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그룹이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지리자동차 등 투자 후보들이 KDB산업은행의 자본참여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산은은 외국계 업체로 분류된 쌍용차에 자금을 투입할 명분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산은은 마힌드라에 대주주로서 책임감을 강조할 전망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쌍용차는 최근 삼성증권과 유럽계 투자은행(IB) 로스차일드를 매각주관사로 선정, 국내외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쌍용차 투자의향을 타진하고 있다.
마힌드라는 쌍용차의 지분을 매각하기보다 유상증자 방식으로 신규 투자자를 유치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마힌드라가 쌍용차 지분 51%를 초과 보유해야만 외국계 금융회사의 대출 상환을 연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외국계 금융회사들은 마힌드라가 쌍용차 지분을 51% 이상 보유하는 조건으로 대출을 승인해준 바 있다.
쌍용차가 1년 이내 갚아야 할 3899억원 중 1670억원이 BOA, JP모건, BNP파리바 등에게서 빌린 자금이다. 따라서 새로운 투자자가 2000억~3000억원 수준의 자금을 유상증자 방식으로 투입하면 마힌드라는 쌍용차 지분 51% 이상 보유 조건도 지키면서 대출금 상환 연기까지 얻어낼 수 있다.
문제는 투자 후보들이 산은도 쌍용차 유증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투자하겠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도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다. 쌍용차 투자에 관심을 내비치는 곳은 중국의 지리자동차, 비야디(BYD), 베트남 기업 등이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중국 지리자동차 등 신규 투자자들이 산은도 유증에 참여하길 원하는 것으로 안다"며 "산은도 내부적으로 고민이 크다"고 전했다.
마힌드라는 지난 4월 산은 지원을 전제로 23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나 산은이 지원 의사를 내비치지 않아 투자 계획을 철회했다. 겨우 400억원만 지원하는 데 그쳤다.
지원 요청을 외면했던 산은이 이번 쌍용차의 유증에 참여할 지는 미지수다.
금융당국도 산은의 유증 참여를 압박할 명분이 없다. 쌍용차의 대주주는 외국계인 마힌드라인 데다 GM대우처럼 산은이 일부 지분을 보유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또 다른 관계자는 "산은의 쌍용차 지원 문제는 자칫 세금이 투입된다는 우려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쌍용차 스스로 회생 의지를 보이는 모습도 필요한데 그렇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동걸 산은 회장의 선택에 달린 셈이다.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신규 투자자를 영입하면 이 회장도 쌍용차의 신규 투자자와 협의해 유증 참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도 대주주의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이미 쌍용차 노조도 마힌드라의 감자(減資)를 요구한 상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도 정무적으로 쌍용차의 경영난을 막아야 하고, 쌍용차도 내부적으로 자구안을 만들고, 마힌드라도 대주주의 책임감을 보여야 하는 등 맞출 퍼즐이 많다"며 "신규 투자자가 결정되면 이 회장도 내부 협의를 통해 합리적 구조를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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