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베스트샵, 6년째 초단기 CP 고수하는 까닭
상반기 누계 CP발행금액 5380억…자금 '매스매치' 해소 방편


[팍스넷뉴스 류세나 기자] LG 가전 양판점 'LG베스트샵'을 운영하는 하이프라자가 수년간 초단기 기업어음(CP) 발행 전략을 고수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하이프라자는 2011년 처음 CP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래 지난 10년간 매년 수백여 차례에 걸쳐 단기 CP를 발행해왔다. 특히 2015년 들어선 통상 1~3개월짜리 CP를 발행하던 것에서 7일, 5일, 3일 등으로 기간을 대폭 줄였다. 단기에서, 초단기로 갈아탄 셈인데 이러한 기조는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 최광섭 이사 합류 기점 자금 운용전략 변화


CP는 기업들이 단기자금이 필요할 때 사용하는 자금 조달방안으로 꼽힌다.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 CP의 경우엔 이사회 결의 없이도 대표이사 직권으로 발행 결정이 가능, 급전이 필요할 때 용이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회사채를 발행할 때와 달리 각종 수수료나 채권 상장을 위한 등록비용 등 일체의 추가 비용도 들지 않는다는 것도 특징 중 하나다.


다만 CP는 일반적으로 만기가 3년 이상인 회사채와 비교하면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시장에선 잦은 CP 발행을 기업 재무구조와 연결, 부정적인 신호로 받아 들이기도 한다. 특히 CP의 경우 지속적으로 발행해도 감독당국에 신고 의무도 없어 세밀한 관심을 갖지 않는 이상 투자자가 이를 인지하기도 쉽지 않다. 과도한 CP 발행 기업에 대한 경계 목소리가 높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하이프라자의 CP 운영 전략을 살펴보면, 첫 해 1900억원을 시작으로 지난해 1조6030억원, 올 상반기 5380억원 등 회사 규모 확대에 따라 CP 발행 액수도 함께 늘려왔다. 


2011년 당시 연매출이 1조3987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매출의 13.6%에 해당하는 자금을 CP로 운용했고, 작년의 경우엔 연매출(2조8280억원)의 56.7%에 상당하는 돈을 CP로 굴린 셈이다. 


하이프라자의 최근 CP 발행추이를 보면 만기 일정이 한 달 이상 넘어가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짧으면 3일, 길면 15일이다. 이는 곧 그만큼 투자자산과 자금조달간 미스매치(불일치)가 공공연하게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최근 10년간 하이프라자의 현금성자산이 20억원을 넘긴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2018년 말 기준 15억8200만원이 최대치다. 


또 하이프라자의 경우 주로 월 초와 중순에 CP발행이 몰려 있는데, 이는 이 시기에 대금납부 일정이 집중돼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사실 하이프라자도 처음부터 만기 7일 이내 초단기 CP를 발행했던 건 아니다. 2011년부터 2015년 상반기까진 CP의 통상적인 운용기간인 1~3개월물로 발행했다. 


그러던 중 회계담당 임원으로 LG전자 국내회계 팀장으로 퇴직한 최광섭 경영관리담당 이사가 2015년 4월 등기임원으로 합류하면서 이를 기점으로 하이프라자의 자금 운용방식에도 변화가 뒤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 이사 영입이전에도 단기자금 조달 방식으로 CP를 활용하는 기조에는 변화가 없었다. 다만 만기 상환일정이 단기에서 초단기로 바뀌기 시작했다. 


실제 그 해 6월부터 기존 1~3달로 유지되던 하이프라자 발행 CP 만기일정이 보름, 1주일 단위로 짧아지더니 7월엔 5일, 8월부터 3일물로 기간이 대폭 줄어 들었다. CP를 초단기로 운영한 영향으로 하이프라자는 올 6월 말 기준으로 미상환 잔량은 없다. 7월 말 현재 이달 들어 신규 발행된 CP도 없는 상태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3일~5일물 초단기 CP를 활용하는 경우는 자금운용에서 미스매치 현상이 일어난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며 "사실 3일물 등 초단기 CP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경우는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사례는 아니지만 해당기업에서 판단했을 때 은행 당좌대출 등을 활용하는 것보다 금리 등 측면에서 CP 발행이 유리하기 때문에 기업전략으로 끌고 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신평사 관계자는 "기업 운영 방향에 따라 CP 만기물 기간을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다"며 "초단기의 경우 미스매치로 볼 수 있는데, 하이프라자의 경우엔 LG전자와 연계한 사업안정성이 우수하기 때문에 초단기 CP를 운영하더라도 해당 이유만으로 기업신용도에 영향이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 10년來 보유 현금성 자산 최대치 '16억'


하이프라자 재무안정성 지표 추이. (자료=나이스신용평가)


하이프라자는 LG전자의 100% 자회사로, LG전자 제품에 특화한 LG베스트샵과 백화점 매장 운영을 전담하고 있다. 전속 유통망이라는 한계 탓에 자체 수익성은 제한적이지만 반대로 안정적인 수익 창출도 가능하다. 특히 LG전자로부터 일정 규모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판매장려금을 받고 있어 이를 통해 연간 0.3% 수준의 낮지만 안정적인 영업이익률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올 1분기 하이프라자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변경된 리스회계기준 적용에 따른 임차료 리스부채(2517억원) 인식 등으로 작년 말(396.2%) 대비  91.5%p 확대된 487.7%(나이스신용평가 기준)를 보이면서 재무안정성 지표가 저하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리스부채를 제외한 금융기관 차입금 규모로만 따지면 약 860억원(3월 말 기준) 수준으로, 수익창출력 대비 실질적인 차입금 부담은 낮은 편이다. 또 이중에서도 금융권 장기차입금이 500억원, 나머지 360억원은 단기차입금, 즉 CP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차입금은 500억원인 셈이다. 


하이프라자 관계자는 "제품대금 수금과 지불 주기가 달라 여기에서 오는 단기 유동성 최적화를 위해 초단기 CP를 발행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며 "오랜 기간 이러한 방식을 고수해온 만큼 내부적으로 최적의 방안이라고 판단하고 있고, 당분간 바뀔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양판업계 1위인 롯데하이마트도 회사채 시장으로 옮겨가기 이전인 2014년까진 단기조달방편으로 CP 발행 방식을 취해왔다. 당시 하이마트 역시 7~10일 정도로 상대적으로 짧은 단위의 CP 만기물을 주로 발행했었다. 삼성전자의 전속 유통망인 삼성전자판매(삼성디지털프라자)의 경우는 어음이나 회사채 발행없이 1금융권과 매출채권을 담보로 한 100억원 남짓의 단기대출만 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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