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코크 말고 기내식' 한앤컴퍼니의 노림수는?
기내식 기반 신사업 관건…대한항공-한앤코 간 주주간계약이 거래 종결성의 핵심


출처 = 대한항공 홈페이지


[팍스넷뉴스 심두보 기자] 한앤컴퍼니가 대한항공의 기내식 사업과 기내면세품 판매사업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일 대한항공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한앤컴퍼니가 코로나 19 사태로 위기에 직면한 사업을 인수하려는 배경에 관련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내식 기반 新사업 모색하나


2019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기내식 제조 및 판매 등을 통해 벌어들인 매출액은 910억원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다른 항공사에 기내식을 납품한 수치다. 실제 기내식 사업의 매출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크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해 2783만 4934명의 여객을 실어 날랐다. 여객당 기내식 매출을 최저 1만원에서 1만 5000원 수준으로 가정하더라도 기내식 사업부의 매출은 3000억원에서 4500억원에 달한다. 그야말로 알짜사업이다.


그러나 코로나 19 사태 이후 판도는 180도 바뀌었다. 1월 235만명이던 대한항공의 여객은 2월 138만명으로 급감했다. 3월과 4월의 여객은 38만명과 28만명에 그쳤다. 5월부터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긴 하다. 5월과 6월 여객 수는 모두 39만명이다. 그러나 2019년 월평균 여객 수인 232만명에는 턱없이 모자라다.


코로나 19 사태로 여객 수가 코로나 이전의 시기만큼 회복될 때까지 얼마의 시간이 필요한지를 아는 사람은 없다. 그만큼 불확실성에 크게 노출된 것이다. 코로나 19가 재유행할 경우, 그나마 회복된 여객 수도 다시 감소할 위험도 있다.


그럼에도 한앤컴퍼니가 대한항공과 빅딜에 나선 배경의 힌트는 '신세계푸드'에 있다. 올해 한앤컴퍼니가 신세계와 신세계푸드 M&A를 두고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가치에 대한 시각 차로 결국 거래는 무산되었지만, 당시 한앤컴퍼니는 가정간편식(HRM)를 눈여겨봤다는 후문이다.


기내식과 HRM은 유사하다. CJ제일제당은 햇반 등 밥에서 확대해 2018년부터 고급 가정간편식 라인인 고메 브랜드까지 확대했다. 맘스터치로 유명한 해마로푸드서비스는 지난 2017년 기내식 사업에 진출했으며, 동원F&B는 2004년 대한항공 기내식으로 선정됐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장 놀고 있는 시내식 사업부의 주방과 인력 등을 단기간 내에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이 한앤컴퍼니에겐 필요하다"며 "기내식을 가정간편식으로 연결해 유통 혹은 배달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출처 = 라한호텔 홈페이지


◆라한호텔과 면세업 간 연결고리


라한호텔은 한앤컴퍼니가 투자한 고객과 가장 가까운 포트폴리오다. 한앤컴퍼니는 2017년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라한호텔(구 호텔현대)를 2000억원에 사들였다. 2018년엔 라한호텔전주(구 호텔르윈)와 라한호텔포항(구 베스트웨스턴호텔)을 각각 1000억원과 600억원 안팎에 인수했다. 라한호텔은 현재 경주와 울산, 목포, 포항, 전주, 강릉에 호텔을 두고 있다. 라한호텔은 2019년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570억 9000만원 규모의 리모델링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앤컴퍼니의 호텔에 대한 과감한 투자 이후 코로나 19 사태가 닥쳤다.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급감하고 사람들의 이동이 제한되면서 호텔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2019년 162억원(연결기준)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올해 1분기 무려 33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라한호텔처럼 지방에 호텔 등 레저시설을 두고 사업을 영위하는 코스닥 상장사 아난티 역시 올해 1분기 215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냈다.


면세점과 호텔을 모두 운영하는 호텔신라 역시 1분기 668억원(연결기준) 영업손실을 봤다. 이 회사는 무려 295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1분기 서울과 제주, 그리고 신라스테이의 투숙률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26%, 30%, 18% 하락했다. 면세점 매출액도 전년동기대비 27.5% 감소했다.


그럼에도 호텔과 면세사업 간 시너지는 기대된다. 우리나라 대표 호텔 사업자인 호텔신라도 지난해 세계 1위 기내면세사업자인 3식스티의 지분 44%를 1460억원에 인수했다. 면세사업과 호텔은 공통의 고객을 두고 있으며, 마케팅 채널을 함께 사용함으로써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정몽규 HDC 회장도 지난해 11월 12일 열렸던 아시아나 우선협상자 발표 기자회견에서 "(아시아나의) 면세사업에서 물류나 구매 측면에서 분명 시너지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풋·콜 옵션 등 거래 조건이 핵심


급전이 필요한 대한항공이 핵심 사업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사업부를 매물로 내놓으면서 한앤컴퍼니는 재무적 투자자로서 희소한 기업을 포트폴리오에 담을 수 있게 됐다. 다만 한앤컴퍼니가 사업부 전체를 옵션계약이 없이 사들이는 것은 부담스럽지 않겠느냐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대한항공이 일부 지분을 남기고, 주주 간 계약을 통해 지분을 되사는 콜 옵션과 상대에게 팔 수 있는 풋 옵션, 혹은 우선매수권 등 금융기법을 적절히 활용할 것이란 추정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기내식과 기내면세품 판매 모두 대한항공에 의존적인 사업이다. 마냥 사업부를 깔끔하게 떼 낼 수 없기도 하다. 100% 진성 매각은 한앤컴퍼니나 대한항공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앤컴퍼니가 대기업과 함께 손발을 맞춘 건 처음이 아니다. 한앤컴퍼니는 2014년 한국테크놀로지그룹(구 한국타이어)와 함께 자동차 공조부품 기업 한온시스템을 함께 인수했다. 인수 후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는 지분을 각각 50.5%와 19.49%를 보유하게 되었으며, 한국타이어는 한앤컴퍼니 지분에 대해 우선매수권을 확보했다. 한앤컴퍼니는 SK와는 SK D&D, SK엔카, SK해운 등 여러 거래를 연속적으로 진행해 그룹의 불편한 지점을 기회로 활용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담당이 산업은행의 기업금융실에서 구조조정본부로 넘어가기 전에 자금 문제를 해소하고자 하는 니즈와 대형 사모펀드의 투자처 발굴 니즈가 맞물려 이번 대형 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 4월 1조 2000억원을 대한항공에 지원했고, 대한항공은 이에 상응하는 자구책을 제시했다. 이어 대한항공은 지난 2일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심의회로부터 1조원의 추가지원도 약속받았다. 대한항공은 한앤컴퍼니와의 MOU 체결 공시 하루 후인 7월 8일 유상증자 결정 공시를 냈다. 이번 유상증자로 새로 발행되는 주식은 7936만 5079주로, 총 1조 1269억원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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