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철강산업
전후방 가격교섭력 부재 '샌드위치'
③ 철강 생산원가 부담 홀로 떠안는 구조 고착화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3일 14시 1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철강산업을 둘러싼 외부환경이 점점 더 가혹해지고 있다. 패권을 다투는 미·중 무역분쟁과 전세계로 확산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해외에서는 나라마다 보호무역을 외치며 단단히 문을 걸어 잠그고 있고, 세계 경제성장률은 뚝뚝 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제조산업인 철강은 이러한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 하지만 극한의 위기 안에서도 실타래를 풀 해법은 있다. 팍스넷뉴스는 국내 철강산업이 처한 현실을 짚어보고 탈출 전략을 살펴봤다.


[팍스넷뉴스 유범종 기자] 국내 철강기업들이 실적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적 저하를 야기하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이 가운데 전후방 가격교섭력 부재는 가장 큰 구조적인 어려움으로 인식되고 있다. 철강기업들은 전세계 원료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광산업체들과 철강 대형 수요기업들 사이에 끼어 사실상 원가부담을 홀로 떠안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철강기업들은 철광석, 원료탄(제철용 석탄), 철스크랩, 니켈 등 철강 생산에 필요한 주원료 조달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에서 자가로 발생하는 철스크랩의 경우 그나마 국내 조달 비중이 절반을 웃돌고 있으나 나머지 원료들은 국내 생산이 어려워 해외에서의 조달이 불가피한 구조다.


국제 원료 공급시장은 생산기업들에 의해 가격과 물량이 주도되는 '셀러 마켓(Seller's Market)'이 된지 이미 오래다. 실제 국내 철강기업들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철광석의 경우 발레(VALE), 리오틴토(Rio Tinto), 비에이치피 빌리톤(BHP Billiton) 등 상위 5개 광산업체들이 세계 공급시장의 약 70% 전후를 점유하고 있다. 철광석을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이 아직까지 지구상에 없기 때문에 광산업체들의 가격교섭력은 상대적으로 절대 우위에 놓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또 국내 철강기업들의 원료 수입은 대부분 달러로 결제하는 구조다. 이는 철강기업들이 광산업체들과 원료를 계약할 때 국제 원-달러 환율 변동 폭에 따라 당초 예상했던 수입가격이 변동할 수 있는 위험부담이 상존한다.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원료 조달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해 초 발레의 브라질 광산 사고 여파로 철광석 가격이 폭등하고 이로 인해 국내 철강기업들의 마진이 대폭 축소된 것은 이를 방증하는 사례 중 하나다. 올해도 주요 원료가격이 고수준을 유지하면서 국내 철강기업들의 수익성 저하로 직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기업들의 가격교섭력 부재는 원료뿐만 아니라 제품 판매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국내 철강 공급과잉이 심화된 가운데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소비 감소는 철강기업들의 제품가격 인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특히 철강 주요 수요산업인 자동차, 조선 등은 덩치가 큰 대기업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 철강기업들이 가격교섭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국내 철강 공급경로를 보면 자동차, 조선, 건설 등 대형 실수요기업 대상 직거래가 70% 전후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판매대리점(Steel Service Center), 유통업체를 경유하여 소형 실수요자에게 공급된다. 결국 대형 실수요기업과의 가격협상이 철강 실적의 가장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셈이다.


올해 국내 철강 수요는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극심한 부진에 직면하고 있다. 대표적인 철강 수요산업인 국내 자동차 생산은 소비 위축으로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겼던 400만대체제가 무너질 것으로 예측된다. 건설도 정부의 공공부문 투자 확대 방침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안정화 정책에 따른 민간주택부문 부진으로 본격적인 침체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조선의 경우 2018년 이후 수주가 소폭 개선되고는 있으나 여전히 철강 수요를 견인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자동차, 건설, 조선 등 대형 실수요기업들은 자체적인 수요가 대폭 줄면서 소재인 철강 구매에서의 원가절감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철강기업들은 올 들어 원가부담 확대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조선 등에 들어가는 철강 가격 인상을 쉽사리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철강시장은 고착화된 공급과잉과 수요업체들의 대형화로 인해 수요자 중심의 시장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면서 "전후방 가격교섭력이 크게 약화되면서 철강기업에게 갈수록 불리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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