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M&A
제주항공 "선행조건 이행, 진전 없었다"
"계약 해지 조건 충족…정부 중재노력 등 고려해 최종 결정 예정"



[팍스넷뉴스 권준상 기자]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결국 파기 수순으로 가는 모양새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요청했던 선결조건 이행에 진전이 없었다며, 계약 해제 최종 결정에 나설 방침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제주항공은 16일 이스타항공 인수 관련 입장문을 내고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의 선행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제주항공 측은 "지난 15일 이스타홀딩스로부터 계약 이행과 관련된 공문을 받았지만, 선행조건 이행 요청에 대해 사실상 진전된 사항이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일 원매자인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에 인수·합병(M&A) 관련 선결조건을 10영업일 안에 이행하지 못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그동안 이스타항공은 약 1700억원 규모의 미지급금 규모를 줄이는데 주력했다. 최근 직원들을 대상으로 임금 반납 동의 관련 투표를 진행했고, 리스사와 정유업체와는 미지급금을 줄여달라고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진척은 없었다. 


제주항공은 계약 해제 조건이 충족됐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지난해 말 맺은 뒤 올해 3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제주항공은 이행보증금 약 115억원을 제외한 잔금 약 430억원을 4월말까지 납입할 예정이었지만, '주식매매계약서에 의거해 미충족된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돼 상호합의하는 시점으로 변경한 상황이다.


다만, 제주항공은 계약 해제와 관련한 최종 결정은 조금 더 논의를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정부의 중재노력이 진행 중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약 해제 최종 결정과 통보 시점을 정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이는 정부의 추가지원을 고려한 것으로 읽힌다. 제주항공은 현 상태로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경우 동반부실이 우려된다고 밝혔던 상황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이 선행조건 이행을 지체하는 동안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항공시장의 어려움이 가중됐고, 이제 양사 모두 재무적 불안정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이 처한 상황을 고려할 때 당분간 막대한 자금을 쏟아야하는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스타항공은 현재 모든 항공기 운항이 멈춘 '셧다운' 상황인 가운데 올해 1분기 약 41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운항을 중단한 기간도 60일을 초과해 항공운항증명(AOC) 효력도 정지됐다. 현장 점검 등 안전검사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해당 효력을 회복할 수 있지만 이스타항공은 아직 관련 절차에 나서지 않은 상황이다.


제주항공도 상황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투자은행(IB)업계 안팎에서는 제주항공도 여유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스타항공 인수까지 겹쳐 유동성 리스크가 재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의 연결기준 2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42.2% 감소한 1810억원, 영업손실 47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라며 "제주항공의 현금·현금성자산은 약 680억원, 현금화 가능한 단기금융자산까지 포함시 약 1000억원인데, 2분기 고정비만 약 635억원에 달해 보유 현금 여력은 다소 미비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딜을 눈여겨보고 있다. 위기에 직면한 항공업계의 중요한 딜(Deal)이자, 약 1600명의 실직자가 발생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은 현재 국토교통부를 통해 정부의 추가지원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정부의 추가 지원이 약속되면 인수로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정부는 여전히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를 조건으로 약 1700억원을 지원할 방침이었다. 추가 지원은 딜 진척 여부를 확인한 뒤 결정하겠다고 수차례 입장을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딜 진행 상황을 보면서 추가 지원 여부를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수 무산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의 반발은 확대될 전망이다. 이스타항공 노조는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의 고통분담 선언에도 불구하고 인수를 거부할 경우 범사회적 시민대책위를 구성해 제주항공에 사태의 책임을 묻는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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