉴스가 최근 단독 입수한 아시아나항공 자금수지 약식 검토의견(매각회계자문 EY한영 분석)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2분기 말 자본총계 -572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질 것으로 추정됐다. 자본총계가 7월 -1524억원, 8월 -2175억원, 9월 -2973억원으로 점차 악화될 것으로 EY한영은 예상했다.


완전자본잠식은 항공기 리스채권의 기한이익상실(EOD) 사유다. 아시아나항공은 대부분 항공기를 매달 리스료를 내고 항공기를 빌려 쓰고 있다. 임대기간이 종료되면 항공기를 반납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리스계약에는 완전자본잠식 발생 시 리스 채권자가 EOD를 선언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만약 HDC현산이 인수를 포기할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크로스디폴트(Cross Default. 연쇄 부도)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산은 등 채권단과 금호산업이 HDC현산을 압박하는 모양새는 어딘가 불편하다. 더구나 아시아나항공 부실이 천재지변에 가까운 코로나19 팬데믹에만 있지 않다.


아시아나항공 부채는 지난해 말 별도기준 11조380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말보다 무려 2조6000억원 가량 폭증했다. 지난해 말 SPA를 체결한 HDC현산으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별도기준 1795%에서 올 1분기 말에는 1만6883%로 급증했다. 실적도 문제지만 이연법인세의 자산 계상에 따른 자본감소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한 마디로 부실 매각인 셈이다. 매각자가 부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면 인수 측에 손해액의 대부분을 책임져야 한다는 판례도 있다.


산은 등 채권단과 금호산업 측의 부실 매각에다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친 상황에서 HDC현산은 어떻게 해야 할까.


HDC현산이 기존 조건에서 약간 완화된 수준에서 인수하면 동반 부실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인수자금 조달이 문제가 아니다. 아시아나항공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어야 한다.


HDC현산이 딜 무산을 선언하면 아시아나항공은 법정관리 행이 유력하다. 산은 등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국적항공사의 파산은 오랜 시간 구축해놓은 네크워크를 잃게 되는 것은 물론, 국가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친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정부의 한진해운 처리 방안을 강하게 비판한 점을 고려하면 현 정부가 아시아나항공을 망하게 둘 수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HDC현산으로서는 시간 지연에 따른 아시아나항공 회생에 방해가 됐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현 상황에서는 HDC현산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그렇다면 매각 측이 유연하게 대처해야 잔뜩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있다. 특히 국책은행인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성공에 집중하지 말고 국가 산업 전체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을 살리면서 HDC현산이 동반 부실에 빠지지 않는 방향으로 딜을 이끌어야 한다는 얘기다.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대출 형태의 자금지원은 HDC현산에 의미가 없다. 아무리 저리 대출이라고 해도 어차피 갚아야 할 빚이기 때문이다. 인수금 대폭 삭감, 부채 일부 탕감, 사실상 무상대여라고 할 수 있는 의결권 없는 출자 등으로 HDC현산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야 한다. 


이렇게 되면 HDC현산은 미래에셋대우 외에 컨소시엄을 재구성할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인수 부담을 덜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시너지를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가령 범현대가가 인수 부담을 나눠지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좌석을 점유하고 항공물류를 이용할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생존은 물론, 성장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애석하게도 매각 측은 여전히 ‘당당’하다. 딜 협상의 팽팽한 줄다리기를 포기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 이행보증금이라도 차지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인지도 의심스럽다. 아시아나항공의 솟아날 작은 구멍조차 막으면 그 부담은 고스런히 매각 측과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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