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상사
코너 몰린 사업, 판토스로 위기 탈출
② 에너지·무역 변동성 커지자 물류사업 완충역할
종합상사는 1990년대까지 국내기업들의 수출 창구 역할을 하며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폭넓은 해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생필품부터 군사용품까지 손을 거치지 않은 제품이 없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이 자체 수출역량을 갖추면서 점점 설자리를 잃고 있다. 매출은 물론 수익성까지 저하, 종합상사만이 할 수 있는 사업 발굴에 여념이 없다. 국제 유가 하락, 코로나19 등으로 글로벌 경제환경이 더욱 불투명해진 가운데 국내 종합상사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진단해 본다. 

[팍스넷뉴스 정혜인 기자] 자원개발·무역 등 기존 사업의 불안정한 수익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LG상사는 2015년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할 새로운 사업을 찾았다. 이때 눈에 띈 회사가 범LG가(家)가 운영하던 물류 회사 판토스(당시 범한판토스)다. LG상사는 고심끝에 판토스를 인수했고 PMI이후 차차 핵심 사업부로 성장했다. 판토스는 LG 계열사 매출을 확대하면서 안정적으로 성장, LG상사 연결 영업이익의 8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판토스는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둘째 동생인 故 구정회 일가가 1997년 설립한 범한흥산에서 시작했다. LG 계열사 물량을 기반으로 그야말로 폭풍 성장했다. 2001년 LG화학의 해외물류팀을 인수하며 LG화학을 주 거래처로 끌어들였고, 2002년에는 LG전자와의 계약을 이끌어내면서 지금의 거래선을 만들어나갔다.


LG상사는 2015년 5월, 판토스 지분 51%(매각 전 조원희 회장과 구본호씨 총 97% 지분 보유)를 약 5000억원에 취득했다. 인수자금 마련은 수월했다. LG상사의 2015년 개별 기준 현금성자산은 2964억원에 달했으며, 2015년 한 해 동안 창출한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070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으로 여유자금을 추가 확보한 뒤 판토스를 인수했다.


인수 직후 LG상사는 판토스를 통해 하이로지스틱스를 인수해 사업 역량을 한층 강화했다. '해상과 항공' 운송에 특화된 판토스와  '육상' 운송을 전문으로 하는 하이로지스틱스가 만나 육·해·공을 모두 아우르는 사업구조를 갖추도록 한 셈이었다.


판토스의 실적은 LG상사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로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주요 거래선이었던 LG전자와 LG화학의 계열 매출이 증가하면서 판토스의 외형이 확대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2015년 각각 1조5020억원, 2694억원이었던 LG전자와 LG화학으로부터의 매출은 2019년 1조9004억원, 7436억원으로 증가했다.


하마터면 하락세의 길을 걸을 수 있었던 LG상사 역시 판토스로 한숨을 돌렸다. 무역업의 수익성이 낮아진 가운데 야심차게 진출했던 자원개발 사업이 급격하게 하향세를 걸었던 2015년, 물류업 진출로 터닝포인트를 마련한 것이다. 


LG상사 영업이익(연결)은 2014년 1720억원에서 817억원으로 주춤했다가, 2016년 다시 1741억원으로 회복했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2015년과 2016년 각각 산업재(무역) 부문은 1165억원, 722억원, 에너지 부문은 마이너스(-) 886억원, 27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물류부문은 2015년과 2016년 각각 538억원, 74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더라도 무역부문 영업이익은 315억원으로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으며, 심지어 에너지 부문은 시황 악화로 87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반대로 물류부문 영업이익은 1120억원으로 1000억원대를 넘어섰다. 


물류사업이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2016년 43%, 2017년 35%에 불과했던 해당사업부의 영업이익 비중이 2018년 58%, 2019년 76%까지 증가하면서 LG상사의 핵심 사업부 역할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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