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IB전략 톺아보기
형제들과 '대어 낚시' 집중하는 농협銀
④뼈아픈 실패 딛고 반등
이 기사는 2020년 07월 02일 11시 3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금리 장기화 시대를 넘어 제로금리 일상화 시대로 접어든 요즘.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국내 은행들은 앞다퉈 투자은행(IB) 부문을 키우고 있다. 과거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돈을 빌려주거나 해외 진출 기업의 외화 조달을 돕는 수준에서 벗어나 현재는 런던과 뉴욕·홍콩 등 데스크를 설치, 딜(deal)을 직접 발굴하고 완료하는 수준에까지 도달했다. 이 과정에서 은행권 안팎의 관계자들을 놀라게 만든 딜들도 여러 건 있었다. 올해 초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딜 발굴부터 협상, 완료에 이르기까지 IB 전 과정에서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IB부서는 여전히 바삐 움직이고 있다. 팍스넷뉴스는 은행권 IB부문 담당자들을 만나 현재 상황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전략들을 살펴본다. 




[팍스넷뉴스 양도웅 기자] 농협은행은 주요 은행 중에서 유독 '우량자산 위주의 보수적 투자 기조'를 취하기로 유명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대어(大魚)만 노린다"고 표현할 정도다. 



이 같은 농협은행의 IB전략은 과거 '뼈아픈 실패'가 만든 경영전략이 투자전략에도 그대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농협은행은 조선·해운업 분야에서 발생한 수조원대 규모의 부실채권을 털어내기 위해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쌓고 해당 채권을 매·상각하는 '빅 배스(Big Bath)'를 단행했다(주요 매·상각 시점은 2017년). 이에 따라 2016년 농협은행은 순이익이 전년대비 66.8% 줄어드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후 농협은행은 전사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매달렸고, 2년 만에 사상 처음으로 당기순이익 1조원대 돌파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 과정에서 그간 손실 우려로 적극 나서지 못했던 IB사업에도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 투자자산 규모를 10조원대(올해 2월 말 기준)로 늘렸다. 빅 배스 이전인 2014년 대비 27.5%(약 2조원)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투자이익도 135%가량 늘어났다.


◆ 계열사 간 협업의 힘···빅 배스 후 매년 10건 이상 딜 클로징


농협은행은 빅 배스 이후인 2017년부터 매년 10건 이상의 딜 클로징을 성사시켰다. 농협은행이 빅 배스로 사실상 국내 IB업계에서 후발주자 위치에 서게 된 점을 고려하면, 큰 물고기를 포획하는 데 집중하는 전략은 꽤나 유효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농협은행의 한 관계자는 "우리의 IB전략이 두드러진 사례는 ▲오성 열병합발전소 지분인수 및 리파이낸싱 공동 금융주선 ▲미국 닐스(Niles) 가스복합화력발전소 일부 금융주선 ▲효성 베트남 폴리프로필렌(PP)플랜트 건설사업 공동 금융주선 등을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부 지난해 진행된 건이고 금융주선한 규모가 모두 한화 5000억원을 넘어선다. 


현재 단독 금융주선 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는 국내 한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의 규모도 최소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은 성장엔 계열사 '형제'들의 도움도 컸다. 대규모 부실채권을 털어내느라 가용 자원이 적을 수밖에 없었고, 사실상 후발주자나 다름없어 IB 관련 전문 인력 또한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증권사 중 인수금융 최강자인 NH투자증권으로부터는 네트워크와 구체적인 투자 전략 자문을, 농협생명·손해보험 등으로부터는 자금 수혈을 제공받았다. 


이 관계자는 "2016년 지주사 주도로 CIB추진협의회를 조직, 계열사들이 함께 우량 딜을 발굴하고 공동 투자하고 있다"며 "이같이 계열사들이 힘을 합치면서 '풍부한 자금력'이 농협은행을 포함한 우리 그룹의 강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네트워크를 유지 및 확대하고 업무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IB부문 직원들의 순환근무를 최대한 배제하고 있다"며 "직원들이 전문인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환경 조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출처=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 大洋 진출 시동···내년까지 뉴욕 IB데스크, 홍콩·시드니 지점 개설


농협은행은 현재 '낚시 포인트'를 전 세계로 확대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초 일찌감치 투자금융부 내 해외투자금융단을 신설,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사전 조치를 취했다. 인력도 20% 이상 늘렸다. 


해외 IB사업 확대를 위해 진열을 정비한 농협은행의 시선이 머무는 곳 중 하나는 호주다. 호주는 대형 공공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가 민관협력사업(PPP)으로 자주 이뤄지는 곳이다. 최근 국내 건설사와 은행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의향서를 제출한 호주 PPP 프로젝트도 사업비가 5조원을 웃돈다. 안정적인 우량자산을 제1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는 농협은행의 전략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농협은행의 다른 관계자는 "호주는 선진화된 금융시스템과 안정적인 국가 환경 등 매력도가 높은 시장"이라며 "향후 호주의 풍부한 인프라 딜에 참여하고 기업 대상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현재 IB사업 중심의 지점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드니에 개설될 농협은행의 호주 지점은 그룹 내 다른 계열사의 호주 진출을 돕는 채널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아울러 농협은행은 내년 안으로 이미 지점이 개설돼 있는 미국 뉴욕에는 IB데스크를 설치하고, 홍콩엔 신규 지점을 개설하는 등의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미국과 홍콩, 호주, EU 등 선진 금융시장으로 IB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목표를 갖고 있다"며 "또한, 향후 투자자산이 크게 늘 것에 대비해 투자금융 지원시스템(IBSS)을 고도화하는 등 투자금융 업무 전 단계에 걸친 내부통제 프로세스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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