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퇴거 기로에 선 동서울터미널 상인들이 강제집행을 막아줄 것을 촉구했다.

동서울터미널 상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22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인들과 한진중공업 간 작성된 화해조서가 정당하다고 판결한 재판부를 비판했다.

화해조서와 관련된 양측의 문제는 2018년 10월 한진중공업이 계약 연장을 원하는 상인들에게 서명을 요구한 위임장에서 시작됐다. 위임장의 골자는 화해조서를 작성할 변호사를 한진중공업에서 선임한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해당 변호사가 작성한 화해조서는 지난해 9월 법원으로부터 확정판결을 받았다. 

화해조서에는 ‘동서울터미널이 재건축에 들어갈 시 상인은 요구 없이 나간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진중공업이 동서울터미널 상인들을 퇴거할 명분이 생긴 것이다. 한진중공업은 이 같은 화해조서상 내용을 바탕으로 지난해 말 상인들에게 임대차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비대위는 이때 작성된 화해조서에 문제가 있다고 반발했다.

비대위측 변호사는 “화해조서를 작성한 이는 한진중공업 사내 변호사의 사법연수원 동기로 수임료 또한 한진중공업으로부터 받았다”면서 “해당 변호사는 화해조서를 일방에 유리하게 작성할 여지가 컸음에도 작성 당시 어떠한 내용이 담길지를 상인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화해조서에 문제가 있을 경우 2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지만 한진중공업측 변호사가 기간 내 이를 알려주지 않아 조서상 내용이 확정이 됐고 상인들이 강제퇴거에 당할 처지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비대위는 화해조서를 무력화 해 줄 것을 골자로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준재심을 청구했다. 하지만 서울 동부지방법원 민사52단독(부장판사 성창호)은 비대위의 주장에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기각 판결을 내렸다.

고희동 비대위원장은 “성 판사는 화해조서를 작성한 한진중공업측 변호사가 임차상인들에게 화해과정을 알려주지 않은 행태를 지적하지도 않는 등 제대로 된 판단을 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면서 “비대위는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와 함께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화해조서 상대방의 비용으로 변호사를 선임한 것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례를 기반으로 항소심을 준비할 방침이다. 비대위측 변호사는 “화해조서를 작성한 변호사가 한진중공업으로부터 수임료를 받았고 조서 내용 또한 일방에 유리하게 작성된 만큼 준재심에 대한 항소(2심)를 제기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희동 비대위원장은 “동서울터미널 입점 상인들은 한진중공업에게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며 “임대보증금, 임대료 등을 충실히 납부할 것이니 추후 터미널이 재건축 되면 그곳에서 장사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서울터미널 상인들의 반발에 대해 한진중공업은 해줄 수 있는 사항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동서울터미널 임대인은 당사가 맞지만 터미널 재건축 사업을 진행할 SPC(특수목적법인)인 신세계동서울PFV는 신세계프라퍼티가 지분 대부분(85%)를 쥐고 있으며 향후 임대인 또한 신세계로 이관될 것”이라며 “때문에 현 시점 이후의 임대차 계약에 대해 당사가 임차인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