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손배제' 도입 두고 의견 엇갈리는 증권업계
신뢰 회복 첫 단추 vs 과잉처벌...입장 엇갈려
이 기사는 2020년 07월 30일 15시 2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조재석 기자] 대규모 사모펀드 환매 사태가 잇따라 발생하며 상품 판매사에 민·형사적 책임을 묻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이하 징벌적 손배제)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금융문제가 터질 때마다 사후구제를 반복하기보다 문제의 근원을 막을 수 있는 사전규제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징벌적 손배제 도입을 두고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신뢰 회복의 첫 단추'가 될 것이란 의견과 '과잉 처벌'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금융감독원, 징벌적 손해배상 카드 '만지작'


지난 29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여해 금융당국이 징벌적 손배제 도입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징벌적 손배제는 소비자보호법에 있는 '징벌적 과징금' 보다 더욱 강한 규제"라면서도 "사모펀드에 이를 적용해야 할지는 논의해볼 예정"이라고 답했다.


징벌적 손배제는 민사상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가해자가 원금과 이자에 형사적 벌금까지 지급하도록 하는 규제다. 지난 3월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발의된 지 8년 만에 국회를 통과했지만 논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손해배상이나 집단소송 조항 등의 내용이 빠져 추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금융상품 판매업자가 악의적으로 금융소비자에 피해를 입혔을 경우 발생한 손해에서 3배 범위 안으로 배상을 책임져야한다는 내용이 다뤄졌다.


전재수 의원은 "시행을 앞둔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애초 논의됐던 징벌적 손배제 등 핵심 내용이 포함되지 않아 실효성이 부족했다"며 "개정안을 통해 금융상품 판매업자에게 투자형 상품 손해배상을 추정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證 "현행법으로 충분…'징벌적' 배상은 과잉처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징벌적 손배제 도입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다수의 증권업계 관계자는 징벌적 손배제의 도입 취지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판매사가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운용사가 상품 기획 단계부터 악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면 판매사 입장에서 이를 구분해내기가 쉽지 않다"며 "금융 문제가 발생했을 때 판매 주체들이 중과실에 해당하는지 혹은 악의가 있었는지에 따라 선별적으로 규제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만약 판매사가 중과실에 해당한다면 현재 법 체제에서도 충분히 제재를 가할 수도 있다"면서 "잘못을 저질렀으면 그에 비례한 처벌을 받는 귀책 원칙이 있는데 만약 징벌적 손배제를 도입한다면 저마다의 특수성을 가진 금융사태를 하나의 잣대로 획일화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전문가 "손배제, 증권사 옥죄는 규제 아냐"


징벌적 손배제 도입에 찬성하는 금융 전문가들은 강력한 규제가 시장 신뢰 재구축의 첫 걸음이라고 설명한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은 "손해배상 제도는 금융사를 옥죄는 규제가 아니"라면서 "특히 이번 개정안에는 상품 판매사가 책임을 입증하도록 하는 면책 내용이 담겼으므로 오히려 위험을 덜어주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징벌적 손배제 도입과 더불어 완화됐던 사전규제도 재검토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2015년 당시 정부는 사모펀드 시장 활성화를 위해 개인 투자자 최소한도를 5억에서 1억으로 대폭 낮췄다. 진입 문턱이 낮아지며 사모펀드 시장규모는 170조원대에서 400조원대로 급등했다.


권호현 참여연대 변호사는 "한번 낮아진 투자한도를 다시 5억까지 올리긴 어려우니 3억 정도로 타협안을 마련하는 대신 판매사가 불완전 판매를 저질렀을 때 징벌적 손배제 등으로 강한 제재를 가하면 시장에서 자정작용이 일어날 것"이라며 "지금 금융시장에는 완화된 사전규제를 되돌아보고 사후 처벌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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