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새미 기자]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잇단 신약개발 자회사 신설 흐름을 투자자들이 반기는 분위기다. 자회사 분리를 통해 특정 신약후보물질의 연구개발에 집중해 개발 속도를 높이고 내부 인력의 전문성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크리스탈지노믹스(크리스탈), 제일약품 등이 신약개발 자회사를 신설했다.
크리스탈은 지난달 13일 지분 100%를 출자해 신약개발 자회사 '마카온'을 설립했다. 크리스탈은 마카온에 신약후보물질 '아이발티노스타트'를 8900만달러(약 1070억원)에 기술이전했다. 마카온은 섬유증 분야 자회사로서 아이발티노스타트 연구·개발(R&D)에 집중할 방침이다.
제일약품도 지난달 신약개발 자회사 '온코닉 테라퓨틱스(Onconic Therapeutics)'를 차렸다. 온코닉 테라퓨틱스는 항암제 분약의 신약 후보물질을 첫 번째 파이프라인으로 검토하고 있다. 총 3개의 신약후보물질 임상을 추진해 3~5년 내에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을 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제약·바이오 업계의 신약개발 자회사 설립 흐름은 지난해에도 있었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5월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형태의 개발전문 자회사 '아이디언스'를 일동홀딩스 100% 출자법인으로 설립했다. 안국약품은 지난해 4월 신약개발 자회사 '빅스바이오'를 100% 출자 법인으로 세웠다.
신약개발 자회사의 경우 모회사와 사명이 전혀 다르다는 점도 특징이다. 기본적으로 개발 신약의 특성을 살리기 위한 사명을 지은 것이지만, 신약개발에 실패할 경우 모회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투자자들은 제약·바이오 업계의 신약개발 자회사 분리를 반기는 분위기다. 투자업계에서는 신약개발 자회사로 분리할 경우 해당 자회사가 특정 신약후보물질 개발에 집중함으로써 신약개발 속도가 앞당겨지고, 내부 인력의 전문성과 효율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는 다양한 사업을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 신약개발 업무에만 집중할 수 없다"며 "특히 내부 부서배치에 따라 인력이동이 가능하다는 점도 불안 요소"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신약개발 자회사로 분리할 경우 인력 이동 문제 없이 독자적인 신약 개발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로서는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투자자의 선호는 테라젠이텍스와 메드팩토의 시가총액 차이에서도 극명히 드러난다. 메드팩토는 유전체분석 업체 테라젠이텍스의 항암 신약개발 자회사다. 지난 3일 기준으로 메드팩토의 시가총액은 1조7000억원으로 테라젠이텍스(3538억원)의 4.8배에 이른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들의 매출 규모가 더 크지만 시가총액은 오히려 바이오벤처보다 적은 이유는 투자자들이 서로를 전혀 다른 비즈니스라고 보기 때문"이라며 "국내 투자자들에게 제약사의 포지셔닝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신약개발 자회사는 모회사의 실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테라젠이텍스의 경우 항암 신약개발 자회사 메드팩토의 상장에 힘입어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은 물론,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메드팩토 상장에 따른 투자 손익 증가 덕분이다.
크리스탈은 자회사 마카온으로부터 연내 기술이전 계약금 48억원을 수령하면서 흑자 전환을 달성할 전망이다. 마카온은 외부자금 유치를 통해 확보한 300억원으로 크리스탈에 계약금을 제공하고 남는 자금은 신약개발에 사용할 계획이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 자회사 설립을 통해 금전적 이익을 보려는 제약·바이오기업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신약개발 자회사를 신설하는 제약·바이오기업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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