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최근 '대웅제약이 메디톡스 보눌리눔 균주를 도용했다'고 판단하는데 있어 두 균주간의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Whole Genome Sequencing)' 결과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ITC는 6일(현지시간) 메디톡스와 대웅제약간의 '균주 도용 소송' 예비결정문 전문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예비결정문을 살펴보면 ITC는 대웅제약 균주도용 판단한 주요 근거로 염기서열 분석 결과를 내세웠다. ITC는 "(염기서열 분석 결과)메디톡스의 홀 A하이퍼 균주와 대웅제약의 균주에는 같은 패턴이 있다"며 "이는 대웅제약 균주가 메디톡스 균주 변종으로부터 나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메디톡스 측 전문가인 폴 카임 미국 노던 애리조나대 교수의 주장을 모두 수용한 셈이다. 앞서 두 균주에 대한 염기서열 분석을 진행한 폴 카임 교수는 '메디톡스 균주와 대웅제약 균주는 유전적으로 동일한 혈통을 가지고 있으며 대웅제약 균주가 메디톡스 균주로부터 유래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ITC에 제출했다.
전문가들은 염기서열 분석을 기반으로 한 이번 ITC 예비결정으로 사실상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의 균주 논란은 일단락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체 염기서열 분석은 균주의 유전적 진화 과정을 볼 수 있고, 이는 특정 연구실의 균주가 공동 기원을 가지고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체분석 전문가는 "균주 출처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전체 염기서열 분석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며 "질병관리본부가 국내에 들어온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을 찾기 위해 진행한 실험방법도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이었다"고 전했다.
반면 대웅제약은 '16s rRNA 유전자 염기서열이 서로 달랐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결정적으로 중요한 영역인 16s rRNA 영역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을 두 전문가가 모두 동의한 것을 완전히 무시했고, 실질적인 표현형(Phenotypic) 증거의 차이는 결정문에서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6s rRNA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만으로는 균주 기원을 판별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16s rRNA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은 '국산차인지 외제차인지'를 구분할 순 있지만, 이 차가 '벤츠인지 BMW'인지는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유전체분석 전문가는 "생물 분류 중에서 '속' 레벨 구분이 가능하지만 '종' 레벨 구분이 불가능하다"며 "따라서 전체 염기서열 분석을 해야만 세부적인 동일성과 원류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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