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쇼크
휘청이는 이라크 건설시장…현대건설 '터줏대감'
1977년 삼성물산 첫 진출…최근 한화‧대우건설 수주 늘어

[팍스넷뉴스 이상균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건설사들이 너나할 것 없이 공사를 중단하고 인력을 철수시키는 이라크는 어떤 나라일까. 국내 건설사들이 1965년 처음으로 해외 진출한 이후 이라크에서 수주한 금액은 상위 10위권 이내에 들어갈 정도로 중요한 시장이었다. 국내 건설사가 수주한 단일 프로젝트 기준 최대 규모 1, 2위 사업이 모두 이라크에 몰려 있다.


후세인 대통령이 권력을 잡았던 1970년대 후반부터 시작해 1990년대 걸프전의 공백기를 거친 뒤 2000년대 들어 다시 재조명을 받고 있다. 여전히 개발하지 못한 유전이 다수 남아있을 정도로 성장 잠재력이 풍부하다는 평을 받지만 IS 사태 종전 이후에도 테러 및 종파간 분쟁이 끊이질 않아 사업 리스크가 큰 곳으로 손꼽힌다.


◆1980년대 삼총사는 삼성물산‧대림산업‧한양


이라크는 국내 건설사의 수주 물량 기준으로 1966년부터 올해 7월까지 365억달러를 기록, 8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시장이다. 2000년대 후반부터 살펴보면 연간 기준으로 2011년 3위, 2012년 2위, 2013년 9위, 2014년 1위, 2015년 6위를 기록하는 등 국내 건설사들에게 큰 손 역할을 톡톡해 해냈다.


국내 건설사 중 이라크에 가장 먼저 진출한 곳은 다름 아닌 삼성물산이다. 움카슬 567 부두 프로젝트로 첫 발을 내딛어 1977년 6월부터 1980년 6월까지 공사를 진행했다. 이어 움카슬에서만 10부두 건물 공사, 양곡 싸이로 공사, 설탕부두 공사를 연이어 수주하며 사업 기반을 탄탄히 다져놓았다. 


하지만 삼성물산과 이라크의 인연은 오래가지 않았다. 1984년 11월부터 7년간 공사를 진행한 바그다드~아부그레이브 간도로 프로젝트를 마지막으로 삼성물산은 이라크를 떠난다.


1980년대 삼성물산과 함께 이라크 시장을 눈독 들였던 건설사는 대림산업이다. 1981년 공사를 시작한 시낙교량 진입로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1980년대에만 총 5건의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한양 또한 1980년대 이라크 시장을 수놓았던 건설사 중 한 곳이다. 1981년 10월 수주한 하이파지역 재개발 기초공사를 시작으로 8건의 공사를 수주하며 기세를 올렸다. 이중 관개수로공사가 5개를 차지할 정도로 전문성을 자랑했다. 하지만 대림산업과 한양 역시 삼성물산과 마찬가지로 1980년대 이후에는 이라크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바그다드 5일 출장, 경호비용 1500만~2000만원


1990년대부터 국내 건설사들은 이라크 시장에서 대부분 철수한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다국적국을 결성해 이라크와 1991년 걸프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이라크 정규군이 8만~10만명 전사하는 등 다국적군의 일방적인 승리로 전쟁이 종결됐다. 


이라크는 2000억달러가 넘는 막대한 재산피해를 입었고 이후 UN이 주도하는 경제제재로 보건과 교육, 사회간접자본(SOC) 등 인프라가 크게 훼손됐다. 이후 2003년 이라크 전쟁으로 후세인 대통령이 축출되면서 국내 건설사들에게 다시 이라크 시장이 열리게 된다.


다만 당시 이라크는 후세인 잔당세력의 테러와 교전이 지속돼 치안상황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였다. 그나마 치안이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쿠르드 및 남부 일부지역을 제외하면 국내 건설사들이 대형 사업에 뛰어들만한 여건이 형성되지 않았다. 특히 바그다드 지역의 치안상황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바그다드 지역에 4명 출장(4박5일)시 경호비용이 무려 1500만~2000만원 들어갔다고 한다.



상황이 호전된 2010년대 들어 이라크 시장에 새롭게 뛰어든 신흥세력은 한화건설과 대우건설이다. 한화건설은 이라크 투자청이 발주한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공사와 사회기반시설 공사를 2012년과 2015년 연이어 수주하는 기염을 토했다. 공사 규모가 9억8712만달러로 국내 건설사가 수주한 단일 프로젝트 중 최대 규모다. 


공사 규모가 워낙 커 한화건설의 유동성 압박으로 이어지면서 한화건설은 보유 중인 한화생명 주식을 담보로 수천억원의 대출을 받은 상태다. 한화그룹이 이라크 비스마야 사업을 노심초사하며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우건설의 두각도 이채롭다. 그동안 연이은 해외사업 부실로 해외진출을 자제했던 대우건설이지만 이라크는 다르다. 알 파우 서쪽 방파제 공사로 발주처인 이라크 항만청과 돈독한 관계를 형성한 뒤 알포항 접속도로 공사와 코르 알주바이르 침매터널 제작장 공사 등 3건을 수의계약했다. 


추가로 3건 이상의 수의계약을 노리고 있다. 무리한 가격 인하가 이뤄지지 않는 수의계약이라는 점, 같은 지역에서 공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공사원가율이 낮아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대우건설이 악조건이 널려있는 이라크에서 사업 확대를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현대건설의 40년 뚝심, 이라크 진출


1980년대 활약한 삼성물산, 대림산업, 한양, 2010년대 들어 부상한 한화건설, 대우건설과 달리 이라크를 40년 넘게 꾸준히 지켜온 곳은 현대건설이다. 첫 진출은 1978년 7월부터 1982년 4월까지 공사를 진행한 바스라 하수도 1단계 공사다. 1년이라는 간발의 차이로 삼성물산에 첫 이라크 개척자라는 칭호를 내줬다.


현대건설은 1970년대부터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에 모두 이라크에서 공사를 수행한 유일한 건설사다. 심지어 걸프전이 발발했던 1991년 1~2월에도 현대건설은 이라크 철도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1982년 8월 시작한 이 공사는 우여곡절 끝에 1992년 12월 준공했다. 



그동안 현대건설이 이라크에서 수주한 금액은 69억8545만달러다. 비스마야 프로젝트로 9억8727만달러를 기록한 한화건설에 선두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수주 건수가 무려 39건에 달한다. 현대건설을 제외하고 이라크 수주 건수가 10건이 넘는 건설사는 세아STX(10건)가 유일하다.


현대건설의 이라크 진출 40년사에 화룡정점을 찍은 프로젝트는 카르발라 정유공장이다. 이라크 바그다드 남쪽 카르발라 지역에 하루 14만배럴 규모로 액화석유가스(LPG) 등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정유설비를 짓는 공사다. 총 공사비가 6조8878억원으로 한화건설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약 9조원)에 이어 두 번째 규모다.


현대건설은 주관사를 맡아 2014년 1월 수주에 성공했고 같은 해 4월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당시 컨소시엄에는 현대건설을 비롯해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SK건설 등이 포함됐다. 이중 GS건설과 SK건설은 모두 이라크 시장에 첫 진출한 것이다. 현대건설의 뚝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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