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대웅제약 영업사원들이 불법 수집한 처방 통계(OCS)를 활용해 구체적인 마케팅 계획을 세워온 것으로 확인됐다. 청구 통계를 기반으로 특정 병·의원의 공략 품목을 선정, 발표하는 식이다. 이 같은 성공사례 발표는 최근까지도 계속 이뤄지고 있다는 증언도 나온다.

23일 팍스넷뉴스가 확보한 대웅제약 ‘처방패턴 성공사례’ 발표자료에 따르면 먼저 소제목으로 ‘지누스 자료’를 명시하고 A의원에서 처방된 의약품 이름, 제약회사, 단가, 사용량, 총 약제비를 공개했다. 심지어 해당 제품별 전달 대비 증감률을 공개함으로써 해당 의원에서의 처방 패턴을 알 수 있도록 했다.

‘A내과 상황’이란 소제목 란에서는 1일 약제비가 얼마고, 일일 방문 환자수, 어떤 질환 치료제의 처방 비중이 높은지를 분석했다.

세부적인 마케팅 계획도 세웠다. 고혈압 질환 처방 비중이 31%에 달하는 A의원이 8대 2의 비율로 단독보다는 병용 처방이 더 많다는 것까지 명시했다. 또 A의원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고혈압치료제는 무엇인지,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대웅제약의 고혈압치료제는 무엇인지를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해당 영업 달에 대웅제약 고혈압치료제 약제비용를 1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체적인 목표까지 설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 대웅제약 영업사원은 “지누스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해당 병·의원의 개별 의약품 사용량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며 “처방 통계를 확보해서 제출하면 구체적인 마케팅 계획을 세우는데 활용했고, 이 같은 내용의 성공사례 발표가 매달 있었다”고 전했다.

팍스넷뉴스는 또 다른 전 대웅제약 영업사원을 통해 '대웅제약 요일별 영업 계획표'도 입수했다. 계획표에는 고객관리활동(단기활동·연속관리), 처방증대활동(단기활동·연속관리) 방안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특히 '지누스 시연', '지누스 사용 마무리', '처방통계 회수' 등의 내용이 고객관리활동 및 처방증대활동란에 명시돼 있었다.

해당 자료 준 전 대웅제약 관계자는 "지누스 시연, 지누스 사용 마무리, 처방통계회수라고 돼 있는 건 일종의 은어다"며 "이날 지누스를 통해 해당 병·의원의 처방 통계를 빼오겠다는 뜻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대웅제약에 있는 영업사원들의 말에 따르면 최근에는 지누스가 아닌 다른 프로그램으로 처방 통계를 빼고 있다고 한다"며 "여전히 청구를 도와준다는 핑계로 통처방통계를 몰래보고, 빼돌리고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