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유럽 제패의 꿈' 'HMM St Petersburg'호를 만나다
내달 11일 인도 예정…HMM 재건 '선봉장'
(오는 9월 출항 예정인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상트페테르부르크'호 선수. 사진제공: HMM)


[팍스넷뉴스 유범종 기자] 기나긴 장마로 그칠 줄 모르고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 11일 오후. 곧 드넓은 바다를 향해 힘차게 출항할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HMM 상트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호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만났다.


상트페테르부르크호의 명명은 유럽 주요항구에서 따왔는데 이는 유럽항로에서 잃어버린 한국 해운업의 경쟁력을 되찾겠다는 HMM의 강한 의지가 담겨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 북서쪽 네바강 하구에 위치한 '북방의 수도(水都)'라 불리는 도시다.


이날 외부에 최초로 공개된 상트페테르부르크호는 막바지 건조작업에 한창이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호는 HMM(구 현대상선)이 지난 2018년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따라 발주한 2만4000TEU급 선박 12척 가운데 마지막으로 인도될 선박이다. 현재까지 선박 공정률은 약 90% 수준으로 시운전과 인도 준비 등을 거쳐 내달 11일 HMM 품에 안기게 될 예정이다.


배에 오르기 직전 바라본 상트페테르부르크호의 외관은 한 눈에 담을 수 없을 만큼 거대하고 웅장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호는 선수에서 선미까지의 길이가 약 400m에 달하고 폭 61m, 높이 33.2m를 자랑한다. 종전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의 위명을 가진 MSC의 'MIA'호보다도 208TEU 용량이 더 크다. 상트페테르부르크호에 붙은 수식어가 새삼 와 닿는 순간이었다.


HMM 관계자는 "상트페테르부르크호는 20피트(약 6미터) 컨테이너박스 2만4000개를 한 번에 운반할 수 있다"라며 "선박을 수직으로 세우면 아파트 133층 높이로 파리 에펠탑이나 여의도 63빌딩보다도 높다"고 자부심 찬 표정으로 강조했다.


드디어 선박에 오르자 미로 같은 좁은 길들과 수많은 계단이 등장했다. 처음 방문한 곳은 조타실이었는데 배에서도 가장 높은 위치에 있다 보니 약 40m 높이를 계단으로 올라가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조타실에는 여러 개의 모니터로 운항을 위한 정보와 선박 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장비들이 빼곡히 설치되어 있었다.


조타실 옆 외부통로로 나오면 선교(브릿지, bridge)로 바로 연결된다. 선교에서 내려다보면 선미에서부터 선수까지 펼쳐진 녹색 라싱브릿지(대형 컨테이너를 적재할 때 잡아주는 철 구조물, Lashing Bridge)가 한 눈에 들어왔다.


삼성중공업 현장 관계자는 "컨테이너 적재는 가로 최대 24열, 수직 최대 13단까지 가능하다. 높이 2.2m 수준의 낮은 컨테이너의 경우 수직 17단까지도 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호 선교에서 바라본 라싱브릿지. 사진제공: HMM)


다음은 가장 기대했던 기관실로 이동했다. 기관실에서는 배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엔진과 친환경 황산화물 저감장치인 스크러버(scrubber)를 볼 수 있었다. 현장에서는 작업자들이 출항을 앞두고 엔진 시운전이 한창이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호 엔진은 만(MAN)에서 제작한 11기통의 엔진이 탑재됐다. 이 엔진을 통해 최대속력 22.5노트(kts), 시속 41.7킬로미터(㎞)의 속도를 낼 수 있다. 스크러버는 총 3기가 설치됐는데 1번 스크러버는 엔진을 담당하고, 나머지 2기는 발전기와 보일러로 연결돼 배출되는 황산화물을 정화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초대형 선박답게 선박 엔진을 담당하는 스크러버의 길이는 19.9m, 지름 6.45m로 압도적인 위용을 뽐냈다.


HMM은 2만4000TEU급 선박 12척에 전부 스크러버를 장착해 세계해사기구(IMO) 환경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LNG 연료탱커도 탑재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향후 LNG 추진 선박으로의 교체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재곤 삼성중공업 운반선 파트장은 "건조 중인 상트페테르부르크호는 오는 23일부터는 시운전을 시작해 9월 중순께 HMM에 인도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사진=상트페테르부르크호 기관실에 위치한 엔진(좌)과 스크러버. 사진제공: HMM)


부산에서 출발할 상트페테르부르크호는 닝보, 상해, 얀티안 등 아시아 항만을 기항한 후 수에즈 운하를 거쳐 유럽으로 향한다. 로테르담과 함부르크, 앤트워프, 런던 등 유럽 주요항만까지 일주하는데 총 12주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HMM은 유럽 항로를 운항할 선박 12척과 내년 미주 노선을 책임질 1만6000TEU급 선박 8척까지 인수를 마치면 총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보유하게 된다. 1만TEU급 이상 초대형선 보유는 해운기업들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전세계 1~2위 선사들의 초대형선 보유비율은 20% 남짓이다. HMM이 남은 컨테이너선을 모두 인도받으면 초대형선 보유비율은 40% 이상까지 훌쩍 뛰게 된다.  


HMM 관계자는 "작지만 강한 회사로 탈바꿈하고 있다"면서 "초대형선 보유는 HMM뿐만 아니라 국내 해운선사들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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