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의 진실
제도 허점 이용한 사기···수탁사 해명도 '논란'
③'법적 문제 없다' 강조···선관주의 의무 위반여부 주목
이 기사는 2020년 07월 07일 16시 3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른바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는 자본시장 시스템의 허점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사기 사건으로, 예상치 못한 유럽 금리 변동에 손실이 발생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나 단기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부실 자산을 매입하고 폰지 사기 등에도 연루된 라임자산운용 사태와도 다르다. 판매사, 수탁은행, 사무수탁사 등을 서류 위조로 감쪽같이 속이고 수천억원을 3년 가까이 제멋대로 굴려댔다. 하지만, 시스템의 허점을 탓하기 전에 중간에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는 과정도 있었다. 그 확인 단계도 놀라울 만큼 간단하다. 이에 따라 팍스넷뉴스는 옵티머스 사태의 진정한 사실이 무엇인지 짚어본다.



[팍스넷뉴스 이규창 기자] 옵티머스자산운용(이하 옵티머스)은 연 3% 정도의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펀드를 설계했다. 해당 펀드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외형상 손실 위험도가 낮은 펀드다.


하지만 옵티머스는 펀드 제안서에 적혀있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아닌 대부업체, 부동산컨설팅업체 채권 등 장외 부실 사모사채를 사들였다. 옵티머스는 이 과정에서 온갖 서류를 위조했다. 수탁은행과 사무수탁사, 판매사를 속여야했기 때문이다.


하나의 펀드가 판매되기까지 펀드의 자산을 보관 및 관리하는 수탁은행과 펀드의 자산 평가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관리하며 펀드 가격 산출업무 등을 수행하는 사무수탁사, 운용사와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하고 펀드 판매업무를 담당하는 판매사 등의 손을 거쳐야 한다. 옵티머스 펀드의 수탁은행은 하나은행이고 사무수탁사는 예탁결제원, 판매사는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케이프투자증권, 대신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이다.


여기서 판매사는 펀드의 투자 대상까지 검증하지 않는다.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적힌 예탁원 명의의 펀드 내역서를 받았기 때문에 따로 확인할 의무나 필요가 없다. 한마디로 NH투자증권 등 판매사들은 수탁은행과 사무수탁사를 통해 '세탁된' 펀드 내역서를 믿었고 제대로 발등이 찍힌 셈이다.


논란은 수탁은행인 하나은행과 사무수탁사인 예탁원에서 벌어진다.


이상한 자산이 편입됐는데···


옵티머스 펀드 자산을 보관·관리한 하나은행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아닌 무보증 사모사채가 대거 편입됐는데도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펀드 약관과 실제 운용이 다른데도 별다른 관심과 조치를 취하지 않은 셈이다.


자본시장법 제247조에는 펀드 재산을 보관·관리하는 수탁사는 운용사의 운용지시 및 행위가 펀드 규약이나 투자설명서 등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확인토록 하고 철회나 변경, 시정을 요구하도록 명시돼 있다. 다만, 지난 2015년 금융위원회가 사모펀드에 대해서는 이러한 수탁사의 감시의무 면제 특례조항(자본시장법 제249조 8)을 뒀다.


따라서 하나은행으로서는 운용행위감시 대상 펀드가 아니라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러나 하나은행 이전에 수탁은행이었던 기업은행이 옵티머스운용 측에 자산 관련 서류를 요청하자 옵티머스운용은 수탁은행을 하나은행으로 변경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은 "옵티머스 측과 맺은 신탁계약서상 투자대상 자산이 '첫째 국내에서 발행된 채권, 둘째 기업의 공공기관 매출채권에의 투자, 셋째 금융기관에의 예치'로 돼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감시 의무도 없을뿐더러 국내 발행 채권이 명시된 만큼 편입 자산의 문제점을 알 수 없었고 계약상 편입 자산 인수를 지시하면 따르게 돼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장의 한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법상 운용행위감시 의무로부터 자유롭다고 해도 펀드 자산을 보관·관리하는 수탁사로서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는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자본시장법 제244조 선관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만만한 예탁원?


금융투자협회 규정상으로 사무관리회사는 매월 신탁회사와 증권 보유내역을 비교해 이상 유무를 점검하고 증빙자료를 보관해야 한다. 이를 옵티머스 사태에 대입시키면 예탁원이 하나은행과 옵티머스 펀드의 자산 내역을 비교하고 검증해야 한다는 말이다. 다만, 자본시장법상으로는 해당 규정은 투자신탁(신탁형)이 아닌 투자회사(회사형)에만 적용된다. 옵티머스 펀드는 투자신탁에 해당되기 때문에 예탁원도 하나은행과 마찬가지로 법적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구멍이 있다. 한마디로 예탁원은 펀드 자산이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옵티머스 측이 예탁원에 보낸 서류 가운데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아닌 무보증 사모사채 인수계약서가 첨부됐는데도 예탁원은 펀드 자산에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등록한 것으로 속속 확인되고 있다. 하나은행과 마찬가지로 선관주의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다.


게다가 예탁원이 아닌 펀드 사무관리 전문 민간회사들은 펀드 자산을 검증하는 별도 부서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회사들은 투자신탁과 투자회사를 구분하지 않고 나름대로 검증을 수행한다는 의미다. 옵티머스 측이 제대로 펀드 자산을 검증하지 않는 예탁원을 사무수탁사로 택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예탁원 측은 이러한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예탁원의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경우 사무수탁사가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 게 아니다"며 "운용사들이 편입 자산의 기준가 산정 등의 업무를 1대 1 계약을 통해 사무수탁사에 의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편입 자산의 등록명도 운용사가 지정해 주는 데로 따르고 운용사로부터 받은 정보를 토대로 기준가를 산정해 운용사에 알려주는 업무만 수행하는 것"이라며 "사모사채 인수 계약서 등을 확인해야 하는 과정은 업무 외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장의 다른 참가자는 "옵티머스가 자본시장 시스템의 허점을 노골적으로 이용한 사기극이라는 점에서 금융감독당국의 책임이 크다고 볼 수 있지만, 수탁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의 안일한 행태가 그 허점을 너무 크게 만들어 놓은 면도 부인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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