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M&A
딜 무산되나…제주항공 "지급 보증 등 해결하라"
"10영업일안에 미해결시 계약 해지 가능" 통보


[팍스넷뉴스 권준상 기자] 우려가 현실이 될 조짐이다. 원매자인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측에 최후통첩을 보내면서 인수합병(M&A)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제주항공은 지난 1일 이스타항공에 10영업일 안에 타이이스타젯 지급보증 등 인수·합병(M&A)을 위한 선결조건을 이행하지 못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선결조건에는 타이이스타젯 지급보증 등의 해결을 거듭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며 "이러한 선결조건들이 미해결될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점을 피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현 시점에서는 선결조건 이행을 다시 촉구했기 때문에 미해결됐을 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는 조심스럽다"라고 설명했다.  


제주항공이 요구한 선결조건은 타이이스타젯 지급보증 조업료와 운영비 등 연체한 각종 미지급금 등 약 800억원 규모다. 


앞선 제주항공 관계자는 "금액을 특정하지는 않았다"며 "딜의 진척을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들이 조속히 해결돼야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이스타항공 2019사업연도 사업보고서)


제주항공은 이미 인수합병 관련 선결조건으로 베트남 등 해외기업결함심사와 타이이스타젯 지급보증 관련 문제의 해결을 계속해서 요구했던 상황이다. 이스타항공은 항공기 리스사와 태국 항공사 타이이스타젯의 항공기 임차에 따른 채무와 책임에 상응하는 금액을 보증하는 계약을 맺었다. 보증금액은 약 3100만달러(한화 약 378억원)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타이이스타젯은 지난 2017년 이스타항공의 태국 현지 총판과 타이캐피탈이 합작·설립했다. 이스타항공은 연초부터 리스비와 관리비 등 매달 100억원대의 고정비도 연체되고 있고, 임직원에게 미지급한 체불임금도 약 25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은 당장 수백억원의 자금을 마련할 처지가 못 된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모든 항공기 운항이 멈춘 '셧다운' 상황으로 제주항공이 지적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지급여력이 없다. 운항을 중단한 기간도 60일을 초과해 항공운항증명(AOC) 효력도 정지됐다. 현장 점검 등 안전검사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해당 효력을 회복할 수 있지만 이스타항공은 아직 관련 절차에 나서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제주항공의 이번 입장표명은 사실상 이스타항공의 인수를 포기하는 성격이 짙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해 항공업황이 침체됐고 언제 회복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추가 비용 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무리하게 이스타항공의 인수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를 확보히 한 것으로 읽힌다. 실제로 제주항공 내부에서는 "이스타항공이 스스로 딜 포기를 선언했으면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던 상황이다. 


제주항공은 당장 2분기 실적을 고민해야 될 처지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연결기준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2% 감소한 1810억원, 영업손실 47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의 현금·현금성자산은 약 680억원, 현금화 가능한 단기금융자산까지 포함시 약 1000억원인데, 2분기 고정비만 약 635억원에 달해 보유 현금 여력은 다소 미비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이미 이스타항공의 인수를 서두르지 않고 있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지난해 말 맺은 뒤 올해 3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제주항공은 이행보증금 약 115억원을 제외한 잔금 약 430억원을 4월말까지 납입할 예정이었지만, '주식매매계약서에 의거해 미충족된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돼 상호합의하는 시점으로 변경했다. 


최근에는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에 인수대금 약 110억원을 깎아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제주항공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말 이스타항공이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제주항공이 추천한 인사를 신규 이사와 감사로 선임하려했지만, 체불임금 등의 문제로 딜에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후보자 명단을 제출할 수 없다며 협조하지 않았다. 


제주항공의 딜 파기 가능성 시사에 이스타항공은 혼돈에 빠졌다. 현 시점에서 이스타항공이 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제주항공으로의 인수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부터 셧다운에 돌입한 이스타항공은 올해 1분기 약 41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총 23대의 항공기 기운데 8대의 리스항공기를 반납했고, 계약직을 포함해 약 570명의 인력을 감축했지만 자력으로 현재의 상황을 해결할 수 없는 처지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가 "제주항공이 진정성을 가지고 인수작업을 서둘러 주기를 1600명 임직원들과 함께 강력하게 촉구한다"라고 밝힌 데에도 이러한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 


마땅한 자구책을 마련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정부지원을 받기도 녹록치 않다. 앞서 국토부 관계자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딜 진행 상황을 보면서 추가 지원 여부를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 김유상 전무(경영관리 총괄)에 수차례 입장을 요구했지만 어떠한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홍보인력 전원이 퇴사한 상황으로, 김유상 전무가 이번 딜과 관련된 이스타항공의 입장 등을 전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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