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의 진실
예탁결제원 사장의 설익은 해명 '뭇매'
⑤"사태 이해 부족..공공기관 책임회피에 급급"
이 기사는 2020년 07월 10일 17시 2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른바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는 자본시장 시스템의 허점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사기 사건으로, 예상치 못한 유럽 금리 변동에 손실이 발생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나 단기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부실 자산을 매입하고 폰지 사기 등에도 연루된 라임자산운용 사태와도 다르다. 판매사, 수탁은행, 사무수탁사 등을 서류 위조로 감쪽같이 속이고 수천억원을 3년 가까이 제멋대로 굴려댔다. 하지만, 시스템의 허점을 탓하기 전에 중간에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는 과정도 있었다. 그 확인 단계도 놀라울 만큼 간단하다. 이에 따라 팍스넷뉴스는 옵티머스 사태의 진정한 사실이 무엇인지 짚어본다.

[팍스넷뉴스 배지원 기자] 최근 예탁결제원이 옵티머스자산운용의 부실자산을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펀드 명세서에 등록한 것을 두고 이를 검증, 대조할 의무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 시선은 오히려 더욱 싸늘하다. 공공기관이 관리업무를 소홀히 한 데 대해 법적 해석을 놓고, 책임 회피를 위한 '무인보관함' 관리자 역할만 강조하는데 급급한 게 아니냐는 날선 지적이다. 


정치적 문제로까지 확산중인 옵티머스 사태에 지난 2월 수장에 오른 이명호 예탁원 사장이 설익은 해명으로 무리수를 두면서 오히려 이같은 의혹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의견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무인보관함' 관리자?…논란만 키운 꼴


이명호 예탁결제원 사장은 지난 8일 상장회사법 토론회에 참석해 예탁결제원의 사무관리 업무를 '무인보관함 관리자'에 비유했다. 폭발물을 맡긴 손님이 있다고 해서 세관, 보안의 의무가 없는 관리자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의미에서다.


'무인 보관함 관리업자'를 주장하고 나선 이 사장은 옵티머스가 운용한 펀드가 '투자회사'가 아닌 '투자신탁'인 만큼 사무관리회사인 예탁결제원으로서는 의무가 없다는 근거를 내밀고 있다. 예탁결제원으로서는 자본시장법이나 금융투자협회규정에 따라 투자신탁이 아닌 투자회사의 사무관리회사의 의무만이 적용받고 있어 해당 증권 보유내역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이다. 


자본시장법상 '투자회사'는 34차례나 등장한다. 하지만 실제 투자신탁이 펀드의 97%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투자회사에 대한 언급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예탁결제원의 주장대로 투자신탁과 투자회사간 구분이 명확하다면 일반사무관리회사에 대한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협회 규정은 실제 적용할 사례가 별로 없는 역할을 제도화시킨 유명무실한 조항으로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판매사, 수탁은행, 예탁결제원 간의 책임 소재가 분명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해석의 여지가 있는 법률을 근거로 책임을 회피하는 점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 사장의 비유를 들은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이 사장이 상황에 대해 제대로 보고받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예탁결제언 노조의 비판처럼 금융공기업에 대한 낙하산 인사 논란을 겪었던 만큼 이전 업무와 옵티머스와의 계약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않고 '무인보관함 관리자'와 같은 부적절한 비유를 꺼낸 것도 수많은 선의의 피해자를 두고 표현하기에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공기업 수장으로 대처능력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1963년생으로 경남 거창 대성고와 서울대 법대를 마친 이 사장은 행시 33회로 총무처, 재경부, 금융위 등을 거쳤다. 올초 예탁결제원 사장 후보로 나서기까지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으로 활동한 이력 탓에 예탁원 노조와 충돌을 겪기도 했다. 


◆ 예탁결제원, 시장 신뢰 스스로 지킬까 


이 사장의 비유와 함께 예탁결제원의 애매모호한 업무 범위 역시 시장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예탁결제원은 사태 초기부터 자본시장법이나 금융투자협회규정에서도 명시되지 않은 '계산사무대행사'의 역할을 내세우며 '계약서에 명시된 업무만의 수행'을 강조해 왔다. 옵티머스 펀드의 기준가격을 산정하는 단순 회계업무만 맡아왔다는 주장이다. 예탁결제원이 주장하는 '계산사무대행사' 역할은 아예 제도에 명시되지도 않은 용어다.


하지만 옵티머스와 체결한 계약이 알려진 이후 예탁결제원은 "해당 계약은 '포괄계약서'로 제공 가능한 서비스의 범위를 단순 나열한 것 뿐 계약에 있는 모든 업무를 위탁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운용사의 투자회사과 투자신탁 사무의 구분없이 한 번의 계약으로 업무를 위임받는 탓에 일반사무관리회사 계약을 체결했다는 주장이다. 


옵티머스는 과거 예탁결제원에 보낸 이메일에서 문제가 된 '아트리파라다이스 사채 투자 계약서'를 첨부하며 이를 각각 '부산광역시매출채11호', '한국토지주택매출채113호' 등 공공기관 매출채권의 종목명으로 등록해 달라고 요청했다. 예탁결제원은 옵티머스의 요구대로 부실자산을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등록하는 '단순' 회계업무만을 처리했다. 예탁결제원 입장에서는 검증이나 대조 의무가 없기 때문에 운용사의 요청을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금융투자협회규정이 투자회사와 투자신탁의 업무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고 볼 수 없어 추후 진위를 가려볼 여지가 있는 부분"이라며 "다만 부실자산 등록 책임을 두고 논란이 예고된 법령과 제도상 허점을 구분해 책임을 피하고자하는 행태는 금융공기관의 수장이 가질 적절한 태도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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