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목숨 놓고 산은·현산의 '쇼잉'
결국 노딜 책임·이행보증금 둘러싼 사회적 비판 회피···법적다툼 '명분쌓기'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7일 16시 4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이규창 기자] "거래가 종결되지 않은 책임은 귀사들이 부담하게 될 것"


지난 24일 오전 이러한 내용의 레터가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 명의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에게 전달됐다. 사실상 채권단인 KDB산업은행이 컨소시엄의 주체인 현산에 보내는 통지문이다.


산은은 14일을 주요 선행조건 충족일로 정하고 주식매매계약(SPA)상 10일이 경과한 24일을 유상증자 및 구주매매계약 종료일로 통보했었다.


이에 현산은 내심 당황했다. 대체 14일이 어떻게 주요 선행조건 충족일 수 있느냐고 산은에 문의했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


매각 측 주장대로 러시아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 승인여부가 주요 선행조건이었다면, 기준이 되는 충족일은 3일이고 13일에 계약이 종료됐어야 했다는 게 현산의 입장이다. 러시아 경쟁당국인 FAS(Federal Anti monopoly Service)가 이미 지난달 말 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신고에 대해 '심사 대상이 아니다'는 결론을 내리고 한국 시간으로 2일 오후 늦게 공식 통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은은 그 전에 아무런 통지를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현산은 산은이 서둘러 협상을 끝내고 노딜의 책임을 인수측에 씌우기 위해 임의대로 주요 선행조건 충족일을 지정한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24일에 배달된 레터에 산은은 법무법인 세종에 계약 마무리를 위한 테이블을 차려놓았으나 컨소시엄이 나타나지 않았다며 결국 모든 책임은 컨소시엄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명시했다.


물론, 현산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현산은 계약 종료일 하루 전인 23일 오후 늦게 8월 중 약 12주간의 재실사 계획을 산은에 통보했다. 사실상 아시아나항공 노딜의 책임을 혼자 뒤집어쓰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현산이 주장하는 주요 선행조건은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현산은 SPA 체결 후 불거진 아시아나항공 부채 급증, 차입금 증가, 당기순손실 급증, 자본총계 및 영업이익 급감 등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를 상실했다고 강조해왔다. 이는 코로나19와 회계기준 변경과도 무관하다. 동의 없이 1조7000억원 규모의 차입이 이뤄진 점, 에어부산의 라임 펀드 투자 손실, 금호고속 부당지원 행위, 에어버스 리베이트 수사건 등 법적 우발채무 문제도 주요 선행조건에 해당한다고 현산은 주장하고 있다.


결국, 산은은 현산의 인수 의지를, 현산은 산은의 선행조건 해결 의지나 전향적인 양보 의사를 서로 믿지 않고 있다. 동시에 노딜에 대한 사회적 비판에서 벗어나면서 이행보증금 반환소송에 대비해 명분을 쌓는 '쇼잉'을 하고 있는 셈이다.


현산이 주장하는 주요 선행조건 외에 코로나19의 직격탄은 정상적인 아시아나항공 M&A 종료를 불가능하게 한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SPA 상에도 '중대한 부정적 영향(Material Adverse Effect. MAE)'이라는 조항이 있다. 그럼에도 산은은 문제 해결의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인수조건 완화 의사만 내비쳤다. 거래 종료를 통보하는 과정도 상당히 어설프다. 현 상태에서는 이행보증금 반환소송에서 매각 측이 패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의견이다.


현산도 협상 테이블에서 적극적이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을 그대로 인수했다가는 회사의 존망이 위태로워 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현산도 노딜의 책임 회피와 이행보증금 반환에 매몰돼 산은을 만나는 것조차 피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양측의 갈등 속에 피해는 고스란히 아시아나항공 임직원의 몫이 됐다. 아시아나항공 임직원은 무급휴직, 임금 삭감 및 반납으로 힘겹게 버티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파산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면에서 이스타항공의 그것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국적 항공사의 파산은 물류망 훼손 등으로 국가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친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현산은 재실사 계획을 통보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정몽규 현산 회장을 다시 만나서 주요 선행조건을 논의하고 문제해결 의지를 보여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는 산은의 전향적인 자세가 더 중요해 보인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다고 명분 쌓기에만 골몰하지 말아야 한다. 양측 모두 적극적으로 거래를 종료해 보자는 의지가 중요하다. 정부도 아시아나항공을 살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중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지만 있는 일자리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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