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임원 인사에 반영된 '정의선의 시그널'
연령·성별보다 성과·전문성 반영 기조 뚜렷···추가 인사·세대교체 여부도 주목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사진=현대차그룹)


[팍스넷뉴스 권준상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올해 그룹 임원인사에서도 성과와 전문성을 중점적으로 반영했다. 급변하는 기술·시장환경에 대응한 조직체계의 혁신을 이끌겠다는 정 부회장의 의지가 이번에도 고스란히 인사에 녹아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현대차그룹은 이용우 제네시스사업부장(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하고 이노션 대표이사에 내정했다. 동시에 현대·기아차 인재개발1팀장 송미영 상무를 인재개발원장에 임명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성과와 전문성이다. 


이용우 부사장의 사장 승진은 제네시스사업부가 기록한 우수한 성과에 따른 보상의 성격이 짙다. 그는 지난 2019년 10월부터 제네시스사업부장(부사장)을 역임했다. 현대차그룹의 고급브랜드 제네시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상반기 출시된 GV80과 G80의 판매 호조 속에 역대 최대 판매 비중을 기록했다. 글로벌 제네시스 비중은 지난해 2분기 2.4%에서 올해 2분기 5.4%로 2배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판매 비중도 8.3%에서 16.2%로 뛰어올랐다. 올해 상반기 제네시스 국내 판매량은 4만8886대로 전년(3만2263대) 대비 51.5% 증가했다.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2분기 말 기준 국내 제네시스 미출고 물량은 약 4만대에 달한다. 


전 세계를 무대로 한 다양한 경험과 이노션에 대한 높은 사업 이해도 역시 반영됐다. 이용우 이노션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는 현대차 제네시스사업부장과 북미권역본부장, 브라질법인장 등의 경험 외에도 이노션 미주지역본부장을 역임해 이노션 사업과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글로벌 역량 강화를 주문하고 있는 정 부회장에게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정 부회장은 이용우 이노션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에게 이노션의 글로벌 사업영역 확대와 디지털·콘텐츠 역량 제고 등 사업전략 가속화를 주문한 상황이다. 지난 2005년 설립된 이노션은 광고대행, 광고물 제작, 뉴미디어·디지털 마케팅, 프로모션, 옥외광고 등 광고업을 영위하는 현대차그룹의 주력 광고계열사다.


부진을 거듭하는 데 대한 문책성 인사도 이뤄졌다. 지난 2015년 이후 2019년까지 내실이 악화되다 올해 상반기 영업적자 157억원, 당기순손실 1284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한 현대제철은 영업부 임원들이 대거 짐을 쌌다. 


연령과 성별의 벽도 없다. 실제로 이번 인사에서 현대·기아차 인재개발1팀장 송미영 상무는 인재개발원장에 임명됐다. 1976년생(44세)인 그는 현대차 리더십개발실장을 거쳐 인재개발1팀장을 역임했다. 내부적으로 인재개발 분야 전문지식과 다양한 실무 경험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송 원장은 그룹으로부터 미래 사업전략을 반영한 임직원 역량 육성 전략 수립이란 과제를 받았다. 


정 부회장의 이러한 임원인사 기조는 지난해 연중 수시인사체제로 전환한 뒤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미국 조지아공장(KMMG)법인장을 맡았던 신장수 전무는 미국시장에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텔루라이드'의 유연 생태체계 구축과 품질 개선 등을 추진하면서 북미사업 판매와 수익성 확보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반면, 그동안 기아차를 이끌었던 박한우 사장은 지난 4월 고문으로 물러났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당시 논란이 발생한 '쏘렌토 친환경 인증' 관련 문책성 인사가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신형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출시된 뒤 사전계약 하루 만에 정부 에너지 소비효율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친환경차 세제 혜택대상이 아니라는 게 뒤늦게 파악됐기 때문이다.


연령보다 전문성을 중시하는 정 부회장의 기조는 이미 지난해 한 차례 반영됐다. 지난해 말 ▲현대·기아차 연료전지설계실장 전순일 책임연구원 ▲인포테인먼트개발실장 권해영 책임연구원 ▲연구개발경영기획실장 이동건 책임연구원 ▲ CorpDev팀장 오재창 책임매니저 ▲현대차 경영전략팀장 김태언 책임매니저는 상무로 승진했다. 이들 5인은 평균나이는 43.4세였다.


한편, 추가 인사에 대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계에서는 이번 현대차그룹 임원인사를 앞두고 우려의 시선을 보내던 상황이었다. 코로나19를 중심으로 한 대외변수로 인해 경영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전 세계시장에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고, 그룹 전반의 실적도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른바 '현대차 3인방'으로 불리는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3사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89조726억원으로 전년(96조1045억원) 대비 7.3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조573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조3113억원)보다 40.31%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4조2379억원에서 1조9058억원으로 55.03% 악화됐다.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이 9월 취임 2주년을 맞는다는 점에서 세대교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측근의 용퇴와 정 부회장 인사의 등장이 골자다. 이러한 배경에는 정 부회장 체제 출범 뒤 정 회장 측근 부회장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고문으로 일선후퇴했던 게 자리한다. 지난해 우유철 현대로템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는 정 회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대표적 인물이다. 정 회장 체제에서 오랜기간 현대제철을 일끌어온 철강부문전문가다.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은 국내생산담당 겸직을 내려놓고 노무를 전담하게 됐다. 윤 부회장은 지난 2008년부터 13년재 부회장직을 수행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그룹 부회장 등 인사에 대해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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