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선 KH바텍이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힌지' 최대 공급사인 만큼, 갤럭시폴드 흥행에 따라 수혜를 톡톡히 누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KH바텍은 1992년 설립돼 가전, 휴대폰, 노트북 등 주로 전자통신(IT)기기 부품 제조 사업을 영위해 왔다. '힌지(hinge·경첩)'를 만들기 시작한 시기는 199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다. 

KH바텍은 2000년대 초 폴더폰(피처폰) 시장이 성장할 때 해당 기술력을 인정 받아 삼성전자와도 인연을 맺게 된다. 회사 성장도 이 때부터 가속화 됐다. 실제로 1999년 10억원 언저리에 머물던 영업이익은 3~4년새 200억원대까지 불어나며 고속 성장을 이어갔다. 

이후 폴더폰이 저물고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면서 KH바텍의 힌지 사업도 위기를 맞게 된다. KH바텍은 수익 다변화가 절실했다. 스마트폰 시대에 KH바텍이 미래 사업 먹거리로 낙점한 분야는 ▲스마트폰 내장재 LCD 브라켓 ▲스마트폰 메탈케이스 등이다. 이때부터 힌지 사업은 KH바텍의 주류 사업에서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KH바텍은 신사업을 통해 힌지 사업 이후 주춤했던 실적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마그네슘 소재로 제작된 LCD브라켓은 플라스틱 케이스 시절 스마트폰의 파손 방지를 위해 내부 강도를 높이는 용도로 탑재됐다. LCD브라켓의 매출 비중이 가장 높았던 2013년 기준, KH바텍은 66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제 2전성기를 달린다. 

하지만 2014년을 기준으로 스마트폰에 메탈 재질을 사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메탈케이스 부문이 KH바텍의 차기 주요 사업으로 떠오른다. LCD 브라켓 사업 대비 수익성은 낮았지만, 주요 고객사였던 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 외관에 메탈케이스를 채택한 덕분에 견조한 실적을 이어갔다.  

KH바텍은 2016년 고난의 시기에 접어든다. 삼성전자가 메탈케이스 수주 물량을 줄인 것이다. 성장가도를 달리던 실적이 적자로 돌아선 것도 이때부터다. 

당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디자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전략 플래그십 모델에 자체 제작 메탈케이스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케이스 기조 변화로 KH바텍이 생산하던 알루미늄 메탈케이스는 중저가 모델로 적용군이 감소하며 수익성 감소로 이어졌다.  

KH바텍은 지난해 다시 한 번 재도약의 기회를 잡았다. 폴더블 스마트폰의 등장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처음으로 선보인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폴드'의 핵심은 대화면을 반으로 접는다는 부분에 있다. 여기에 과거 폴더폰에서 사용되던 '힌지'가 핵심 부품으로 자리잡게 된 것.

폴더폰 시절부터 삼성전자와 인연을 이어온 KH바텍은 당시 기술력을 인정받아 삼성전자 갤럭시폴드의 힌지 납품을 맡게 된다. KH바텍은 지난해 매출 1753억원, 영업이익 69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으로 돌아섰다. 

눈여겨 볼 점은 갤럭시폴드에 채택된 힌지가 일회성 수익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삼성전자가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차기 폴더블폰을 개발하고 있고, 여기에 KH바텍의 힌지가 적용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게 업계 견해다.

비주류 사업으로 밀려 났던 힌지 사업은 이제 회사의 재도약을 위한 부품으로 다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중순 차기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폴드2'를 공개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KH바텍의 재도약을 위한 신호탄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KH바텍의 힌지 기술력은 삼성전자에게도 인정 받은 만큼, 향후 출시될 갤럭시 폴더블폰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폴더블 시장이 이제 막 개화되기 시작했다는 점, 삼성전자가 향후에도 시장을 이끌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KH바텍에겐 성장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갤럭시폴드2의 흥행 여부에 따라 KH바텍의 실적 개선폭이 결정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