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비상시 금융지주 배당제한 방안 검토 착수
미국 유럽 배당자제 사례 연구中···법제화·실효성은 '글쎄'


[팍스넷뉴스 김현희 기자] 금융당국이 비상시 금융지주사의 자본 건전성 유지를 위해 배당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등에 따라 자본 건전성이 불안정한 금융지주사에 대해 배당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화하는 가능성을 연구 중으로 전해졌다. 


현재 미국과 유럽 금융회사들은 중앙은행들의 권고 등에 따라 배당을 자제하거나 배당 규모를 큰 폭으로 줄이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올 상반기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이 금융회사들의 배당을 자제토록 권고한 것에 대해 연구 중이다. 이들의 권고가 '명령'에 가까운 터라 세부 규정 등이 어떻게 구성돼있는지 등을 살피는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달 JP모간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34개 대형 금융회사들을 대상으로 올해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를 발표하면서 배당 제한을 권고했다. 지난해 말 기준 12%에 달했던 미국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은 7.7~9.5% 수준까지 떨어질 우려가 제기되면서 3분기까지 배당 및 자사주 매입을 제한키로 한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 감독위원회는 지난 3월 유럽 금융회사에게 올해 주주 배당을 제한하라고 요구했다. 만약 자제하지 않으면 ECB가 개입하겠다는 경고장도 날렸다.


이들의 권고는 강력했다. 웰스파고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배당 규모를 크게 삭감했다. 유럽은 은행들이 배당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금융당국이 이들 선진국의 규정을 연구하는 것은 '금융지주사 배당제한' 문제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등 비상시에 금융지주 및 은행들의 자본 건전성을 최우선으로 지켜야 한다. 특히 은행의 건전성은 국가 경제와도 밀접하다.


따라서 미국처럼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 따라 금융지주사와 은행에 대한 배당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 이를 법제화할 수 있는지를 연구 중이다. 


다만, 미국과 유럽도 권고일 뿐, 강제 조치가 아니기 때문에 법제화 및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일본은 아직 금융회사들에게 배당제한에 대한 권고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국내 은행들은 미국과 유럽과 달리 투자금융 부분이 많지 않아 자본 건전성이 높은 편이다. 지난 3~4월 코로나19 사태로 급격한 시장 변동성이 일어났을 때 스트레스테스트를 한 결과, 국내 은행들의 자본비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시장의 '배당을 제한할 만큼 문제가 있냐'는 문제제기도 금융당국에게는 부담인 것이다.


게다가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의 배당 문제는 시장에게 맡긴 상황이다. 최근 몇 년간 금융위원회도 금융지주사들의 배당을 시장에 맡기자는 의견이어서 금융감독원도 별도의 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등 비상시에는 금융지주들의 배당 문제를 살펴야 하지만 금융당국의 재량권을 어디까지 인정해줄지가 문제"라며 "선진국 등 일부 배당 제한 조치가 규정화돼 있는지 살핀 후 본격 검토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사태가 계속 장기화될 경우, 경기침체 등에 대비해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의 배당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배당제한 조치를 법제화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조치 등을 강구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현재 경영상태가 좋다고 해도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자본을 비축해놔야 한다"며 "기업 전략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배당을 추진하는 것은 향후 리스크 관리 부실이라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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