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쌓는 4대그룹, 투자기회 '호시탐탐'
자산 매각·회사채 발행 등 유동성확보 총력…R&D 투자 확대
이 기사는 2020년 06월 25일 08시 5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류세나 기자] 코로나19 쇼크 장기화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국내기업들이 정중동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위기감을 느끼긴 삼성, 현대차, SK, LG 등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세계경제 불확실성 확대가 경영활동 위축, 실물경제 타격으로 이어지면서 이들 기업들은 저마다 중장기 체력 비축에 나서는 모습이다. 불필요한 마케팅을 줄이고, 자산 매각 등의 방식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속도를 올려 나가고 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사실은 4대 그룹 모두 실탄 확보 노력 속에서도 주요 계열사들을 중심으로한 연구개발(R&D) 투자는 꾸준히 늘려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곧 위기 속에서 기회를 만들겠다는 기업들의 의지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 4대 그룹 5년래 보유현금 최고치



금융감독원 공시 자료에 따르면, 4대그룹 지주사 및 대표회사 중 75%인 3곳이 올 들어 조 단위 현금(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을 추가로 비축했다. 


이들 회사를 대표하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LG 등 4개 법인은 1분기 연결기준 현금 규모를 작년 말 대비 각각 3.3%, 8.9%, 24.7%, 11.1%씩 늘렸다. 금액적으로 보면 적게는 2000억대부터 많게는 3조원을 훌쩍 뛰어 넘는다. 


올 1분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일면서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현금 자산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 5년간 이들 기업의 보유현금 추이를 살펴보면 지금이 가장 현금 주머니가 두둑한 시기다.  


삼성전자는 재계 서열 1위로 꼽히는 삼성의 대표기업답게 보유현금도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3월 말 기준 삼성전자가 내부에 확보하고 있는 현금은 약 106조5547억원이다. 석 달 새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각각 1조307억원, 2조3860억원씩 늘려 총 3조4167억원의 총알을 추가로 확보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단기차입금 확대 규모를 30%(약 1조2843억원) 가량 줄이고, 동시에 장기금융상품 확대 폭도 1조원 이상 줄였다. 또 1분기 중 2조1206억원 규모의 장기금융상품도 처분했다. 장기금융상품은 1년내 현금화가 어려운 항목으로, 회계상 비유동자산으로 분류한다. 결과적으로 비유동자산의 유동화를 통해 실탄을 쌓은 셈이다. 


현대자동차(17조3948억원)와 SK㈜(14조5565억원)도 1분기 동안 보유현금을 각각 1조4202억원, 2조8804억원씩 늘렸다. 두 회사는 임원진에 유동성 확보를 공공연하게 주문하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이들 역시 5년래 현금을 최대 규모로 쌓아두고 있지만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현대차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올해 중간배당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차가 중간배당을 건너뛴 것은 6년 만이다. 또 같은 이유로 지난 4월엔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도 발행했다. 이 역시 2016년 이후 약 4년 만에 결정된 사안이었다. 현대차는 올 1분기 전년대비 42.0% 빠진 5527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현대차는 당분간 유동성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다. 현대차 본진도 문제지만 경영난을 겪고 있는 협력사 지원을 위해서도 유동성 확보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달에도 연결 자회사인 현대로템이 보유중인 의왕연구단지 내 유휴부지 및 건물(약 878억원)을 현대모비스에 매각했다.


◆ '현금이 최고'…포스트 코로나 준비 분주


SK그룹의 최근 관심사 역시 유동성 확대다. 최태원 SK 회장이 직접 주도하고 있다. 최 회장은 최근 계열사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모든 자원을 동원해 현금을 최대한 확보하라"고 주문했다. 코로나19 이후 적당한 투자처가 나와도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없으면 적시에 대응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SK그룹은 현금 마련을 위해 보유자산 매각, 회사채 발행, 기업공개(IPO) 등 동원 가능한 방법을 모두 활용하고 있다. 그 결과 SK㈜의 작년말 대비 현금 확대 비율은 20%대로 4개사 가운데 가장 높다.  


SK 보고서를 살펴보면 이 회사가 올 1분기 동안 관계기업 및 공동기업투자 처분을 통해 확보한 자금만 해도 2984억원 규모에 달한다. 또 장단기금융상품에 들어가는 금액도 6조원 이상 줄였다. 4월엔 SK E&S가 보유하고 있던 중국 민영도시가스업체 차이나가스홀딩스 지분도 내다 팔아 1조814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추가 확보했다.


회사채 발행도 늘리고 있다. 2월 SK하이닉스(1조600억원)을 시작으로 거의 매달 계열사들의 회사채 발행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이후 SK에너지가 5500억원, SK루브리컨츠 3000억원, 이달 말엔 SK머티리얼즈가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설 예정이다. 기업공개(IPO)도 현금확보 방법 중 하나로 활용되고 있는데, SK는 SK바이오팜에 이어 SK아이이티테크놀로지 상장도 추진할 계획이다. 


㈜LG는 4대그룹 가운데 현금(2조1168억원) 규모는 가장 적다. 하지만 LG 역시 작년 말보다 11% 이상 끌어올리며 미래 대비에 나서는 모습이다. LG가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합쳐 2조원대 현금을 보유하긴 5년래 이번이 처음이다. 


LG 역시 금융기관 예치금을 줄이고, 관계기업 투자 처분 등의 방법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LG는 1분기 1610억원 규모의 예치금을 줄이고 30억원 규모의 파생상품도 처분했다. 또 관계기업 투자 처분을 통해서도 46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연결 자회사엔 포함되지 않지만 지난 2월 LG전자 등 계열사가 공동보유하고 있던 중국 베이징 트윈타워 지분을 1조3700억원대에 매각하고, 최근엔 LG화학이 약 1조3000억원을 받고 중국업체에 LCD 편광판 사업 일체를 넘겼다. LG디스플레이도 가동을 중단한 구미 사업장 부지 매각을 추진중이다. 


◆ '위기가 기회' 일제히 미래 투자 속도전 


재계는 현재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지만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는 기존 계획대로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4대 그룹 핵심 계열사 3곳(각각 비연결 법인)을 중심으로 한 1분기 R&D 투자현황만 봐도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기 전인 작년보다 크게 늘었다.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물산 등 3사는 전년대비 R&D 비용을 총 3294억원 늘렸다. 비중으론 삼성물산이 51.4%, 삼성SDI가 14.7%, 삼성전자가 6.5% 순으로 나타났다. 3사 평균으론 7.0%다. 


현대차그룹 역시 R&D 투입 비용을 확대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2025 전략'을 통해 6년간 전기차 부문에만 10조원을 투입한다고 공언했고, 기아차 역시 올해 '플랜S'를 발표하며 6년간 29조원 투자계획을 밝혔었다. 실제 기아차(약 3819억원)는 올 1분기 R&D 비용을 20.0% 늘렸고, 현대차(6010억원) 역시 16.6% 증액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모비스를 포함한 3사 평균 증가율은 12.7%다. 


4대 그룹 가운데 현금 확대 비중이 가장 높았던 SK그룹은 주요 계열 3사의 R&D 비용 확대 폭도 가장 컸다.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네트웍스 등 3사의 1분기 R&D 비용 총액은 1832억원으로 전년대비 16.0%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SK하이닉스를 연결 자회사로 두고 있는 SK텔레콤이 차지하는 비중이 61.1%에 달한다. 


LG전자와 LG화학, LG유플러스 등 LG그룹 핵심 계열사들도 전년대비 적게는 2%대에서 많게는 15%대로 R&D 투자 규모를 늘렸다. 3사의 R&D 비용 총액은 1년 전보다 11.7% 늘어난 1조3693억원이다. 


4대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 들이는 기업들의 곳간이 말라가고 있다"면서 "당분간 유동성 확보가 경제계 화두가 되겠지만, 동시에 미래 대비를 기술개발 등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포스트 코로나 시점엔 세계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현재 각 기업마다 확대해 나가고 있는 유동성은 그 때 시장 재장악을 위한 인수합병(M&A) 등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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