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M&A
최악의 시나리오, 현실로...제주항공 '인수 포기' 선언
"불확실성 너무 크다" 계약 해지 통보…향후 법정공방 '진흙탕 싸움' 예고


[팍스넷뉴스 권준상 기자]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 결국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23일 제주항공은 계약상 진술보장의 중요한 위반 미시정과 거래종결기한이 도래 등에 따라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한다고 공시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의지와 중재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며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도 큰 것은 사실이지만, 인수·합병(M&A)이 결실을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규모의 경제'를 선언하며 야심차게 시작한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합병은 딜(Deal) 진행 6개월 만에 파기 수순을 밟게 됐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지난해 말 맺은 뒤 올해 3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제주항공은 이행보증금 약 115억원을 제외한 잔금 약 430억원을 4월말까지 납입할 예정이었지만, '주식매매계약서에 의거해 미충족된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돼 상호합의하는 시점으로 변경했던 상황이다. 양사 실무진간 대면협상은 지난 5월 초부터 이뤄지지 않았다.


제주항공은 이미 딜 파기가 임박했다는 점을 시사해 왔다. 제주항공은 지난 16일 이스타항공 인수 관련 입장문을 내고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의 선행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됐다"며 "지난 15일 이스타홀딩스로부터 계약 이행과 관련된 공문을 받았지만, 선행조건 이행 요청에 대해 사실상 진전된 사항이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제주항공은 이달 1일 이스타항공에 인수·합병 관련 선결조건을 10영업일 안에 이행하지 못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타이이스타젯 지급보증 ▲체불임금 ▲조업료와 운영비 등 연체한 각종 미지급금의 규모가 1700억원에 달해, 딜이 현재 상황대로 마무리될 경우 향후 제주항공의 부담만 커진다는 입장도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된 항공업황의 개선시점을 예상할 수 없는 가운데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경우 제주항공의 동반부실 우려가 크다는 판단이었다. 


투자은행(IB)업계 안팎에서는 이미 제주항공이 여유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스타항공 인수까지 겹쳐 유동성 리스크가 재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해 왔다. IB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의 연결기준 2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42.2% 감소한 1810억원, 영업손실 47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라며 "제주항공의 현금·현금성자산은 약 680억원, 현금화 가능한 단기금융자산까지 포함시 약 1000억원인데 2분기 고정비만 약 635억원에 달해 보유 현금 여력은 다소 미비한 수준"이라고 짚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스타항공은 그동안 약 1700억원 규모의 미지급금 규모를 줄이는데 주력했다. 최근 직원들을 대상으로 임금 반납 동의 관련 투표를 진행했고, 리스사와 정유업체와는 미지급금을 줄여달라고 협상을 벌였지만 진척은 없었다. 


제주항공으로의 인수가 유일한 대안이었던 이스타항공은 파산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모든 항공기 운항이 멈춘 '셧다운' 상황인 가운데 올해 1분기 약 410억원의 순손실 속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운항을 중단한 기간도 60일을 초과해 항공운항증명(AOC) 효력도 정지됐다. 현장 점검 등 안전검사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해당 효력을 회복할 수 있지만 이스타항공은 아직 관련 절차에 나서지 않은 상황이다. 약 1600명의 대규모 실직자 문제도 해결이 쉽지 않게 됐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연초부터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인수포기는 이후 양측간 책임공방 속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전망이다. 양측은 이미 설전을 벌인 상태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은 양사 경영진간 간담회 회의록과 통화 녹취록 등을 공개하며 이스타항공의 셧다운과 인력 구조조정이 제주항공의 강요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수세에 몰린 제주항공은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전부터 이스타항공 내부적으로 준비된 사안이라며 반박했다.   


인수 무산으로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의 반발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이스타항공 노조는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의 고통분담 선언에도 불구하고 인수를 거부할 경우 범사회적 시민대책위를 구성해 제주항공에 사태의 책임을 묻는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던 상황이다.


한편, 정부로부터의 자금지원도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앞서 정부는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를 조건으로 약 1700억원을 지원할 방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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