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민아 기자] 피부미용 의료기기 전문기업 이루다가 기관투자가와 일반투자자의 투심을 모두 사로잡았다. 수요예측과 일반청약에서 연일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대어로 불린 SK바이오팜나 티에스아이를 훨씬 앞섰다. 성장성에 비해 낮게 책정된 공모가가 흥행의 이유로 지목됐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루다는 지난 27~28일 양일간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청약에서 경쟁률 3039.56대 1을 기록했다. 배정물량 30만주에 총 9억1186만7904주의 주문이 접수됐다. 청약증거금만 4조1034억원이 몰렸다. 올해 최고 경쟁률이다. 종전 일반청약 최고 경쟁률은 지난 13~14일 일반청약을 실시한 2차전지 장비제조업체인 티에스아이로 1621대 1이었다.

이루다는 지난 20~21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실시된 수요예측에서도 올해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총 1378개 기관이 참여해 1316.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참여 기관 중 대다수인 1255개(91.7%)가 밴드가격 상단 이상을 제시했다. 이루다의 공모가는 희망밴드(7500~9000원) 최상단으로 결정된 바 있다.

이루다의 1주를 받기 위해선 공모주 열풍을 일으켰던 SK바이오팜보다 높은 증거금이 필요하다. 공모주 청약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주식 공모가의 50%를 증거금으로 내야 한다. 이루다의 공모가(9000원)에 대입해보면 약 1368만원을 증거금으로 내야 1주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SK바이오팜의 경우 공모가 4만9000원, 경쟁률 323대 1로 1주를 받기 위해서는 791만원의 증거금이 필요했다.

업계에서는 공모가가 흥행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1분기 실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기대했던 수준을 밑돌면서 시장친화적인 수준으로 공모 희망밴드를 책정했다는 것이다.

이루다는 레이저·고주파 에너지를 이용해 피부과, 안과, 치과분야 전문 의료기기를 개발·제조·판매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214억원, 영업이익 35억원, 순이익 29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는 매출액 51억원, 영업이익 7억원, 순이익 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6.41% 올랐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매출 대부분이 수출에서 발생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았다. 지난해 기준 이루다의 수출 비중은 78.3%이다.

소모품 매출 비중이 확대된 것도 이루다의 성장세를 뒷받침했다. SK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이루다의 소모품 매출은 5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0%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는 약 24%를 차지했다. 고주파 장비 중 매출 비중이 높은 Secret RF와 Fraxis Duo 제품에서 소모품 매출이 크게 발생했다.

이소중 SK증권 연구원은 "소모품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장비업체에게는 호재"라며 "특별한 비용 없이 안정적으로 꾸준한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1분기 출시 예정인 신제품 VSLS(혈관구제레이저수술) 장비가 실적을 견인할 것이란 기대감도 일부 작용했다. 통상 레이저 기반으로 색소질환을 치료할 때 대부분의 기존 장비는 혈관에 손상을 입힌다. VSLS 장비의 경우 영상인식을 통해 자동으로 레이저 에너지를 조사해 혈관 손상을 최소화 한다.

일각에서는 앞서 상장한 피부미용 의료기기 회사인 클래시스의 시장 안착이 이루다 흥행에 영향을 줬다는 해석도 나온다. 클래시스는 2017년 케이티비기업인수목적2호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상장 이후 양호한 주가와 실적을 기록 중이다.

시장 관계자는 "클래시스의 선례를 보면서 이루다가 이 모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 같다"며 "좋은 기술력도 갖추고 수출 비중도 높은 회사라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