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M&A
사라진 희망, 향후 가시밭길 예고
외부 지원 없이 위기 타개 불가능…쉽지 않은 '차선책' 마련, 파산으로 무게추
(사진=이스타항공)


[팍스넷뉴스 권준상 기자] 제주항공으로의 인수가 무산된 이스타항공의 앞날에 먹구름이 짙게 꼈다. 완전자본잠식 속 채무부담만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투자자를 찾기 쉽지 않고, 자구책을 마련할 형편도 아니라 정부의 지원도 기대하기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당장 제주항공을 상대로 벌어질 계약 파기 관련 소송전도 걱정이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의 주식매매계약 해제 공식화로 생사기로에 놓였다. 제주항공은 이날 계약상 진술보장의 중요한 위반 미시정과 거래종결기한 도래 등에 따라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한다고 공시했다. 


대규모 순손실과 완전자본잠식, 체불임금 등에 둘러싸인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의 인수 포기 선언으로 유일한 희망마저 사라지게 됐다. 이제 시선은 이스타항공이 향후 어떤 수순을 밟게 될 지로 쏠린다. 현 시점에서 바라본 전망은 밝지 않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정부의 지원 ▲새로운 투자자 유치 ▲국내선 운항 재개 등을 통해 파산의 위기를 모면하려는 중이다. 


이스타항공은 외부의 도움 없이 현재 처한 위기를 타개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스타항공은 올해 1분기 자본총계가 마이너스(-)1042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올해 1분기 약 41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연초부터 리스비와 관리비 등 매달 100억원대의 고정비도 연체되고 있다. 그간 임직원들에게 지급하지 못한 체불임금은 250억원을 상회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모든 항공기 운항이 멈춘 '셧다운' 상황 속에 수익화를 꾀하기도 쉽지 않다. 운항을 중단한 기간이 60일을 초과해 항공운항증명(AOC) 효력이 정지됐기 때문이다. 현장 점검 등 안전검사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해당 효력을 회복할 수 있지만 이스타항공은 아직 관련 절차에 나서지 않은 상황이다.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하는 것도 쉽지 않다. 각종 부실 우려가 표면 위로 드러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항공업황의 침체가 언제쯤 회복될 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가의 논란 등 인수시 떠안게 될 부담이 적지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창업주 일가는 이스타항공에 대한 추가 지원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상황이다.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는 이스타홀딩스로 이스타항공의 지분 39.6%를 쥐고 있다.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자녀가 지분 100% 보유하고 있다. 창업주 일가는 제주항공으로의 인수와 상관 없이 해당 지분을 전량 헌납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제주항공과의 딜(Deal) 지연 속 250억원에 달하는 이스타항공 임직원 체불임금 문제가 불거지며 최대주주의 책임회피 논란이 일었던 영향이다. 


국내선 운항 재개도 마찬가지다. 이스타항공은 항공운항증명 효력이 정지돼 국내선 운항을 재개하려면 국토부에 최소 3주 전 갱신을 요청해야 한다. 문제는 역시 비용이다. 조업료와 정유비 등 약 300억원이 필요한데 이스타항공은 자금을 동원할 형편이 못된다.


이스타항공은 정부의 지원을 바라고 있다. 경영진과 노동조합은 수차례 정부의 지원을 호소했던 상황이다. 앞서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밝혔다. 최 대표는 지난달 말 서울 강서구 방화동 본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회사가 사면초가의 위기에 놓였다"며 "제주항공으로의 인수 외 정부의 과감하고 적극적인 투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으로의 인수·합병 진행으로 인해 정부의 저비용항공사(LCC) 지원 프로그램 대상에서 배제됐었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요원하다. 국토교통부는 이스타항공에게 조속히 차선책(플랜B)을 마련하라고 밝혔다. 김상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스타항공의 지원을 위해서는 이스타항공이 차선책을 마련해 제시해야 한다"며 "이스타항공이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을 보며 체당금의 신속한 지급 등 근로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체당금이란 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해 체불 임금의 일정 부분을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스타항공은 다른 항공사들처럼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항공기 역시 운용리스로 운용 중이다. 운용리스란 매달 리스료를 주고 항공기를 빌려 쓰는 것을 말한다. 임대기간이 종료되면 항공기를 반납해야한다.


결국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이스타항공은 파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스타항공이 법정관리에 돌입한다고해도 기업회생은 쉽지 않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기업회생은 부채가 과도한 기업에게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다. 다시 말해 기업을 살리는 것이 청산할 때 가치보다 높고, 갱생의 가망이 있다고 판단될 때 진행된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은 구제를 바라기에는 이미 드러난 부실의 심각성이 크다. 앞서 한림회계법인은 이스타항공의 2019사업연도 감사보고서에서 부채 규모를 지적하며 계속기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당장은 선결조건 이행 등 계약 파기의 책임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제주항공과의 험난한 소송전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약 1700억원의 미지급금 해결 등 선결조건을 이행하지 않았기에 계약을 파기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스타항공은 주식매매계약서상 선행조건을 완료했다며 제주항공에 책임을 전가했다. 다시 말해 양사간 체결한 계약서상 담긴 사항은 해결됐고, 제주항공이 주장하는 미지급금 해결은 선결조건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양측은 이스타항공의 셧다운과 인력구조조정을 놓고도 대립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의 강요에 의해 이뤄졌고 주장하는 반면, 제주항공은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전부터 이스타항공 내부적으로 준비된 사안이라며 맞서고 있다. 양사는 계약보증금·대여금 반환 소송과 계약 이행 청구 소송 등을 제기할 전망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법무법인 광장, 이스타항공은 태평양을 통해 계약 파기에 따른 책임 소재를 골자로 한 법리검토를 진행 중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주식매매계약 위반과 불이행으로 인한 모든 책임은 제주항공에 있다"며 "임직원과 회사의 생존을 위해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제주항공은 소송 관련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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