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종합상사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사업다각화에 목매는 이유
②지배구조·승계 핵심이자 그룹 '미래먹거리' 양성소
종합상사는 1990년대까지 국내기업들의 수출 창구 역할을 하며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폭넓은 해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생필품부터 군사용품까지 손을 거치지 않은 제품이 없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이 자체 수출역량을 갖추면서 점점 설자리를 잃고 있다. 매출은 물론 수익성까지 저하, 종합상사만이 할 수 있는 사업 발굴에 여념이 없다. 국제 유가 하락, 코로나19 등으로 글로벌 경제환경이 더욱 불투명해진 가운데 국내 종합상사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진단해 본다. 
정몽혁 현대코퍼레이션그룹 회장


[팍스넷뉴스 정혜인 기자]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이하 현대코퍼)는 정몽혁 회장이 이끄는 현대코퍼레이션그룹 내에서 '미래 먹거리 개발'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브랜드 라이선싱 사업'이라는 캐시카우에서 창출한 현금은 다양한 신사업에 투자되며 사업 다각화를 위한 노력으로 이어진다.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는 현대종합상사로 대표되는 '현대코퍼레이션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 기업이다. 핵심 사업회사인 현대종합상사 지분 19.37%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가 처음부터 현대종합상사의 최대주주였던 것은 아니다. 현대중공업 지배를 받고 있던 현대종합상사는 현대그룹이 현대중공업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등으로 흩어지던 2015년, 사업부 중 브랜드관리사업과 육류사업을 분리하고 현대C&F(현 현대코퍼)라는 법인을 만들었다. 현대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종합상사 지분은 현대C&F에 넘겨졌다. 이 지분은 당시 현대종합상사를 이끌고 있던 정몽혁씨가 인수했다. 정몽혁 현대코퍼레이션그룹 회장은 정주영 회장이 가장 아꼈다는 다섯 째 동생 정신영 전 동아일보 기자의 장남이다. 정몽구 회장, 몽준 의원 등과는 사촌사이다.  '현대코퍼레이션그룹'의 시작은 여기서부터다. 


◆그룹 내 신사업 양성소…성과는 '글쎄'


현재 현대코퍼는 그룹의 미래사업을 담당하는 법인으로 커 나가고 있다. 이들이 집어든 무기는 '식량과 화장품'이다. 2014년(현대종합상사 시절) 캄보디아에 위치한 망고농장을 인수한 데 이어, 캄보디아산 열대과일 수출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농산물유통센터'를 설립했다. 농산물유통센터는 47℃ 이상의 증기로 멸균 처리하는 시설을 설립해 일본, 중국 등 엄격한 검역 조건을 요구하는 국가에 열대과일을 수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었다. 이외에도 글로벌 유통기업인 테스코(TESCO) 협력사인 영국의 '스미시 머쉬룸'을 지난해 말 인수하면서 버섯 재배 사업에도 진출했다.


자회사 '현대씨스퀘어'를 통해 화장품과 콘텐츠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홀리카홀리카, 더프트앤도프트, 아임미미(I'M MEME) 등 국내 뷰티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돕고 해외 현지 유통, 물류, 매장관리, 마케팅 등에 대한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현대씨스퀘어는 각종 전시와 콘서트 등을 개최하는 등 각종 콘텐츠 사업도 맡고 있다. 이외에도 인도차이나와 유럽 권역에 투자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현대인도차이나(HYUNDAI INDOCHINA, 2016년 설립), 현대유로파트너스(HYUNDAI EURO PARTNERS, 2018년 설립) 법인을 세우기도 했다. 


다만 현대코퍼가 한 해 거둔 영업이익 중, 신사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실제로 2019년 현대코퍼의 전체 영업이익은 93억원인 데 반해, 브랜드사업부문이 창출한 영업이익은 이보다 더 많은 115억원이다. 망고·식량·현대씨스퀘어 등이 포함된 기타부문이 3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브랜드사업의 실적을 깎아먹은 것이다. 2018년 역시 비슷했다. 브랜드 사업은 111억원의 영업이익을 창출했지만, 기타부문은 37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면서 전체 영업이익은 79억원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사업들이 인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거나 이제 막 가동한 터라, 사업성과에 대한 평가를 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정상 궤도 안착을 기대했던 일부 사업들이 갑작스러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코로나19)에 따른 타격이 예상되면서 실력 발휘가 어렵게 됐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사업의 성과가 부진하기는 하지만, 영업이익 비중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브랜드 라이선싱 사업이 캐시카우 역할을 하면서 큰 폭의 실적 하락을 막아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코퍼는 2007년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로부터 전자‧정보통신제품용 '현대' 해외 상표권을 인수했다. 이후 기존 현대전자와 거래하던 해외 바이어들이 판매하는 가전제품, 산업용 공구 등에 '현대' 상표권을 쓸 수 있도록 하는 브랜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정몽혁 일가 지배구조·승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신사업'


신사업 성과에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한국코퍼의 실적은 지배구조 문제와 뗄 수 없는 관계 때문이다. 정몽혁 회장은 그룹 지배 최상단에 있는 한국코퍼의 지분 18.95%를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은 43.29%로, 누나인 정일경씨가 0.6%, 자녀 3인(정현이, 정두선, 정우선)이 1.04%, 범현대가인 KCC, 한라홀딩스, HDC가 각각 12%, 2%, 2%씩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현대종합상사 임원으로 근무하며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정두선씨가 지난해부터 현대코퍼 주식을 계속해서 사들이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지난해 5월 처음 0.23%의 지분을 취득한 데 이어, 지속적인 주식 매수에 나서며 현재는 지분율을 0.54%까지 끌어올렸다. 이를 두고 정몽혁 일가가 승계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너 일가 입장에서 핵심 사업회사인 현대종합상사 지분 19.37%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코퍼는 '정몽혁→정두선'으로의 승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열쇠다. 정두선씨가 현대코퍼에서 우위의 지배력을 확보하기만 하면 그룹 전체를 경영할 수 있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한 해 40억원대의 배당금을 실시하고 있는 점 역시 지분 확대 실탄을 마련해야 하는 오너일가 입장에서 매력적인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라이선싱 외 다른 신사업들이 향후 양호한 성과를 낸다면, 그룹 전체의 외형을 늘림과 동시에 주주들에게 환원하는 이익도 커질 것"이라며 "정몽혁 일가가 지난해 승계 작업에 시동을 건 만큼, 배당금 확대를 위한 노력에 더욱 공을 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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