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상균 기자] 그동안 해외수주에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삼성물산이 올해 상반기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 8월까지 해외수주 금액이 35억달러를 상회해 지난해 연간기록을 넘어선 것은 물론, 2017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11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올해 8월초까지 36억6313만달러(11건)의 해외수주를 기록, 국내 건설사 중 수주금액으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36억1749만달러의 수주고로 삼성물산에 이어 간발의 차이로 2위에 자리했다. 이어 GS건설(26억429만달러), 현대건설(20억3279만달러), 현대엔지니어링(14억9366만달러) 순이다.
삼성물산의 주요 수주 내역을 살펴보면 올해 1월 계약한 방글라데시 다카 국제공항이 16억5981만달러로 규모가 가장 컸다. 이어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의 후자이라 복합화력발전소 건설공사(9억7736만달러), 중국 서안 X2 Ph2 마감공사(4억9368만달러), 카타르 발전담수 EPC 프로젝트(3억9500만달러) 순이다.
삼성물산과 같은 계열인 삼성전자가 발주한 내부물량은 앞서 언급한 중국 서안 X2 Ph2 마감공사를 비롯해 미국 오스틴 법인이 발주한 S2-R 2차 공사(3631만달러), 인도법인이 발주한 노이다 공장 신축공사(2270만달러) 등 세 건이다.
2020년 연간 집계를 마무리하기까지 4개월이 남아있지만 삼성물산이 해외수주에서 선두를 차지한 것은 지난 2016년이 마지막이다. 당시 삼성물산은 51억1183만달러를 수주했다. 이보다 3년 전인 2013년에는 중동 발주 붐을 타고 무려 136억3576만달러를 수주했다. 삼성물산 설립 이후 역대 최대 수주 금액으로 이때도 수주실적 1위에 올랐다.
삼성물산은 2013년을 시작으로 2016년까지 매년 50억달러 이상을 수주하는 최고 황금기를 보내다가 당시 수주한 해외물량에서 부실이 터져 나오기 시작하면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침체의 늪에 빠졌다.
삼성물산의 3년간 해외 수주고는 15억3473만달러(2017년), 34억9263만달러(2018년), 22억6509만달러(2019년)에 그쳤다. 같은 기간 수주 순위도 8위, 3위, 3위로 밀려났다. 삼성물산이 선두경쟁에서 밀려난 이후, 1위 자리는 현대엔지니어링(2017년), 삼성엔지니어링(2018년), 현대건설(2019년)로 매년 바뀌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물산이 해외수주를 위해 다른 건설사들과 적극적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다"며 "그동안 단독 수주에 주력하던 삼성물산의 성향과는 상반된 모습"이라고 말했다.
다만 삼성물산의 철저한 리스크 관리는 여전하다는 평이다. 수주 물량이 대부분 EPC(설계‧조달‧시공)에 몰려 있다. 상대적으로 리스크와 기대수익이 높은 투자개발사업에는 일절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해외건설 전문가는 "삼성물산은 카자흐스탄 발하쉬 석탄화력발전소 사업과 터키 가지안텝 종합병원 사업을 실패한 이후 일체 투자개발사업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불필요한 리스크 확대를 원치 않는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올해 해외수주 방향이 달라진 것은 없다"며 "예전과 마찬가지로 출혈경쟁을 자제하면서 양질의 프로젝트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는 방글라데시 다카 국제공항 수주를 비롯해 기존 프로젝트에서 공사비 증액이 이뤄지면서 신규 수주금액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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