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설동협 기자] 최근 1인 가구가 증가하고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라이프스타일 가전'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시장의 트렌드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수십년 간 거실을 차지해 온 정통 백색 가전은 어느새 알록달록한 색을 입은 신(新)가전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 

트렌드 변화 중심에는 밀레니얼(1980~2000년대 초)세대가 자리잡고 있다. 이들에게 '가전'은 단순 제품에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성향·개성을 가전을 통해 드러낼 수 있는 하나의 소통 창구인 셈이다. 

이에 발 맞춰 최근 가전업체들도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신가전을 선보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 중 삼성전자가 지난해 처음 선보인 '비스포크' 시리즈는 밀레니얼 세대들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이른바 '맞춤형 가전' 시대다.

24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오븐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 ▲인덕션 등 다양한 주방가전으로 비스포크 시리즈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6월 첫번째로 냉장고를 선보이며 뜨거운 반응을 거둔 덕분이다. 비스포크 냉장고는 '레고'같은 모듈형 제품으로, 1도어에서 4도어까지 총 8개 유형으로 이뤄졌다. 여기에 3개의 도어 패널, 9개 이상의 색상을 조합해 수만가지의 선택지를 소비자에게 제공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삼성 국내 냉장고 누적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30% 이상 성장했다. 전체 누적 매출 중 60% 가량은 비스포크가 차지했다. 사실상 비스포크가 매출 성장을 견인한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비스포크가 강조하는 특징 중 하나인 키친핏 사이즈가 비스포크 냉장고 판매량의 30% 차지했다"며 "비스포크를 통해 냉장고 깊이가 조금 줄더라도 인테리어 효과 극대화를 위한 키친핏이 트렌드로 자리잡으며 매출 성장도 이뤄졌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라이프스타일 가전 흥행에 힘입어 생활가전(CE) 부문에서 매출 44조원, 영업이익 2조6000억원의 호실적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각각 6.2%, 28.8% 상승한 수치다. 지난 1분기에도 생활가전 부문은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4652억원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위축에도 선방한 모습을 보였다.

비스포크 냉장고는 출시 후 해외에서도 젊은 소비자들에게 줄곧 호평을 받아 왔다. 비스포크 냉장고는 당초 올해 초 유럽 출시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면서 잠정 연기됐다.

최근 들어 해외 시장 수요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삼성전자는 시장공략에 다시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6일 중국에 비스포크 냉장고를 출시한 상태다. 올 하반기에는 영국·미국 등으로 판매지역을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비스포크 시리즈 라인업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9월 비스포크 오븐을 선보인 뒤, 올해 2월에는 비스포크 전자레인지를 공개했다. 이달 들어선 식기세척기, 인덕션 등 2종의 비스포크 라인업을 출시한 상태다. 기존 정통 백색가전의 비중을 줄이고 빠른 속도로 맞춤형 주방가전 풀 라인업 구축에 힘을 싣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가전업체들은 주요 수요층으로 성장한 밀레니얼 세대들의 소비 트렌드에 맞춰 기존에 사용하던 가전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나가고 있다"며 "이를 통해 새로운 가전 시장을 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