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현기 기자] 미국무역위원회(ITC)가 메디톡스와 대웅제약간 보툴리눔 균주 도용 소송에서 메디톡스 손을 들어주는 권고안을 내면서 양사 실적 전망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ITC 재판부는 지난 7일 "대웅제약이 메디톡스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대웅제약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에 대한 수입금지 10년 결정을 내렸다. 대웅제약은 ITC 행정판사의 예비 판결은 구속력 없는 단순 권고라며 무게감을 낮추고 있으나, 시장은 즉각 반응하고 있다.
우선 승자 메디톡스는 바닥을 찍고 다시 오름세를 탈 것으로 분석된다. 메디톡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메디톡신주, 메디톡신주 50단위, 메디톡신주 150단위 등 3개 품목에 대해 지난달 25일자로 허가 취소하면서 코너에 몰렸다. 당시 주가도 하루에 20%나 빠져 12만원까지 내려갈 정도였다.
이번 ITC 예비판결 승소를 통해 해외 시장 개척에 가속도를 붙이는 것은 물론, 금전적인 실익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14일 식약처 허가 취소 가처분 소송에서 이길 경우, 올 하반기 보폭이 더욱 넓어진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ITC 소송 승리로 많은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판단된다"며 "메디톡스 영업가치에 대한 주가수익비율(PER) 멀티플을 기존의 20배로 재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매출 및 영업이익 확대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다는 얘기다.
선 연구원은 아울러 855억원(2018년)→257억원(2019년)→102억원(2020년 예상치)으로 내려가던 메디톡스의 영업이익도 내년부터 314억원(2021년)→530억원(2022년)으로 다시 재상승할 것임을 예측했다.
반면 패한 대웅제약은 '나보타'의 미국 내 판매 금지 확률에 따른 실적 저하 가능성을 비롯해 ITC 본소송 비용 상승, 손해배상 청구 확률까지 더해져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소송 관련 비용 부담, 소송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 등에 따라 하반기 이후 추정 실적을 크게 하향 조정한다"며 "2020년(올해) 및 2021년(내년) 연간 매출 추정치를 기존 대비 6%, 9%로 각각 내린다. 영업이익은 올해 82%, 내년 66%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냉정하게 진단했다. 이달미 SK증권 연구원 역시 "나보타의 가치를 실적 예상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다"며 "항소에 따른 소송비용 발생을 고려, 2020년 및 2021년 영업이익을 각각 23.0%, 3.9% 내린다"고 전했다.
대웅제약의 패소는 나보타를 미국에서 판매하는 파트너 에볼루스의 급격한 실적 하락까지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예견하듯 에볼루스는 ITC 예비 판결이 나온 뒤 첫 날인 7일 주가가 전날보다 27.44%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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