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국내 철강기업 대부분이 올해 기약 없는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한때 고수익을 담보했던 철강은 화려했던 영광을 뒤로하고 이제 적자만 면하면 선방이라는 현실에 놓여졌다. 국내 주요 철강기업들은 수익성과 신용등급이 추락하며 중대한 도전의 기로에 섰다. 위기 극복을 위해 각 사별로 투자를 줄이고 극한의 체질개선에 나서고는 있지만 당분간 불황의 파고를 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팍스넷뉴스가 국내 대형 철강 제조기업 5개사(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베스틸, KG동부제철)의 최근 10년간 평균 영업이익률을 분석한 결과는 참담했다. 2010년 8.7%에 달했던 5개사 평균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2.8%까지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 동안 평균이익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셈이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 영향까지 겹치며 지난해보다 실적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 철강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러한 대형 철강기업들의 위기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영세한 중소 철강 제조와 유통업계에도 파장을 미쳐 도미노 부실 등을 야기하고 있다. 바야흐로 산업의 쌀이라 불리던 국내 철강산업 전반이 휘청거리는 형국이다.

국내 철강업계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제조산업 경기가 비관적이다. 이 가운데 최근 '코로나19' 확산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어려운 환경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우려를 반영해 주요 철강기업들의 신용등급을 앞다퉈 하향 조정하고 있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는 올 상반기 포스코와 세아베스틸의 장기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포스코는 AA+(긍정적)에서 AA+(안정적), 세아베스틸은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등급이 내려갔다. 양사 모두 국내 철강업계에서는 우량기업으로 손꼽히는 대표주자들이다. 이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으로 타 철강업체들 역시 현 신용등급 유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철강기업들은 불리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적자지속사업과 자산을 정리하는 등 극한의 체질개선을 추진하고 나섰다. 또 대규모 투자를 줄이는 긴축경영에도 돌입했다. 실제 국내 양대 고로업체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상공정 중심의 대규모 투자를 일단락한 이후 보수적인 지출 기조로 돌아선 상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철강산업이 반전을 꾀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있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 구조조정을 통한 수급균형을 맞추는 노력과 동시에 개별기업들이 전세계 철강시장에서 압도할 수 있는 기술경쟁력이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향후 전세계 철강 경기가 급격하게 호전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더 이상 기업들이 시황에 실적을 의존해서는 안된다"면서 "이제 철강산업 전반의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할 때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