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상균 기자] 대우건설이 3000억원이 넘는 거금을 들여 사들인 부산 범일동 부지에 주상복합을 짓기로 했다. 최근 디벨로퍼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대우건설은 수십여개의 기업과 경쟁한 끝에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해당 부지를 인수했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진은 지난 4월 말 이사회를 열어 자사가 보유한 부산 범일동 330-311 일원의 부지 3개 필지를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최근 비공개 입찰을 실시했다. 당시 30여개 시행사와 건설사 등이 참여할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펼친 끝에 대우건설이 지난 17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대우건설이 제안한 가격은 3067억원으로 시장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1년 전까지만 해도 범일동 부지의 가격은 1000억~12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됐다. 

부동산 개발업체 관계자는 “예상 가격보다 세배 가까이 뛰긴 했지만 입지조건이 워낙 좋기 때문에 과도한 수준은 아니다”며 “부산에 이 정도 규모의 택지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할만한 양질의 택지도 거의 바닥이 났기 때문에 앞으로 택지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최근에는 택지를 사들일 때 너무 비싼 가격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가 2~3년 뒤에 가치가 폭등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한진으로부터 범일동 부지를 넘겨받는 시기를 내년 1월로 정했다. 향후 7개월 이내에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까지 모두 납부하겠다는 계획이다. 부지 인수자금은 대부분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로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나대지인 이곳에 대규모 주상복합건물을 지어 공급할 예정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범일동은 입지조건이 양호하지만 그동안 미개발지역으로 남아있었다”며 “주상복합건물로 개발을 추진하면서 이 일대에도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단순시공에 의존했던 대우건설은 지난해 7월 신사업추진본부를 신설하면서 180도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사업추진본부는 신사업개발팀과 해외인프라팀, 투자관리팀, 개발사업팀, 베트남개발사업팀, 북방사업지원팀 등 6개 팀을 거느리고 있다. 

주로 국내외 민관협력사업(PPP), 민자발전사업(IPP) 등 투자개발사업과 투자자산 매입운용, 자체개발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신사업추진본부의 수장은 한 때 대우건설 차기 CEO로 물망에 올랐던 김창환 전무가 맡고 있다. 

김 전무는 주택건축사업본부장과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한 인물로 대우건설 출신 직원 중에서는 최고위직이다. 산업은행 측에서 정항기 부사장을 CFO로 임명하면서 지난해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여전히 사내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전무 밑에는 한승 상무가 신사업추진실장을 담당하고 있다. 한 상무는 동남아시아 지사장과 자카르타 지사장, 쿠알라룸푸르 지사장 등을 역임한 해외통 인물이다.

여기에 주택건축사업본부도 적극적으로 택지 매입을 추진하면서 대우건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10월 15곳 이상의 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끝에 수원시 망포동 일대 한국농어촌공사 부지를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입찰가는 5744억원으로 최저입찰가(2735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지난해 6월에는 하남감일 주상복합 1블록을 2623억원에 품었다. 역시 예정가격의 190%라는 공격적인 베팅이 통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신사업추진본부는 주로 베트남 등 해외사업에 집중하고, 국내 택지 매입은 주택건축사업본부가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