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재석 기자] 국내 채권시장 전 구간에서 금리 스프레드가 축소세를 보이고 있다. AAA 등급의 일부 초우량채는 금리가 0%대에 진입하며 코로나19가 터지기 이전의 금리수준을 회복했다. 크레딧 전문가들은 상반기 시행된 정부의 금융지원 정책이 채권 시장을 안정화시키는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AAA 공사채 0% 금리 회복

가장 빠르게 스프레드를 회복한 부문은 초우량채 단기물이다. 14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크레딧 최상위인 공사채 3년물 AAA 등급이 0%대 금리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기준 3년물 AAA 공사채 금리는 0.998%로 동일기간 국고채와 비교했을 때 18bp 정도의 스프레드 차이를 보였다.

초우량채 단기물의 강세는 우량등급인 AA 등급으로도 이전되고 있다. 14일 기준 3년물 AA- 회사채 스프레드(국채-회사채 간 금리 차이)는 63bp를 기록했다. 지난 7월 말 대비 4bp 가량 줄어든 수치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초우량채 단기물의 가파른 스프레드 축소세가 순차적으로 AA 등급에 전이될 것으로 보인다"며 "채권 매입 시 AA 등급의 여전채와 회사채의 비중 확대를 권고할 만큼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신용등급 구간, 느리지만 회복대열 합류

채권발행시장(DCM)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여신전문금융회사채(이하 여전채)는 지난 7월 정부의 'ELS·DLS 안정화 방안' 발표 이후로 안정 궤도에 올라탔다. 12일 기준 3년물 AA- 여전채 스프레드(국채-여전채 간 금리 차이)는 80bp로 2주 만에 5bp 가량 줄어들었다. 같은 등급의 회사채(64.9bp)와 비교해도 15bp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더디지만 A~BBB의 저신용등급 구간도 스프레드 회복세에 들어갔다. 14일 기준 3년물 AA- 등급의 스프레드는 62bp로 전주 대비 4bp 정도 줄었다. BBB 등급도 마찬가지다. 3년물 BBB+ 회사채 금리는 506bp로 전주 대비 1bp 가량 감소했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발발 이후 주식은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회복세를 보였지만 채권은 4개월가량 소요됐다"며 "스프레드가 줄어든 수치로만 봤을 땐 미미한 수준이지만 유의미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정부 지원정책 채권시장 안정화 도움" 의견도

크레딧 전문가들은 상반기 동안 이어졌던 정부의 재정정책이 채권 시장의 금리 안정화에 영향을 끼쳤다는 입장이다. 지난 4월 최대 20조원 규모로 작동을 시작한 채권시장안정펀드(이하 채안펀드)는 AA 등급 이상의 우량 회사채를 중심으로 유동성을 지원하며 시장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았다.

지난 달 말부터는 정부와 중앙은행, 산업은행이 합작 출범해 만든 특수목적기구(SPV)도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SPV는 기존 채안펀드보다 지원 범위를 넓혀 A등급부터 투기등급(BB)에 해당하는 회사채와 기업어음(CP)도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이화진 연구원은 "지난 7월부터 산은의 SPV가 저신용등급 회사채와 CP를 사들이기 시작하며 A~BBB 등급의 스프레드가 조금씩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매우 더디지만 정부의 지원정책에 힘입어 비우량 등급의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업종별·기업별 차이는 남아있어 연말까지 등급 하향의 경계감이 유지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