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국내 최장수 고로인 포스코 포항 1고로가 내년 폐쇄될 예정이다. 최정우 회장 체제 이후 과감하게 추진하고 있는 노후 설비 정리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철강 공급과잉 심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시점에서 이번 결정은 국내 설비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김광무 포스코 철강기획실장은 21일 컨퍼런스콜로 진행한 2분기 경영실적 발표에서 "내년에 포항제철소 1고로를 폐쇄할 예정이다"라며 "폐쇄 시기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항제철소 1고로는 대한민국 최초로 쇳물을 생산해 '민족고로', '경제국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설비다. 지난 1973년 6월8일 1대기 조업을 시작해 1993년 마지막 개수(改修)를 완료했다. 이후 27년 동안 큰 사고 없이 꾸준히 가동을 이어왔다.
포항 1고로 폐쇄는 과거에도 한 차례 추진했다. 포스코는 지난 2016년 폐쇄를 검토한 적이 있으나 포항 1고로가 가진 상징성과 당장 고로를 폐쇄할 경우 다른 고로에 부하를 줄 수 있다며 내부 의견이 갈려 무산됐다. 이후 4년 만에 1고로 폐쇄가 수면 위로 떠오른 셈이다.
통상적으로 1000℃가 넘는 고온을 견뎌야 하는 고로는 수명이 15년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47년 동안 가동한 포항 1고로의 경우 여러 차례 보수 작업을 하면서 수명을 연장했지만 이제 효율성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포스코의 다른 고로들이 연간 400만~500만톤 규모를 가지고 있는데 반해 포항 1고로의 연간 생산량은 최대 130만톤 수준 남짓에 그친다. 효율적인 쇳물 생산을 위한 규모의 경제에서도 밀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포스코는 최근 몇 년간 기존 고로들의 개수를 통해 대형화 작업을 꾸준히 추진했다. 광양 5고로와 포항 3고로에 이어 이달 재가동에 돌입한 광양 3고로도 연간 생산량을 460만톤 수준까지 확장했다. 신예화하고 대형화한 고로들 사이에서 오래되고 규모가 작은 포항 1고로가 설 자리는 더 이상 없어진 셈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의 자발적인 포항 1고로 폐쇄 추진은 전세계적인 철강 공급과잉 속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이는 국내 철강산업 설비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