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프랜드 매각대금, 피씨디렉트에 투입됐나
자본금 1억 신설법인 USR, 영구채로 175억 조달
이 기사는 2020년 07월 13일 16시 5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권일운 기자] 바디프랜드 창업주 일가가 경영권 지분 매각 대금 가운데 일부를 코스닥 상장사 피씨디렉트 적대적 인수·합병(M&A)에 투입했다는 정황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피씨디렉트 적대적 M&A를 주도하고 있는 법인인 유에스알(USR)에 파격적인 조건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유에스알은 조경희 바디프랜드 회장의 둘째사위이자 실질적 사주인 강웅철 글로벌·메디컬·신사업 총괄 본부장의 동서로 알려진 송승호씨의 개인 회사로 납입 자본금이 1억원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지난 수년간에 걸쳐 시가로 100억원 어치를 넘나드는 피씨디렉트 주식을 장내·외에서 사들이고 있다. 자본 조달이 전무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결국은 부채 조달로 주식 매수 대금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통상 자기자본이 많지 않은 개인 또는 법인이 대규모 주식을 사들일 때에는 매입 대상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대출을 활용한다. 하지만 유에스알의 자금 조달 내역에 담보부 차입 또는 회사채 발행은 찾아볼 수 없다. 결국 법인 또는 송승호씨 개인의 신용으로 부채 조달을 했다는 것인데, 소규모 신설 법인의 특성상 이는 쉽지 않다는 것이 금융투자(IB)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렇다면 유에스알은 피씨디렉트 적대적 M&A 실탄을 어떻게 마련했을까. 실마리는 총 6차례에 걸쳐 사모로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서 찾을 수 있다.


유에스알은 2015년 부터 2018년 사이에 총 175억원 어치의 분리형 BW를 발행했다. 1회차는 2015년, 2회차는 2016년에 발행했으며 3~6회차는 2018년에 발행했다. 발행 규모는 회차마다 차이가 있지만 적게는 10억원(4회차), 많게는 50억원(3회차) 어치를 발행했다.


유에스알의 BW에는 여느 비상장사의 메자닌(Mezzanine)과는 다른 특이한 점이 여럿 발견된다.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175억원 가운데 125억 어치의 만기가 20년에 달한다는 것이다. 통상 수십년의 만기를 가진 회사채는 영구채로 간주되는데, 은행을 필두로 한 금융회사처럼 매우 우량하거나 정책적 차원에서 지원하는 산업군에 속하는 기업들이 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본금 1억원 짜리 신설 비상장 법인이 영구채를 발행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BW의 금리가 표면(쿠폰) 0%, 만기 8%로 설정됐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신주인수권(워런트) 행사로 수익을 낼 수 있다고는 하지만, 비상장인데다 제대로 된 사업을 벌이지 않는 회사라 이마저도 불가능해 보인다.

IB업계 전문가들은 자본금 1억원짜리 법인이 이처럼 후한 조건으로 영구채를 발행해 2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모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워런트 행사로 차익을 실현하기는 커녕 원리금 회수조차 불가능해보이는 법인에 영구채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며 "그나마 한 가지 가능한 시나리오를 꼽는다면 재력이 있는 친·인척이나 이에 준하는 특수관계인이 사모로 발행한 BW를 매입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유에스알의 경우 바디프랜드를 매각해 막대한 현금을 거머쥔 조경희 회장 일가가 매각 대금을 송씨 측에 제공, 피씨디렉트 적대적 M&A에 나섰다는 시나리오를 그려볼 수 있다. 송씨가 1억원의 자본금으로 세운 유에스알을 가문의 자산을 관리하는 '패밀리 오피스'처럼 활용하는 구조다. PC 관련 제품을 유통하는 피씨디렉트는 사업적 연관성을 고려할 때 바디프랜드를 우회상장시키는 셸(Shell, 껍데기 회사)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조 회장 일가에게 효용 가치가 적지 않다.


조 회장 일가가 바디프랜드를 매각한 시점과 유에스알이 피씨디렉트 적대적 M&A 전선에 등장한 시점을 시계열로 되짚어 보면 이같은 시나리오는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는다. 유에스알은 바디프랜드 매각 절차가 완료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설립됐고, 법인 설립이 끝나자마자 BW를 발행해 피씨디렉트 지분 매집에 나섰다.


조경희 회장 일가는 2015년 8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와 네오플럭스 컨소시엄에 바디프랜드를 매각했다. 매각 대금은 298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VIG파트너스·네오플럭스 컨소시엄은 이 가운데 1100억원을 펀드 출자금으로, 1050억원은 인수금융(대출)로 마련했다. 


조 회장 일가는 매매 대금으로 지급받은 2980억원 가운데 일부를 VIG파트너스·네오플럭스 컨소시엄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출자한 것으로 전해진다. 펀드 출자금과 인수금융을 제외하면 조 회장 일가가 SPC에 출자한 금액은 830억원 가량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바디프랜드를 매각한 시점에 얻게 된 현금이 2000억원 이상이라는 계산을 가능케 하는 부분이다.


유에스알은 같은해 12월 설립됐다. 그리고는 설립한지 5일째 되는날 25억원 어치의 20년만기 BW를 발행했다. 정확히 1주 뒤에는 14%(송승호씨 명의 보유분 포함)의 피씨디렉트 지분을 확보했다는 공시를 했다. 피씨디렉트 지분은 자신들에 앞서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스틸투자자문(현 얼바인투자자문) 측으로부터 장외 매수하거나 장내에서 매집했다. 유에스알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BW를 발행했고, 피씨디렉트 지분을 늘려 나갔다.


물론 유에스알이 발행한 BW를 조경희 회장 일가가 매입했는지는 현재로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피씨디렉트 적대적 M&A를 촉발한 옛 스틸투자자문(현 얼바인투자자문) 관계자들이 바디프랜드 종속회사 임원으로 대거 재직 중이며 ▲유에스알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된 시점이 조경희 회장 일가가 바디프랜드를 매각한 직후인데다 ▲자금 지원 조건이 파격적이며 ▲유에스알이 바디프랜드 사옥에 입주한 적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사실상 관계사로 취급되고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 IB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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